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동행동, 현장 조직화로 파견법 저지"
    By 나난
        2010년 05월 27일 02:2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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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F의 권고로 1998년 파견업무 허용이 법제화된 이후 불법파견이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으나, 정부는 최근 파견 허용 대상업무를 종전 32개에서 49개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밝혀져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 파견 허용 업종 확대

    노동계는 특히 도급계약으로 위장한 불법파견 확대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파견문제를 노동의제가 아닌 사회의제로 확대해 노동·인권·시민사회단체 등이 공동 행동에 나서는 것”과 함께 “파견업무에 해당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현장 조직화와 저변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26일, 민주노총 등 노동·인권·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가 명동 향린교회에서 ‘파견 노동확대, 무엇을 위한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부의 파견업무 확대 시도에 대한 문제점은 물론 저지를 위한 대응 방안 등이 논의됐다.

       
      ▲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가 26일 명동 향린교회에서 ‘파견 노동 확대, 무엇을 위한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사진=이은영 기자)

    이날 발제에 나선 박주영 전국불안전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장은 “파견업무 확대는 파견 그 자체의 확대를 가져오는 문제뿐 아니라, 간접고용의 형태가 파견인지 도급인지 알 수 없도록 복잡하게 만듦으로써 사용자의 임의에 따라 노동관계를 자유자재로 변형할 수 있도록 하는 노동유연화 전략에 근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제조업 및 건설업, 운수업에 대한 파견 허용을 전제로 한 정부의 파견 대상 업무 확대시도는 전면적인 노동유연화를 위한 마지막 포석”이라며 “최근에 퍼플잡(유연근무제)을 통한 단시간 시간제 노동 시행 등을 포함해 비정규 노동 삼부작의 완성”이라고 비판했다.

    비정규 노동 3부작

    그는 “기존에 도급·외주화로 산업구조가 확립된 업종에 대해 파견을 허용하게 되면 도급 규모를 축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원청의 물량 안정화나 인력관리업체의 수익성 등 필요에 따라 도급과 파견을 수시로 변경할 수도 있다”며 “도급을 사용하면서 원청사용자의 직접적인 사용종속성이 문제될 경우 합법적 파견이라 주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이처럼 고용관계를 혼탁하게 하는 것은 노동권 보장법리의 적용을 어렵게 만듦으로써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더욱 복잡하고 열악하게 만들며, 불법파견이나 위장도급 등 편법적 고용형태를 문제 삼아 근로조건을 개선하거나 고용안정을 위한 집단적 활동을 조직할 동기도 소실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법률위원장은 특히 “파견대상 업무 확대로 인하여 개별 근로자에 대한 외주화가 파견형태를 전환될 경우 근로조건을 더욱 악화시키고 노동력 제공과 임금의 지급을 더욱 왜곡시킨다”며 “원청의 물량조정에 의해 하청업체의 구조조정이 자연스럽게 발생되는 바, 원청의 사용자 귀책 사유에 의한 구조조정 비용을 간접고용을 통해 하청노동자에게 전가시킨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미 중소 제조사업장의 고용구조는 간접고용형태로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고 특히 반원, 시화공단은 이미 90년대부터 용역회사가 난립하면서 파견노동, 직업소개, 불법적인 인력수급 행위가 주요한 노동력 공급방식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며 “2000년대 초반에 신규 고용인력의 대부분이 파견, 직업소개, 불법용역을 통하여 고용되었다”고 말했다.

    이에 두 번째로 발제에 나선 박유순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국장은 “‘파견법 폐지 및 파견확대 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가칭)을 구성해 정부의 파견업무 확대 움직임을 저지하고, 불안전 노동의 문제점을 쟁점화해 파견법 폐지 투쟁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더 이상 분노도 하지 않는다"

    그는 “파견업무 확대와 직접 연관된 해당 조직들을 중심으로 대책기구를 구성해 공동 활동에 돌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파견노동의 실태와 본질을 알 수 있는 내용을 개발해 대국민 선전전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소연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장은 전체 토론에서 “파견이 일상화된 구로공단에서는 더 이상 분노하지 않는다”며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좌절과 포기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대책위를 통한 저변확대는 물론 현장의 조직화도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선 인권단체연석회의 노동팀 활동가 역시 “파견업무 확대 저지를 위한 싸움에서 필요한 것은 충분한 가시화”라며 “파견으로 인해 우리의 자존감이 얼마나 파괴보고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를 파견대상 업무 노동자들에게 알려야 한다”며 “이들이 주체로 설 수 있도록 조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이상욱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활동가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박주영 전국불안전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장과 박유순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국장이 발제자로 나섰다. 기선 인권단체연석회의 노동팀 활동가, 한윤형 칼럼리스트, 임인택 한겨레21 기자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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