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전쟁, <당신과 나의 전쟁>
By mywank
    2010년 05월 27일 10:2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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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당신과 나의 전쟁>은 2009년 있었던 쌍용 자동차 노동자들의 파업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지난 해 여름, 쌍용 자동차 노동자들은 살기 위하여 투쟁을 시작했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 언론의 보도와 인터넷을 통해 본 모습이 전부였다. 내가 기억한 쌍용 자동차 파업은 거기에 머물러 있었다. ‘나’의 문제가 아닌, ‘그들’의 문제라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오늘 나는 당신과 나의 전쟁을 보았다. 영화 속 현실(영화 ‘속’ 과 ‘바깥’의 현실은 다르지 않다)은 적나라하다. 단적으로 말해서 노동자가 처한 현실이 처참하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카메라는 그렇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살아남은 자와 죽은 자로 대변되는 노동자들의 관계는 이제 노골적으로 적이 된 서로의 모습을 통해 재확인된다. 공장은 이제 더 이상 그들의 일터, 삶터가 아닌 생존권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싸울 수밖에 없는 전쟁터로 변해버렸다. 옥상 파업 중 회사가 투입한 공권력으로 경찰 헬기가 최루액을 뿌리고 타이저탄을 발사할 때 우리의 현실에서는 마치 노동자의 인권이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가면서 공장은 점점 섬이 되어버린다. 언론이, 사회가, 국가가 점차 섬으로 고립되어 가는 공장을 방조한다. 아니 오히려 고립시키는 데 일조한다. 용산의 기억이 중첩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가족들과의 접촉을 차단하고 대화를 거부하고 엄청난 물리력과 폭력을 동원하면서 비인간적으로, 일방적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용산과 평택은 가난한 이들을, 노동자들을 그 곳 밖으로 내쳤다.

쌍용 자동차 파업이 있은 후 평택은 죽은 도시나 다름없게 되었다. 자동차 산업의 중심이었던 산업 도시 평택은 공존과 생존의 갈림길에서 죽은 도시가 된 것이다. 한 때 잘나가던 자본과 노동의 중심지였던 평택이라는 도시는 그렇게 폐허가 되어버린 공장과 함께 광경으로서만 존재하게 되었다. 노동자들 또한 평택 시민으로서 당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을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죽은 자로 명명된 해고된 노동자들은 결국 그 도시를 떠나기를 결심한다.

이것은 해고된 노동자들을 ‘죽은 자’로 위치시키며 암묵적으로 동의한 결과이다. 영화는 우리로 하여금 쌍용 자동차의 파업을 기억할 것을, 환기시킬 것을 요구한다. 생산하는 인간일 때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몰이해, 힘의 논리에 의한 노동자들의 인권 유린과 같이 아이러니한 광경을 단순히 바라보는 입장에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문제로 치환할 수 있는지, 아니면 그들만의 전쟁으로 기억할 것인지 묻는다.

그들과 우리를 분리하지 말 것을, 타자화 시키지 말 것을 우리 또한 노동자이자 시민임을 깨닫기를 말하고 있다. 영화는 우리들에게 도시 노동자의 비참한 현실과 설득되지 않는 역설로 가득 찬 현실의 모순을 무언가 행동으로 타개하자고 촉구하지는 않는다. 다만 행동의 차원에 앞서 기억의 차원에서 우리 모두가 그것을 잊지 말자고,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쌍용 자동차 파업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싸움이란 것을 알고 있다.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영화가 단지 그들의 삶을 보여줬다는 것에서는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 없다. 이 사건이 한국 사회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무엇을 나타내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사건을, 영화를 기억하고 곱씹으면서 잊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을 내 몫으로 남겨두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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