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 생전 삼성의 '한' 풀겠다"
    By 나난
        2010년 05월 21일 05: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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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애정씨.(사진=칼라TV, 박성훈) 

    한국사회 속 ‘삼성’의 영향력은 측정 불가능할 정도다. 정치·사회·경제 그 어디에도 삼성의 손이 뻗치지 않은 곳이 없다.     

    그래서 일까. 삼성에 대한 한국사회의 인심은 후하다. 아니, ‘삼성에 다닌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그들을 ‘쳐준다’. 정애정(38) 씨도 그랬다.

    11년간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일한 그는 “삼성 ID카드를 목에 걸고 식당에 가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그토록 자랑스럽던 삼성이 지난 2005년 7월 남편, 고 황민웅 씨의 목숨을 앗아갔다. “감기인 줄만 알고 한 달 간 동네병원에서 감기약”만 먹었던 남편이 어느 날 “큰 병원으로 가 보라”는 의사에 말에 찾은 수원 아주대학교병원에서 급성 림프종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21일 <칼라TV> ‘정태인의 호시탐탐’이 정 씨를 만났다. 2007년 삼성을 그만 둔 그는 현재 남편의 죽음 이후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이하 반올림 http://cafe.daum.net/samsunglabor)를 통해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피해 사례와 직업병 인정을 위해 뛰고 있다. (<칼라TV> 생중계 다시 보기)

    "백혈병 피해자 돈으로 회유"

    정 씨는 남편이 급성 림프종 백혈병 진단을 받은 그날을 “얼떨떨한 하루”였다고 회고했다. 가벼운 감기가 급성 림프종 백혈병이 됐고, 그날 오후 바로 항암치료에 들어갔다. 진단을 받을 당시 정 씨의 뱃속에는 5주된 태아가 자라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아이가 태어나고 얼마 후 정 씨는 남편의 장례를 치렀다.

    철석같이 믿었던 삼성이 가슴의 ‘한’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는 “살아있을 때까진 풀어야 한다”고 말한다. 정 씨는 남편이 사망 한 이후 2년이 넘어서야 반올림의 피해자들과 함께 산재신청을 했다. 그렇게 삼성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하지만 삼성의 벽은 높고도 높았다. 정 씨는 삼성이 백혈병 피해자들을 돈으로 회유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산기 씨에게는 꽃다발과 과일을 들고 가 돈을 줄 테니 산재신청을 하지 말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반올림이 산재신청을 하며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주류 언론은 보도를 하지 않았다. 그는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언론에 미치는 삼성의 영향력을 알게됐다.

    "반올림 활동 지켜보는 사람 많아"

    정 씨는 “언론조차 삼성을 무서워 한다는 걸 느꼈다”며 “최근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백혈병 관련 촬영을 해갔지만 방송은 안 됐다. 기자들이 삼성을 무서워하는 것을 떠나 삼성이 힘을 싣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삼성과의 싸움이 쉽진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고 박지연 씨 사망 이후) 용기를 내 (반올림에) 제보를 해주고 있지만 드러내는 걸 꺼려합니다. 하지만 (반올림 활동을) 지켜보고 있는 분들이 많아요. 확증이 되면 (제보자가) 더 많아질 거예요.”  

       
      ▲ 정씨는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하다 백혈병 등을 얻은 피해자들의 산재승인을 받기 위해 싸우고 있다.(사진=박성훈/칼라TV)

    현재 반올림을 통해 집계된 피해자만도 53명이다. 그는 이들과 아직 제보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피해자들을 위해 “첫 발자국을 남긴다”는 의미에서라도 산재 승인 싸움에 몰두하고 있다.

    반올림에 집계된 피해자 53명

    “팔 다리가 부러지는 것만 산재"인 줄 알았던 정 씨다. 삼성에서 근무하는 중에 그 역시 생리불순을 겪었다. 그는 “여직원들 사이 생리불순을 겪는 것은 흔하다”며 “기혼이 되면 유산이나 불임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도 그 누구도 대놓고 이야기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내 탓인가 보다’, ‘한 달 거를 수 있지’라며 넘어간 것이다.

    근로복지공단은 아직 삼성반도체에서 백혈병 등을 얻은 피해자들의 산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 씨는 현재 반올림과 함께 ‘산재불승인 처분취소 행정소송’을 진행 중에 있다. 그는 “너무 외롭게 (싸우고) 있다”며 “당한 자만 억울하고 분한 게 아니라, 정부기관까지 양심을 팔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소리를 내줬으면 한다. 힘을 보태 달라”고 호소했다.

    <칼라TV> ‘정태인의 호시탐탐’은 지난 7일 김용철 변호사를 시작으로 매주 금요일마다 삼성을 고발하는 연속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 21일에는 반올림의 정애정 씨와 인터뷰가 진행됐으며, 다음달 4일에는 김용철 변호사, 김상조 한성대 교수, 김상봉 전남대 교수 등이 참석해 ‘삼성을 생각한다, 삼성에 대한 생물학적 고찰을 통한 대안 모색’을 주제로 토론회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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