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카락이 몽땅 빠져버렸네, 하하"
    이재영 가족과 함께한 '화려한 외출'
    "형, 다음에도 한슬이랑 하람이랑 같이 와요. 꼭~"
        2012년 05월 13일 02: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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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 목요일, 저희 부부는 이재영 선배의 가족들과 과천 어린이대공원에 봄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어린이날이 코앞이고 주말은 어딜가나 사람들이 촘촘할 터라 평일을 택했습니다. 두 가족, 여섯 사람의 소풍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09년 이재영 선배의 둘째 한슬이가 아직 뱃속에 있을 때 어린이대공원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형수가 무거운 몸이어서 많이 돌아다니지는 못했지만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나중 이야기지만, 이재영 선배는 종종 형수에게 “한슬이를 출산해도 몸이 무겁기는 매한가지”라고 놀리곤 했습니다. 진보신당 당기위는 지금이라도 ‘얼릉’ 이재영 당원을 잡아가시는 게 적절합니다.

    이재영 선배가 2살 된 하람이를 안고 수족관 북극곰을 구경 중이네요. 이재영 선배는 우어어어어를 연발하며 본인이 더 신기해 했습니다

     

    하람이 겁에 질린 표정이 귀엽죠? 아참 그리고 하람이를 안고 있는 건 접니다. 얼핏 봐도 전 영화배우 조인성 닮았습니다(후다다다닥)

    모니터

    많이들 아시겠지만 이재영 선배는 20여 년간 노동운동과 진보정치에 투신하며 진보정당의 정책과 의제를 발굴하고 추진해 오신 분입니다. 거기에 더해 지성과 감성을 겸비한 날카로운 필력으로 쓰는 글마다 세간의 화제가 되곤 하셨죠. 저도 잘 압니다. 저도 예전에 레디앙에서 같이 근무해 봐서 다~~~ 아는데,

    자 퀴즈 나갑니다. 이재영 선배가 고개를 왼쪽으로 구부린 채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저 상태로 키보드를 치기도 하고, 마우스를 움직이기도 하면서 무언가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무슨 상황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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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을 바로 세우지 못해 저 상태로 계속 작업을 하시더군요. 사진이 뒤집히기라도 했으면 어떡할라고 어휴…..

     모자이크

    이재영 선배랑은 둘이서 술도 자주 마시러 다녔습니다. 아, 맞다 소풍 얘기하던 중이었는데…. 뭐 어떻게든 하게 되겠죠. 아무튼 그 때는 드라마 <선덕여왕>이 한창 인기일 때였습니다. 그 날도 형수가 <선덕여왕> 시작하기 전까지는 들어와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그런데 술 마시다 보면 그게 어디 잘 되나요. 선배는 결국 귀가 시간을 넘겼고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우린 이런 대화를 나눴습니다.

    “세진, 내가 하람이 엄마한테는 다른 핑계 댈테니까 절대 나랑 술먹었다고 하면 안돼”

    “네네 그럼요. 일어나기 전에 사진이나 한 장 찍죠”

    “요새 블로그 열심히 하네. 대신 사진은 꼭 모자이크 해 줘. 들키면 진짜 큰일나”

    “물론이죠. 모자이크 꼭 해드릴께요”

    이때부터 저는 형수의 총애를 거머쥐게 됩니다.

    환절기엔 감기 조심

    블로그 얘기를 하니까 갑자기 하람이 사진 한 장이 생각났습니다. 제 블로그에 있던 하람이 사진만 하나 보고 다음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 하람이에요.
    한동안 소식이 뜸했지요?
    네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얼마전에는 이사도 했답니다.
    방이 세개나 있는 큰 집으로요.
    좋냐구요? 너무 좋아요.
    가끔 집에서 길을 잃기도 해요.
    역시 돈이 최고인 것 같아요.

    아무튼 환절기엔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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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공원

    드디어 소풍 이야기입니다. 오전 10시 반에 제 작은 차에 여섯 명이 올라타 과천 서울대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이재영 선배는 과천으로 진입하자 창밖을 바라보며 “와, 얘들아 벌써 나무가 저렇게 많다”라며 과천시의 면적과 인구 분포, 소득 수준과 교육 수준, 진보정당의 역대 득표율 같은 누구나 하는 그런 평범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들려줬습니다.

