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은 엄마 돈으로”
    2010년 05월 23일 03:5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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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저녁 7시, 홍대 인근에 위치한 ‘공중캠프’라는 아지트에 젊은 레디컬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들의 목표는 한국사회 해부, 이 사회를 규정하는 ‘진보-보수’ 구도를 넘어, 젊은 그들이 한국사회를 뒤흔들기 위한 급진적이고 근본적인 ‘그 무언가’를 일단 한번 얘기해보는 것이다.

‘분개한 젊은 래디컬’이란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청년 급진주의자’를 자임하는 조병훈씨와 양승훈씨의 기획으로 밴드 밤섬해적단의 드러머 권용만씨, 소설 『미나』, 『풀이 눕는다』의 저자 김사과씨, 사회당 당직자로 기본소득 운동을 벌이고 있는 김슷캇씨, 『요새 젊은 것들』의 저자 박연씨, 화성 코뮨 ‘야마가시’ 출신의 이경목씨가 참석했고 객석에도 20여명의 젊은 청중들이 이들의 토론을 참관했다.

#1. 혁명은 엄마 돈으로

토론회는 자신들의 사는 얘기부터 시작되었다. 우연찮게도 참석자들의 대부분은 부모로부터 ‘독립’을 꿈꾸었고, 실제로 잠시 독립을 이루었으나 다시 부모의 집으로 들어간 ‘전력’이 있었다. 이는 ‘생계의 곤란’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결국 부모의 품에서 뛰쳐나오는 것은 해방이라기보다 체제의 편입일 수밖에 없다는 ‘자각’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김사과씨는 “솔직히 부모에게 투항하면 (어려운)삶을 살지 않아도 된다”며 “(평범한 삶에 비해)조금만 다른 선택을 해도 (삶이)힘들어진다는 것을 소설에서 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도 뭣도 모르는 어린나이에 시급 조금 받고 많은 일을 하면서 어떻게든 블루칼라 노동을 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젊은 ‘레디컬’들의 대화(사진=정상근 기자)

박연씨 역시 “방학 때 돈이 없어 뭘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과외를 하게 되었다”며 “논술과외에서 학생이 ‘4대강 비판’을 썼는데, 학생의 의견에는 동의하지만 입시를 위해서는 좋지 않은 선택이어서 모순감이 들었고 결국 학생과 토론하다가 과외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돈이 없는데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는 걱정이 먼저 들었다“고 말했다.

권용만씨는 “군대 가기 전에 알바를 좀 했는데, 자취하면서 월세 내기도 빠듯했다”며 “결국 집에 들어가 지금은 내가 부모님 돈을 받고 살고 있다”고 말했다. 밤섬해적단의 멤버인 그는 “밴드를 하는데 연습하고 악기 사는 돈이 엄마 아빠 돈이다”며 “다음 앨범 이름이 ’혁명은 엄마 돈으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알바하면서 자본의 개가 되거나 부모님에게 기대거나 두 가지 밖에 없는 것다. 집에서 나온다고 독립이 된 것이 아니라 자본에 백기투항하는 것이 되더라. 마트를 가더라도 독신용으로 포장된, 자본이 내게 주는 서비스를 하나하나 구매하고 있는 내 모습을 봤다. 가정에서 독립을 했을지 모르나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위해서는 정말 다니기 싫은 회사도 다녀야 하고, 거기서 스트레스 받으면 쇼핑으로 풀고, 결국 절망하고 집으로 들어갔다”(김사과)

#2. 진보 대 보수는 진부하다.

정치의 계절이 돌아오면서 ‘정치’ 얘기는 테이블에서 빠질 수 없는 주제였다. 특히 20대들의 가장 약한 고리가 정치다. 최근 몇 차례의 선거에서 20대 투표율은 30~40%사이를 오고갔다. 그런데 정말 20대는 정치에 관심이 없을까? 20대가 정치를 하면 ‘진보’를 선택할까?

