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사퇴 왜?
    2010년 05월 30일 05: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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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진보신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30일 후보를 사퇴하면서 진보신당은 충격에 휩싸였다. 진보신당은 이에 대해 조승수 선대본부장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대단히 유감스럽고 안타깝다”며 “이번 과정에 대해서는 선거 이후에 반드시 평가의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심 "외부 반MB 압력 때문 아니다"

심 후보 기자회견을 저지하기 위해 모였던 당원들과, 당 게시판에 글을 올린 일부 당원들은 심 후보의 ‘출당’까지 요구하는 상황이다. 반면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시민사회는 일제히 환영의사를 표명했으며 민주노총도 유시민 후보의 지지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심상정 후보의 사퇴 배경과 관련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반MB 단일화 압박이나 낮은 지지율이 대표적인 이유로 지적됐다.  심 후보의 사퇴에 반대 의견을 가진 한 인사조차 "우리 지역에 나온 진보신당 기초의원 출마자에게 유권자들이 ‘심상정-유시민 단일화하라고 얘기해달라’는 말을 할 정도이니, 당사자인 심상정 후보가 겪었을 중압감이 얼마나 컸겠냐"며 상황은 이해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재정과 관련해 진보신당의  한 관계자는 “심 후보 선본에 더 이상 돈의 여력이 남아있지 않아 매우 힘들어 했다”며 “유권자들에게 발송되는 공보물도 도지사 후보가 한 장짜리를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낮은 지지율과 열악한 재정 상황이 동전의 양면처럼 이들을 괴롭힌 것은 분명한 것 같다.

하지만 외부적인 반MB 단일화 압력과 낮은 지지율, 열악한 재정 문제만 가지고 심 후보의 사퇴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런 어려움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들도 아니었다. 이번 심 후보의 사퇴 배경은 그런 문제를 넘어 보다 깊숙한 곳까지 걸쳐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 후보도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 얘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심 후보가 당원들에게 쓴 글 가운데 다음 내용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진보정치의 명운이 걸린 중대한 고비일수록 지도자는 책임지는 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하나, 돌이켜 볼 때 나는 ‘상황’을 주도해내기 보다 상황에 추종한 측면이 많았다…이런 리더십의 한계가 곧 현재의 진보신당의 안타까운 모습에도 깊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내가 확신하고 있는 진보정치의 길에 정면으로 맞서고자 한다.” 그리고 그는 이어 “진보정치를 감싸고 있는 협소함과 관성을 넘는 몸짓을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보정치의 협소함과 관성 넘을 것"

발언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 심 후보의 이 같은 ‘입장’은 선거 후 진보신당과 진보신당을 포괄하는 광의의 진보진영에서 벌어질, 중요하고 어떤 측면에서 ‘역사적’일 수도 있는 논쟁의 주체와 지형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조승수 진보신당 선대본부장은 이날 심 후보의 사퇴 발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문이 나온 만큼, 기자회견의 내용을 그대로 (사퇴의 이유로)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철 대변인은 “수도권에서 야권이 전패할 때, 향후 진보신당에 쏠릴 비판과 향후 진보정치의 미래를 염두에 두었던 것 같다”며 “이에 대해 선본과 심 후보의 의견이 달랐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당원들에게 보내는 글에서 “사퇴 결정은 일부 동지들이 생각하듯 단일화 압력, 낮은 지지율 때문이 아니”라며 “패배적이고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선택”이라고 말해 자신의 사퇴 배경이 단순치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했다.

