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회찬, 더 화내라!”
        2010년 05월 29일 09:4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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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회찬 선본은, 권영신(39세) 선대위원의 직업을 ‘이미지전략기획가’라고 발표했다. 그가 근래에 하고 있는 일이 일본에 진출한 한류스타들의 이미지를 기획, 창출, 관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권영신 본인은 자신을 ‘미디어 플래너’라고 소개한다.

    ‘이미지 컨설턴트’와 ‘미디어 플래너’의 차이가 뭔지는 잘 알지 못하겠지만, 권영신은 노회찬의 이미지를 어거지로 바꾸려 하지는 않았다.

       
      ▲ 사진=이재영

    “사람들은 노회찬이 화내고 있는 거 같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노회찬이 바라보는 세상에서는 어쩔 수 없는 거죠. 당당한 눈빛, 화내는 것, 그것이 이 시대에 필요하죠. MBC 토론회에서 통쾌하잖아요, 누가 그렇게 해줄 수 있겠어요. 그것이 노회찬이 가진 무기죠. 노회찬이 화내야 하는 거죠.”

    권영신은 노회찬의 공약집인 『노회찬의 약속』을 만들어 내놓았고, 그 책은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종합베스트셀러 3위까지 올라갔다. 만약 노회찬의 선거운동이 성공적으로 매듭짓게 된다면 권영신의 기여가 한몫했다고 평해야 할 것 같다.

    한류 전도사에서 노회찬 선전가로

    “92년 대선 때 백선본 학생문선대에서 일했었어요. 보라매공원 유세 때 공연 사회도 봤었고요. 김종철 대변인이라든지 진보신당 여러분들과도 친하고요. 제가 이런 성향을 가지고 있으니 노회찬 지지가 당연한 거죠, 하하.

    그리고 사실은, 한 남성 연예인의 일본 진출 프로젝트가 작년 말에 끝나고 앞으로 다른 여성 연예인 프로젝트가 예정돼 있는데, 그 사이에 짬이 비는 거예요, 하하. 그래서 그냥 투표만 하는 게 아니라 조금 더 적극적으로 결합할 수 있었던 거죠.”

    지금은 코오롱패션산업연구원(FIK)에서 ‘패션미디어’를 가르치고 있는 권영신은 1993년부터 2005년까지 <하퍼스 바자>, <앙앙> 등의 패션잡지에서 에디터로 일했다. 그 이전을 거슬러 올라가보니, 메이데이의 사전 행사인 4.30문화제를 처음으로 만들기도 했고, 어어부밴드의 공연을 기획하기도 했다. 다루는 일이 모두 문화는 문화이되, 그 진폭이 매우 크다.

    권영신이 진보신당에 처음 발을 들인 것은 올 2월이다. 그는 여성위원회 초청으로 ‘20대 여성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의 강연을 했다.

    “그들은 스타일리쉬 하다는 말에 목숨을 걸어요. 기성세대 사람들에게는 개념 없는 단어로 보이겠지만, 그 안에 그 어떤 정치나 철학보다 더 센 행동지침과 자기계획이 들어있어요. ‘곧 죽어도 스타일리쉬 하게 살 거야’라는 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요. 20대 여성들은 성공의 기회와 경험을 단 한 번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예요. 모여서 뭔가를 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예요.”

    “스타일리쉬라는 게 그들의 세대적 취향이나 특성이라기보다는 현재의 조건에서 성공의 전략 같은 거 아니예요?”

    “외형적으로 그래요. 우리 나라에는 ‘짝퉁 문화’가 발달해 있어요. 유럽이나 일본의 젊은이들은 1960년대부터는 루이비통이나 샤넬에서 스트리트 패션으로 눈을 돌렸어요. 기성세대가 좋아하고 산업의 수단이 되고 있어서, ‘샤넬 싫어’ 이러는 거거든요.

    그런데 우리 나라에서는 스트리트 패션이 명품 짝퉁이예요. 비싸고, 젊은 사람들 몸 라인에는 맞지도 않는 ‘마담 룩’을 입는 건 불행이죠. 럭셔리 산업이 들여온 명품이 미디어를 통해 계속 ‘기준’이 되고 있는 거예요. 명품은 기성세대의 편향된 시각이기도 하고, 젊은 세대의 전략적 측면도 있을 거예요.”

    “자본의 상품 소비 문화에 맹목적 소비자로 예속돼 있다는 건데…”

    20대의 ‘스타일리쉬’

    “다행인 것은 요즘 들어서는 명품 아이템, 명품에 대한 로망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어요. 스타일리쉬의 핵심은 ‘현재’예요. 1등만 기억하는 것처럼,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스타일리쉬한 것만 기억해줘요. 아이템보다는 스타일리쉬한 것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지능이 인정받는 거죠.”

