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레오본사 앞 무기한 노숙농성 돌입
    By 나난
        2010년 05월 25일 04: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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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차, 오늘(24일)부터 발레오그룹 본사 앞 무기한 노숙투쟁을 시작하기로 한 날이다. 오늘 이곳의 날씨는 최고 29도를 기록했다. 지난 주 까지만 해도 너무 추워서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보온용으로 우비를 입고 살았는데 어제와 오늘 30도에 육박하는 한낮의 기온이 가히 살인적이다.

    이곳 파리의 더위는 한국과는 달리 건조한 뜨거움이다. 북이며 장구, 침낭에 먹거리까지, 농성 물품을 지고 오느라 본사까지 1시간이상 되는 거리를 지하철을 타고 계단을 오르고 무거운 등짐에 캐리어(짐가방)까지 끌고 본사 앞에 도착한 원정단은 모두 초죽음 직전이다. 갑자기 더워진 낯선 날씨에 피곤함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듯하다.

       
      ▲ 프랑스 발레오본사 앞에서 원정투쟁단이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원정투쟁단)

    무더위 속 노숙농성 돌입

    “국제국장님과 지부교육부장님은 얼른 숙소로 돌아가시죠. 농성장은 우리가 조금 쉬었다 정리할테니까”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이대우 동지가 한마디 한다. 원정단은 현재 내일부터 이곳에서 열리는 OECD노조자문위원회 총회에 맞춰 CGT를 비롯한 프랑스 노총들과 국제금속노련(IMF) 회의에 참석 차 오늘 도착하는 민주노총 국제부장까지 발레오그룹의 OECD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위반의 건을 제소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모두들 빨리 숙소로 돌아가라고 하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풀리지 않는 느낌, 그리고 이 낯선 곳에서 전기불도 없이 물 한잔, 화장실 하나 편히 이용할 수 없는 곳에 동지를 두고 가야한다니, 막막하다.

    텐트를 칠 수 없어 본사 정문입구에 뽀쬭히 나온 처마를 지붕삼아 오늘 부터 나의 동지들이 이곳에서 잠을 청해야 한다. 오늘은 날씨가 더워 온 몸이 땀에 쩔었을텐데, 세수나 제대로 할 수 있을런지… 그러나 모질게 그리고 씩씩하게 “그럼, 수고하세요!”하며 발길을 돌린다.

    숙소에 돌아와 보니 정혜원동지는 컴퓨터 앞에 우리가 나갈 때 모습 그대로 앉아있다. 고소장을 작성할 때 필요한 이것 저것 증빙자료와 공문철을 준비했다. 원룸으로 되어있는 한 칸의 공간에 성인 일곱 명이 우글(?)거리며 살다가 셋이서 하는 식사가 너무 낯설다.

    저녁이라야 남은 음식을 먹는 것이 고작이다. 다만 내일 아침 낯선 거리, 딱딱한 돌바닥에서 피곤한 잠을 청했을 동지들에게 뭔가 해주고 싶어 이것저것 챙겨보지만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고작 김굽고 양념장 만들고 김치대용으로 산 단무지 양념하고….

    농성장에 지원물품 쇄도 ‘피자 4판, 음료수 1병, 현금 3유로’

    일명 우리가 발레오파리분회장이라 부르는 이대우동지에게 전화를 걸어본다. “어때요? 저녁은요?”. “아까 싸온 밥 먹었지… 근데 지원물품이 너무 많이 들어와”. “오잉~? 무슨 소리예요?”. 피자 4판, 음료수 1병, 현금 3유로(우리 돈 약 5천원) 를 지나가는 시민들이 주고 갔단다. “

    뭐라고 하면서 주고 갔어요?”.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뭐, 잘하라고 한 것 같아요”. “주무실만 하겠어요?”. “그럼, 프랑카드로 먼지 안 들어오게 잘 만들어놨어. 걱정 말고 내일 천천히 나와요”. “아니요, 출투시간에 맞춰서 나갈게요. 피자 다 먹지 말고 남겨놔요. 그리고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조심하시구요. 모두한테 잘 주무시라고 전해주세요.” 그렇게 지난 20일 동안 24시간 붙어있던 나의 동지에게 애틋한 인사를 전한다.

    * 이 글은 지난 6일 프랑스 원정투쟁에 나선 충남 발레오공조코리아 노동자들이 직접 써서 메일로 보내 온 <프랑스 원정투쟁 소식>입니다. 금속노조의 인터넷 기관지 <금속노동자>에도 함께 실립니다.(http://www.ilab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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