김사과씨는 “20대 담론 자체를 만드는 사람들의 정신상태가 궁금했다”며 “<경계도시2>를 보면서 느낀 것은 송두율 주변의 진보적 인사들이 송두율을 다루는 것이 그들이 20대를 다루는 것과 유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타인의 계몽에 대한 욕망은 강하나 자기 성찰이 없다”며 “87년이 20년도 넘었는데 자기성찰적 결과물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 경악했다”고 말했다.

박연씨는 “진보를 직업으로 삼는 분들은 자꾸 이슈가 나오면 그걸 따라잡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슈에 대한 자기 포지션을 반드시 가지려 하고, 그것이 지나면 다른 이슈에 매달리면서 이전의 이슈가 잊혀진다. 그들은 또 자신들도 잊고 있었으면서도 잊혀지는 것에 대해 비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사람들이 위기를 말할 때는 새롭게 할 말이 없을 때인 것 같다”며 “기본적인 걸 얘기하면 되는데 자꾸 새로운 것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88만원 세대’가 잘 되니까 별의 별 것이 다 나오더라”며 “결국 진보라는 공간에서 어떻게든 먹고 살려고 노력하는구나는 생각이 들었고, 그걸 인정하면 괜찮은데 또 그걸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포장하려는게 문제”라고 말했다.

권용만씨는 “진보-보수란 말이 애매하다”며 “결국은 돈이 되는 일이냐, 돈이 안되는 일이냐는 차이라는 생각도 든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판이나 TV를 보면 매일 노무현 얘기가 나오는데, 노무현을 어떻게 부활시키나?”며 “예전에 이명박이 똥이라면 노무현은 오줌이다란 글을 썼더니 그 순간 ‘님 이명박 좋아요?’란 댓글이 올라오더라. 그 둘이 무슨 사탄과 천사냐?”고 말했다.

김슷캇씨는 “대연합-대통합 얘기가 나오고 있다. 뭉쳐야 산다. 흩어지면 표 떨어진다는 논리인데 이는 그야말로 웃긴 논리”라며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이 통합해야 한다고 난리도 아닐 때, 한 사람이 ‘통합해봐야 3%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통합의 목적이 없다”고 말했다.

#3. 그들에게 ‘래디컬’이란?

그럼 그들에게 ‘래디컬’이란 무엇일까? 김슷캇씨는 “래디컬은 욕망이다. 우린 정작 우리의 욕망을 얘기하지 않는다. 욕망에 대해 풀어놓고 얘기를 하려면 욕망의 중요성을 얘기해야 할 것 같다. ‘나는 도덕적이지 않다’는 운동을 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박연씨는 “오늘 자리가 ‘래디칼 좌파’라는 진보 안의 또 다른 세력화를 얘기하는 자리가 아닌가 우려했다. ”며 “하나의 세력과 노선을 만드는 순간 그것은 무언가는 포괄할 수 없는 것이 되어간다”고 말했다. 이어 “진보-보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담론이 부정하고 다루지 못하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 래디컬인 것 같다”고 말했다.

권용만씨는 “다들 잘하는 것이 있는데 나처럼 단순한 키보드 워리어에 아는 것 없는 무능력자들도 있다”며 “나는 나처럼 판에 못 끼는 사람들과 놀고 싶다. ‘래디컬’이라고 하는데 정말 배운 사람들이 앞서서 가고 급진적으로 가는 것도 래디컬일지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도 뭔가 불만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경목씨는 “앞으로의 ‘업’을 이상사회를 만드는 일로 생각하고 있다”며 “생각에만 머물지 않고 몸으로 실천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래디컬 하지 않을까?”라며 “진보와 보수라는 것에 대해 나는 제약이 별로 없다. 이를 벗어나 생각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사과씨는 “래레디컬’이란 말을 사전에서 찾아 보니 ‘근본적’이고 ‘급진적’이란 얘기가 있더라”며 “굉장히 좋은 조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래디컬은 타협하지 않는 것인데 나는 내 생활에서 급진주의자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은 없지만, 내가 잘하고 익숙한 분야부터 급진적인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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