    “스스로 멋진 아이템 하나 코디해서 입고 홍대 나가면 ‘죽이네’라고 인정받는 거네요.”

    “네. 그런데 어떤 기준을 쫓아가지 않으면 ‘아웃’이 되는 상황은 여전해요. 직업을 선택하거나, 연애를 하거나, 정치적인 문제에서도 스타일리쉬한 기준이 있어요.”

    “그런데 왜 그런 사람들이 촛불 집회에 참여했어요? 미국제 소고기는 스타일리쉬하지 않고, 집회 참가은 스타일리쉬해서인가요?”

    “예. 그들의 장점이죠. 선명하고, 선명하게 보여지는 상황에서는 굉장히 씩씩한 사람들이예요.”

    권영신의 강연에 참석하지 못한 노회찬이 그 강연 내용을 ‘개인 교습’해달라고 청했고, 옷 사는 걸 도와달라고 했다고 한다. 권영신은 코디네이터나 스타일리스트가 아니지만, 워낙 답답해서 노회찬의 옷을 사러 함께 돌아다녔다.

    “옷 고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노 대표가 생각보다 많이 꼼꼼하시더라고요. 애초에는 양복 다섯 벌쯤 맞추려 했는데, 두 벌밖에 맞추지 못했어요. 시간도 부족하고, 돈도 없고, 하하. 검은 양복은 있다고, 그런데 빵꾸가 났다고 하시더라고요, 아주 천진난만하게. 그래서 남색 양복 하나, 콤비 하나 맞췄죠.”

    그리고 한참 지나서 『노회찬의 약속』을 만들어 달라는 청탁이 권영신에게 전해졌다. 선거에 출마한 정치인의 공약집을 누가 돈 내고 사보겠는가? 그런데 권영신이 총괄 기획한 『노회찬의 약속』은 베스트셀러 목록에 당당히 자리를 차지했다.

       
      ▲ 『노회찬의 약속』(레디앙)

    “선본에서 요구한 건 두 가지였어요. 기존의 공약집과 다를 것, 잘 팔렸으면 좋겠다는 것. 그런데 시간은 2주밖에 안 남았다고 하고, 내용도 완성되지 않는 상태라 하고, 저는 당황했죠.

    ‘민주대연합’ 때문에 떨어져나갈 남성보다는 새 지지층이 될 수도 있는 30대 여성을 주 타겟으로 정하고, 작업을 시작했죠. 기호 7번에 맞추어 7개씩의 Q&A, 숫자로 보는 이야기 등 편집방침에 맞추어 글을 써달라고 정책팀에게 주문했죠.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가 책의 캐릭터들을 만들어주셨고, 패션잡지의 포토그래퍼가 사진을 찍었죠. 전체적인 디자인은 잡지 디자인하시는 분이 휴가 내고 하셨고요. 도와주신 분들은 노회찬을 잘 모르시던 분들이지만, 적은 돈에도 흔쾌히 작업을 도와주셨어요.”

    비록 몇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권영신은 노회찬이라는 사람의 이미지와 미디어 접근, 메시지 전략에 간여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가 보는 노회찬은 어떨까?

    각각의 계층에게 일상을 소곤거려야

    “노회찬이 젊은 여자들과 상극이라는 이야기들을 하던데, 저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화가 나요. 오세훈이 잘 생기고, 노회찬이 그렇게 생기지 않았다고 그런 것만 가지고 좋아하고 싫어하는 건 아니거든요.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미디어에 노회찬이 들어가는 게 문제지, 얼굴이 검다든가 하는 그의 외모나 보여지는 바, 객관적인 이미지는 중요한 게 아니거든요. <무한도전> 멤버들이 인기 있는 건 리얼리티 덕분이잖아요.”

    “친화성인가요?”

    “친화성이기도 하고, ‘난 걔 알어’라고 느끼는 거죠. 일상의 공개죠. 노회찬 트위터의 팔로우가 몇 명인가보다는 그가 아침에 뭘 먹었는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고, 노회찬은 거기에서 성공했어요. 물론 어떤 컨텐츠를 공개하는 게 더 성공적인가 하는 문제는 남아 있어요.

