• "현실 정치인 심상정을 믿는다"
        2010년 06월 01일 11:0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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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5월 30일 현재로선 한국의 대표적 진보정당이라 할 수 진보신당의 유력한 리더 가운데 한 사람인 심상정 경기지사 후보가 유시민 후보를 지지한다며 후보직을 사퇴했다. 놀라긴 했지만, 청천벽력과 같지는 않았던 것은 불과 며칠 전에 내가 속해 있던 부산에서 이와 유사한 경험을 통해 미리 충격을 흡수한 적이 있었고, 그를 통해 자세히는 알 수 없으나 심상정 후보가 겪을 고충이 만만치는 않을 거라는 짐작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심상정 후보가 왜 사퇴를 했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그것은 내가 속해 있는 부산의 경우도 우리 내부에서 이해하고 있는 처지와 상황을 외부에 대해 알릴 수도 없고, 알리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미루어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또 그것은 내가 정치인 김석준을 믿는 것과 같은 이치로 정치인 심상정을 믿기 때문이다.

    그 이유가 자칭 타칭 정치 평론가들이 분석하듯 ‘반MB 연대’라는 식상한 가치에 심상정 후보가 갑자기 굴복하였는지, 아니면 ‘눈물’로 지역의 진보신당 (혹은 나아가 전국의) 구의원, 시의원 진보신당 후보들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더 건져 진보정당의 풀뿌리를 살려보고자 하는 전술적 계산에서 나왔는지 현재로서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자세한 사정 알 수 없지만 정치인 심상정을 믿는다

    물론 심상정 후보의 결정이 당의 절차를 무시하고 고독한 리더가 결단을 내린 것과 같은 모양새를 갖춘 것에 대해서까지 옹호하고 싶은 심정은 없다. 더불어 민주당의 뻔뻔스러움과 무능함에 대해 이해를 하고 싶은 심정 또한 전혀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로라하는 진보적 지식인들이 심후보의 행태에 대해 날 선 비판을 휘두르고 있다. 그들이 바라는 바는 심후보에 대한 비판보다는 노회찬 후보의 완주이고 이를 ‘지켜내기’ 위한 것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 논리를 세우는 과정에서 심상정 후보에 대한 비판의 칼이 너무나 날카로워 심히 불편하다. 그 가운데는 그들이 속한 진보신당 당원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입장은 진보신당에 몸담고 있지 않는 ‘고고한’ 지식인으로서 훈수 내지는 훈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그들의 비판은 정당한 것인가?

    지금 여기, 우리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민주주의의 회복인지, 신자유주의의 반대인지에 대해서는 길게 논의할 필요는 없다. 소위 ‘비판적 지지’라는 것이 50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루고 3권 분립, 전쟁 공포로부터의 해방, 언론의 자유, 국가보안법으로부터의 실질적 자유 등적 자져오게 한 계기인지 아니면 신자유주의의 확대와 그로 인한 노동자·농민·도시 빈민을 사지로 몰아가고, 소위 88만원 세대라 불린 청년 실업자의 양산을 가져 온 계기인지에 대해선 소위 진보적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좌파) 지식인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을 수 있기에 이 자리에서는 논의하지 않도록 하겠다.

    그렇다면 문제는 심상정 후보가 (혹은 김석준 후보도 포함하여) 사퇴를 한 것이 전술적인 문제인지, 아니면 김상봉 교수의 표현대로 ‘너무 쉽게 자기가 들고 있던 깃발을 버리고 자기가 있던 자리를 떠’나버린 ‘도망’인지에 대해서 냉정한 평가를 해야 할 일이다. 노중기·손호철 교수 등 6인의 소위 진보적 지식인들이 심상정의 사퇴를 ‘단지 반MB라는 명분 하나로 반성도 희망도 없는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고 진보의 깃발을 내리는 것’이라고 가혹하게 내린 평가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

    지식인들, 책상머리에서의 빈약한 이해

    지식인들은 대개가 정치의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책상머리에서 원리 차원에서 정치를 고뇌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주장이 논리상으로나 지향하는 바로나, 어느 하나 틀린 곳이 없는 좋은 주장이고 훌륭한 담론이지만, 그러한 글들이 공허를 넘어 짜증과 분노를 가져 오게 하곤 하는 것은 그들이 현장에 대한 이해가 너무나 빈약하고, 그럼에도 언어를 너무 단선적이고, 충동적이며, 과시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 언어 안에는 존재들의 관계에 대한 배려도 없고, 동지 – 그들이 심상정, 김석준 등을 동지라 생각해 본 적이 있을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 의 고뇌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다.

    그들이 현장에서 뛰지 않기 때문에 현장에서 겪는 어쩔 수 없는 괴로움에 대해 그들이 모르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목소리를 들으려고 애쓰지 않으면서도 그들 현장에서 뛰는 ‘프로’ 정당인들에게 ‘아마추어’ 책상물림들이 하는 훈계가 너무나 당돌하다는 이야기다.

    지식인이 추구하거나 혹은 훈계할 수 있는 일은 신자유주의 반대, 진보 정당 지지, ‘4대강’ 등 이념이나 담론 혹은 정책 등에 관한 것이지 특정 정치 상황에 처한 정치인이 취할 수 있는 전술에 관한 부분은 아닐 것이다. 심상정이 변절을 해 제2의 김문수가 되는 것이 아니라면, 그가 그 진보 지식인들에게 전술에 대한 부분까지 훈계를 들을 필요는 없지 않는가. 그럼에도 그들이 심상정이나 김석준에게 내리 치는 날 선 비판은 가히 살인적이다.

    김상봉 교수와 그 6인의 소위 진보 지식인들 그리고 그들이 주도하는 성명서에 지지 서명을 할 많은 진보적 지식인들에게 바란다. 심상정이 이렇게 되기까지 무기력하게 대처했던 즉 이미 실질적인 민주당 지지로 돌아 선 민주노총과 그 ‘시민단체’에 대해 죽기를 각오하고 싸움을 걸어 애초에 그 야권연대라는 판을 깨지 못하고 여기까지 끌려오게 한 결과에 대해 우선 반성을 하기 바란다.

    그리고 진보신당이 선거 끝 후유증으로 만신창이가 될 때 당신들이 사랑하는 그 진보신당을 위해 모두 입당을 하고 – 물론 그들 가운데 이미 진보신당 당원인 분들은 예외겠지만 – 현장으로 들어 와 당을 추슬러 살리는 데 힘을 보태주기 바란다. 이 두 가지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으면 그들의 언어가 제 아무리 아름다울지라도 그것은 마음을 울리고, 움직이는 힘을 갖지 못하는 공허한 방울 소리일 것이라고 단언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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