심 후보는 “이미 분명해진 이번 선거의 결과를 놓고, 또 선거 이후 진보진영 재편이라는 과제를 염두에 둘 때, 경기라는 특수상황 조건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당에 기여할 수 있는 방도인지, 열심히 뛰고 있는 우리 자랑스런 후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심 후보는 "고사되고 있는 당과 진보정치를 위해 속죄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했으며 "그 일은 당대표를 맡아 진보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노회찬 대표님께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이 선택이 너무나 중대한 것이어서 그 결과가 저의 뜻과 다르게 나타날지라도 이 순간 진보정치인으로 하나를 선택할 수 없다면 저는 이 길을 갈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주목되는 선거 이후 ‘평가 전쟁’

심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은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라는 ‘국민다수의 뜻’을 진보신당이 어떻게 끌어안고 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이에 부응하는 것이 진보진영 전략의 ‘전부가 아니라 일부’라도 돼야 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의 반MB 심판 요구의 역사적 의미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는 주장인 셈이다. 그가 "당심과 민심을 진정으로 맺어가야 가는 방도에 대해 깊이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방선거 이후 2012년 사이에 ‘연합정치’의 이름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소위 민주, 개혁, 진보 진영의 개편 과정에서 진보진영이 의미있는 ‘행위자’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현정권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 다수가 원하는 반MB 심판의 요구를 외면해서는 안 되고, 자신이 ‘악역’이 된다 해도 이 역할을 할 것이며, 이에 대한 선거 이후의 ‘평가 전쟁’에 본격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심 후보의 이 같은 생각이 뜻한대로 관철이 될지는 미지수다. 심 후보의 이 같은 논리에 대한 본격적인 반론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고, 투표일이 임박한 만큼 선거 이후에나 실질적인 논쟁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진보신당의 선거대책본부가 이번 사퇴가 “심 후보 개인적 결단”이라며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으며, 노 후보도 29일 저녁과 30일 오전에 심 후보를 만나 사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는 점에서 심 후보의 선택은 당의 공식적인 입장과 적지 않은 당원들의 뜻에 반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조승수 선대본부장은 “(노회찬과 심상정)두 사람이 만나 이에 대해 논의했지만, 논의와 동의는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당원들도 당 게시판에 글을 올려 ‘분노’를 토해내고 있다. 일부에서는 당의 핵심정치인 중 한 명인 심 후보의 ‘출당’까지 거론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선거를 불과 3일 앞두고 진보신당이 사분오열된 셈으로, 이미 부산과 고양을 통해 한 차례 홍역을 앓은 바 있는 진보신당으로서는 투표 직전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셈이다. 

심 후보는 자신의 선택이 “진보정치를 더 크고, 강하게 벼리기 위한 고뇌의 결과”라고 강조했지만 당 내에서 심 후보의 이 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심 후보가 “유시민 후보를 당선시켜달라”고 지지를 선언한 것을 두고 당원들은 “내가 속한 당은 유시민을 지지한 적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노회찬도 결단해야"

한편 경기도지사 선거 판세는 심 후보의 사퇴가 의미 있는 변수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차례의 여론조사에서 유시민-심상정 후보가 단일화를 이루어도 김문수 후보에 패배하는 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김진표, 유시민, 안동섭 후보가 단일화를 이루었을 때 지지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등 단일화 시너지 효과를 경험해 본 바 있다.

유시민 후보 측은 이에 “심 후보의 큰 결단에 감사드린다”며 “심 후보가 사퇴했다고 해서 심 후보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 것으로 먼저 정책협약을 했던 야4당이 진보신당과 함께 손잡고 더 풍부하고 튼튼한 야권연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야권단일후보 유시민으로 5배의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며 그 가치를 안고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심상정-유시민 후보의 단일화는 대환영”이라며 “단일화는 수도권 선거에 있어 대역전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로써 사실상 서울도 범야권단일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본다”며 “노회찬 후보의 결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의 모임인 ‘희망과 대안’도 보도자료를 통해 “당의 존재감을 알려야 하는 진보정당의 입장에서 심 후보의 선택은 너무도 어려운 결단이었음을 우리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심 후보에게 그에 값하는 정치적 보상이 주어져야 하며, 그것은 무엇보다 경기지사 선거에서의 유시민 단일 후보의 승리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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