    모든 미디어에 개입하는 거보다 진보신당이라는 특성과 언어에 맞는 미디어에 집중하는 게 옳다고 생각해요. 미디어마다의 이용 계층을 잘 파악해서 그들에게 맞는 각각의 화두를 던져야죠. 모든 사람들에게 외침을 던지기보다는 각각의 계층에게 소곤거리는 전략이 필요해요.”

    “그렇다면 노회찬 지지율은 왜 답보하는 거죠? 앞으로는 뭐해야 하는 거예요?”

       
      

    “투표일이 며칠 남지 않아서 그 답을 말하기는 어렵고요, 장기적인 전략은 얘기할 수 있겠죠. 물론 그런 일을 맡으면 이번에는 돈을 받아야죠, 하하.

    저는 노회찬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 이미지, 불만의 이미지를 더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노회찬이 웃지 않고 화내고 있는 거 같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노회찬이 바라보는 세상에서는 어쩔 수 없는 거죠. 당당한 눈빛, 화내는 것, 그것이 이 시대에 필요하죠. MBC 토론회에서 통쾌하잖아요, 누가 그렇게 해줄 수 있겠어요. 그것이 노회찬이 가진 무기죠. 노회찬이 화내야 하는 거죠.

    “어거지 이미지를 만들 필요는 없다는 거죠?”

    노회찬은 화내야 한다

    “예쁜 옷을 입히는 게 이미지 컨설팅은 아니예요. 패션계에서는, 변혁가로 보이려면 스트라이프를 입히라는 공식이 있어요. 그런데 얼굴 검은 아저씨한테 스트라이프를 입히면 얼마나 이상하겠어요. 교과서는 틀렸어요. 현재만이 답이예요.

    『노회찬의 약속』 표지에 나온 사진 배경이 빨간색이잖아요. 제가 그걸 선택하니까, 사람들이 빨간색은 피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더라고요. 감추긴 뭘 감춰요.”

    “최불암도 빨간색이 좋다고 했는데…”

    “당신들은, 제일 예쁜 빨간색이라고 주장해라. 다른 색을 골라보려 했는데, 다른 색은 선명하지 않다고 말해라.

    인터넷에 노회찬 이미지 검색하면 파란색 반짝이 넥타이가 나와요. 저, 그 색깔 너무 싫어해서 ‘왜 그렇게 그것만 고집해요? 후지잖아요’라고 타박했더니,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 원에 세 개 샀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거 얼른 알려야죠. 세상에 어떤 국회의원이 그런 걸 매고 다녀요. 스타일리쉬한 여자얘들 그런 거 좋아해요. 그런 거 너무 귀엽잖아요.

    청바지 입혔더니 처음에는 너무 어색해 하더라고요. 앉았다 일어났다 안절부절 못하고. 그런데 며칠 지나니까 금방 적응해서 즐겨 입으시더라고요. 청바지가 노회찬을 사회화시키는 거죠. 노회찬이 신는 캔버스화의 색깔이 보르도 와인색인지 해장국 선지색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노회찬이 거기에 적응하고 변화하는 게 중요하죠.”

    “진보신당은 어때요?”

    우리는 구겨진 자켓

    “제게 들어오는 프로젝트는 타겟이나 목표가 정확해요. 누구에게 뭘 해달라는 주문으로 청탁이 들어오죠. 그런데 진보신당은 그렇지 않았어요. 자기가 목표하는 게 뭔지를 모르는 거 같아요. 대상을 분리하고 분석하고 하는 데에서 사회가 발전한 만큼 발전하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가슴 아팠어요. 너무 뭉뚱거려져 있어요.

    진보신당은 다른 당보다 작으니까, 목표로 하는 게 더 구체적이어야 해요. 다른 당은 모든 사람들을 다 자기편으로 만들겠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아요. 우리에게는 우리편이 분명히 있잖아요. 우리편과 어떻게 대화해야 할지 더 세분화하고 더 구체화해야 해요. 우리는 작은 매체를 향해야 하고, 우리의 메시지는 개인의 일상을 향해야 해요.

    우리는 다른 당들보다 훨씬 더 많은 성공사례를 만들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 집단이예요. 왜냐하면 지지하는 사람들이 다들 능력 있고 트렌드에도 맞잖아요.”

    권영신은 진보신당 당원이 아님에도 인터뷰 내내 ‘우리’라는 주어를 사용했다.

    “꾸겨져도 상관 없는 얇은 자켓을 노회찬에게 주고, 강의하거나 할 때 소매 걷고 입으라고 했어요. 제가 생각하는 진보신당은 그래요. 열 받으면 벗어던질 수도 있고, 가방에 구겨 넣을 수도 있고. 우리는 젊으나 늙으나 그래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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