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들이 전세계 선거판을 장악한 방법
        2010년 05월 22일 12:5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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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이트 시장의 선거운동에서 소여와 밀러는 사람들의 마음에 잠재되어 있는 티밀티에 대한 의구심을 건드리는 방법을 선택했다. ‘티밀티에게는 경박한 이미지가 있어요. 우리는 그 이미지를 부각하는 방향으로 손을 써야 합니다.’ … 그들은 티밀티가 젊다는 것, 두 번이나 시장 후보로 나섰다가 떨어졌다는 것, 사소하고 새로운 이슈들을 계속해서 내놓는다는 것을 건드리기로 했다.”(『알파독』p49, 4선을 만든 이미지 캠페인)

       
      ▲ 책 표지.

    『알파독』(부키, 16,000원)은 미국 정치 컨설팅 기업인 ‘소여 밀러 그룹’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여 밀러의 행적을 추적하며 세계 선거전의 이면을 파헤치는 한편, 이들을 통해 정치 문화가 어떻게 오늘날의 모습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저자 제임스 하딩이 ‘소여 밀러 그룹’에 관심을 가진 것은 지난 2004년 미국 대선 취재 과정에서 ‘부시의 책사’로 불리는 칼 로브를 보며 ‘그의 가방 안에 과연 무엇이 들었을까’란 의문을 가지면서부터다. 저자는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칼 로브의 선거 전략을 짠 ‘소여 밀러 그룹’의 행적을 뒤쫓은 것이다.

    ‘알파독’은 망보는 개의 무리를 이끄는 대장 개를 일컫는 말로, 소여 밀러 그룹은 미국 정치 컨설팅 업계의 ‘알파독’이라 할 수 있다. 소여 밀러는 일찍이 텔레비전의 위력을 간파하고 1970년대부터 인물과 이미지를 중시하는 선거 캠페인,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 슬로건 부각 전술 등으로 상징되는 이른바 미국식 미디어 정치를 전 세계에 전파했다.

    『알파독』에 따르면 소여 밀러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세계 주요 선거의 막후를 지배했다. 그들의 영향력은 미국을 넘어 남미,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까지 뻗쳤다. 1978년 미국 보스턴에서 네거티브 전술과 이미지 광고로 케빈 화이트 시장의 4선 도전을 성공시켰다. 소여가 처음 경험한 1973년 베네수엘라의 대통령 선거는 미국 컨설턴트들이 해외에서 영향력을 발휘한 첫 선거가 되었다.

    1986년에는 필리핀의 피플파워 혁명을 지원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소여 밀러는 미국의 미디어를 적극 활용한 전략으로 독재자 마르코스에 대항하는 ‘가정주부’ 코라손 아키노를 필리핀의 잔다르크로 만들었다.

    이후 칠레의 야당 편에 서서 독재자 피노체트의 축출을 돕고, 한국의 민주 투사 김대중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면서 소여 밀러는 민주화의 지원군으로 이름을 날렸다. 또 김대중을 비롯하여 폴란드의 레흐 바웬사, 티베트의 달라이라마, 이스라엘의 시몬 페레스, 코스타리카의 오스카르 아리아스 산체스 등 5명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에게도 자문을 제공했다.

    『알파독』은 소여 밀러가 텔레비전이 우리의 생활과 정치를 바꿔 놓으리라고 기대했다고 말한다. 텔레비전을 통해 새로운 후보와 정책을 사람들에게 직접 알리고 기존의 정당 정치를 깰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한 것이다. 그들이 전파한 미디어 정치의 바탕에는 이런 기대가 깔려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들의 희망과는 반대쪽으로 흘러갔다.

    저자는 『알파독』에서 소여 밀러가 퍼뜨린 미국식 정치는 정치를 ‘스타벅스’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오늘날 정치는 세계 어디를 가나 똑같기 때문이다. 난무하는 이미지 정치와 네거티브 공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환멸을 느낀다. 유권자들의 3분의 1은 투표권조차 행사하지 않으려 한다.

    이에『알파독』은 소여 밀러가 본질을 외면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이미지만을 중시하는 정치 문화를 확산시킨 주범이라고 말하며, 그들의 전략은 정치인을 상품으로, 유권자를 소비자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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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제임스 하딩

    영국의 저널리스트로, 1994년 『파이낸셜 타임스』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한 이래 중국 상하이 지국을 개국하고, 미국 워싱턴 지국장을 역임했다. 2006년 『타임스』로 자리를 옮긴 뒤 현재 편집국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그동안 『워싱턴 포스트』『뉴 리퍼블릭』『슬레이트』 등의 매체에 글을 써 왔다.

    역자 – 이순희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폴 브랜드 평전』『클린턴의 마이 라이프』(공역) 등의 전기와 러셀의 『행복의 정복』『러셀 북경에 가다』 외에 『판단력 강의 101』『나쁜 사마리아인들』『기후 커넥션』『집단 지성이란 무엇인가』 등 다수의 책을 번역했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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