    얼마 전, 이재영 선배는 경상남도 양산에 위치한 암환자들을 위한 요양소에 다녀왔습니다. 깊은 산중이고 교통이 불편한 곳이라 제가 동행을 했었습니다. 이재영 선배는 먼 길을 운전하게 만든 게 미안하셨는지 오늘만은 입장권이든 점심이든 전부 자신이 내겠다고 우기셨습니다. “나 사람들이 치료비로 돈 많이 걷어줬어. 와 신난다”라며.

    왼쪽부터 이재영 선배, 형수님 그리고 첫째 하람이입니다. (사진=고세진)

    입장권을 끊고 코끼리열차를 타고 또 케이블카로 갈아타고 대공원 정상에 올랐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가며 둘째 한슬이와 이야기를 많이 나눴습니다. 하람이가 새침떼기인 반면 둘째 한슬이는 붙임성도 좋고 호기심도 많고 애교도 많고 웃음도 많습니다. 그런데 조금 잘 삐지는 편입니다. 형수는 “그건 200% 이재영 씨 닮아서 그렇다”라고 강하게 주장하십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형수도 엄청 잘 삐지시잖아요!!!

    둘째 한슬이와 저의 아내 (사진=고세진)

    정상 근처의 식당에서 맛있게 점심을 먹은 뒤 본격적인 동물원 관람에 나섰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이재영 선배는 참 아는 게 많습니다. 동물이나 식물에 대해서도 많이 압니다. 하람이와 한슬이가 “저게 뭐야?”라고 하면 저는 “저건 코끼리지!!!”라고 자신있게 말해줍니다. 그러나 곧이어 이재영 선배가 말을 잇습니다.

    “어 저건 코끼리 맞는데 그냥 코끼리가 아니고, 아시아 코끼리야. 수명은 60살 정도고 인도나 태국, 중국 남부에 주로 살아. 무리를 이뤄 생활하고 주로 낮에는 휴식을 취하고 밤에 먹이를 먹지. 아프리카 코끼리와 더불어 육상동물 중에서는 가장 큰 동물이고, 시력이 약하고 목이 짧아서 뒤를 못 봐. 대신 청각과 후각은 많이 발달되어 있어. 사람보다 임신기간이 길어서 20개월 전후의 임신기간을 가지고 사람처럼 한 번에 한 마리를 낳지.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이니까 우리 아가들 함부로 대하면 안되겠지?”

    뭐 이런 식입니다. 보통 저 정도로 알고 있기는 힘들잖아요. 유사시 소풍을 대비해 평소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받는 게 분명합니다.

    한슬이는 엄마 아빠보다 누나 하람이의 동선을 부저런히 쫒으며 동물원 관람을 했습니다. 연년생 형제들은 많이 투닥거린다고 들었는데 이 남매 사이는 무척 좋았습니다. 특히 한슬이가 누나 하람이를 잘 따르더군요. 이재영 선배 말로는 하람이가 누나 역할을 야무지개 해낸다고 합니다. 가령 한슬이가 떼를 쓰거나, 누나 하람이 말을 안 들으면 하람이는 한슬이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합니다.

    “넌 4살이지만 난 5살이야. 난 어른이니까 넌 내 말을 들어야 해”

    한슬이는 동물 중에서 말이 제일 좋다고 했습니다. 말도 좋아하고 코끼리도 좋아하고 오리도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오리? 오리는 왜 좋아하냐고 물었습니다. 한슬이는 “나 오리 좋아해. 오리 옛날에 한번 먹어본 적 있는데 맛이 좋아서 좋아해”라고 했습니다(한슬이의 동심은 한 착한 어른의 마음을 파괴했습니다 ㅠㅠ).

    직선 코스로 아주 천천히 동물원을 둘러보며 내려왔습니다. 이재영 선배는 새로 맞는 항암 주사가 몸을 많이 힘들게 한다고 했습니다. “세진, 나 양산갈 때보다 얼굴색은 좀 좋아지지 않았어? 그치 좋아졌지? 그런데 머리카락은 몽땅 빠져버리네. 하하”

    왼쪽부터 이재영 선배와 하람이를 안고 있는 제 아내 (사진=고세진)

    왼쪽부터 하람이, 이재영 선배, 형수, 한슬이 (사진=고세진)

    이재영 선배는 그날의 따뜻한 봄볕을 무척 아까워했습니다. 그래서 다음에도 이렇게 여섯이서 다시 소풍 오자고 했습니다.

    물론이에요 재영이 형,
    다음에도 한슬이랑 하람이랑 같이 와요. 소풍
    꼭…

    필자소개
    레디앙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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