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레오, 쌍용 이어 두번째 금속 탈퇴
    By 나난
        2010년 05월 20일 03: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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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4일간 직장폐쇄로 노사 갈등을 겪고 있는 (주)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옛 발레오만도)에 두 개의 노조가 들어서게 됐다. 회사 측은 직장폐쇄를 진행하며 일용직 노동자를 채용해 공장을 가동해 왔다. 이후 투쟁이 장기화되자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이하 지회) 조합원의 대다수가 업무에 복귀했으며, 이들을 중심으로 지난 19일 금속노조 탈퇴를 위한 ‘조직형태 변경을 위한 임시총회’가 개최됐다.

    회사, 조합원 압박, 반노조 교육

    조합원 95%가 금속노조 탈퇴에 손을 들었다. 조합원들이 이처럼 압도적 찬성률로 노조를 탈퇴한 것은 그 동안 회사쪽에서 공공연하게 금속노조 탈퇴를 강요해온 것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회장과는 교섭하지 않겠다"며 조합원들을 압박하는 한편, 회사 차원의 반노조 교육을 진행해 온 것이다.

    지회는 임시총회가 소집권이 없는 사람에 의해 진행됐다며, 절차상 "무효"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절차상의 오류가 법적으로 밝혀진다 하더라도 이미 갈라선 두 개의 노조가 다시 하나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투쟁을 전후해서 노조가 분열되고, 한쪽이 금속노조를 탈퇴한 사례는 지난해 쌍용자동차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 19일,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 일부 조합원들이 ‘조직형태 변경을 위한 임시총회’를 개최한 가운데 지회 간부 등이 절차상의 문제점 등을 지적하며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사진=금속노조)

    이번 총회는 업무에 복귀한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조합원을 위한 조합원들의 모임’(이하 조합원모임)에 의해 19일 오전 9시경 ‘조직형태 변경을 위한 임시총회’를 경주 발레오공조시스템스코리아 공장에서 개최됐다.

    재적 조합원 605명 중 543명이 투표에 참석했으며, 이 중 517명이 조직형태 변경에 찬성표를 던지며 금속노조 탈퇴를 선택했다. 95.25%의 찬성률로, 반대 22표, 무효는 4표였다. 그리고 임원선출 투표에서는 487명이 찬성하며, 90.5%의 찬성률로 정홍섭 씨를 기업별 노조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반대 48표, 무효 8표였다. 이들은 상급단체 없는 기업별 노조로 남을 예정이다.

    "지회 단위서 금속노조 탈퇴 불가"

    그간 회사 측은 직장폐쇄가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일용직 노동자를 채용해 공장을 가동해 왔으며, 조합원에 대해 업무복귀를 종용해왔다. 20일 현재 605명의 조합원 중 500명 가량이 공장에 복귀한 상태다. 공장 밖에서 ‘직장폐쇄 철회’ 등을 요구하며 농성하는 조합원은 지회 간부 등을 중심으로 100여 명이 채 안 된다.

    회사는 투쟁이 장기화되면서 생계의 곤란을 느낀 조합원들의 공장 복귀가 점차 늘어나자 "15대 집행부와 교섭하지 않겠다", "회사의 희망사항은 금속노조 탈퇴다"라는 말을 공공연히 하는 가하면 "노조 때문에 회사가 어렵다"는 내용으로 직원 교육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상환 금속노조 조직국장은 "투표가 진행되기 얼마 전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반대표가 나오면 부서 전체가 날아간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며 "회사는 금속노조 탈퇴와 정연재 지회장의 사퇴를 원했고, 이에 지회장이 사퇴의 뜻을 밝혔음에도 탈퇴 투표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총회를 둘러싸고 절차상의 오류가 지적되고 있다. 경주지부는 “금속노조는 개별 탈퇴는 가능하지만 지회 단위에서의 조직형태 변경은 안건이 될 수 없다”며 이를 거부했지만 총회는 강행됐다. 현재 발레오만도전장시스템스 기업별노조는 설립신고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번 발레오 사태는 지난 해 정리해고에 이은 ‘옥쇄파업’의 후유증으로 노조가 갈라지고, 조업에 임한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노조가 금속노조를 탈퇴한 것과 동일한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노동자 내부 갈등이 심각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단결의 ‘감정적 토대’가 붕괴되고 있는 셈이다.

    금속노조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자본의 노동자 갈라치기 전술이 또 다시 맞아떨어진 것"이라며 "그에 비해 노동계는 치밀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지회는 물론 금속노조의 집행력에 대한 문제제기가 일고 있다.

    금속노조 집행력 문제 제기도

    금속노조는 지난 2월 발레오공조시스템스코리아가 직장을 폐쇄하자 경주지부를 중심으로 투쟁에 나섰다.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 역시 각종 결의대회 등을 통해 발레오만도지회 투쟁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약속은 몇 차례의 결의대회를 개최하는 데 그쳤다. 경주지부는 전면파업을 선언했지만 노사 협의를 이유로 하루 만에 유보했다. 발레오의 부품을 조달받는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노조들 역시 발레오의 직장폐쇄가 석달을 넘어가는 상황에서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에 현장에서는 “입으로만 투쟁을 외쳤을 뿐 실천은 없었다”며 “투쟁에 무기력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조합원은 “지난 4월 28일 개정 노조법 관련 파업을 접은 데다 금호타이어, 발레오까지 이어오며 이렇다 할 투쟁을 만들지 못했다”며 “이는 금속노조가 가진 영향력과 집행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발레오만도지회는 일단 법적 대응 등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절차상의 오류가 명백해 지더라도 총회는 다시 절차를 밟아 진행하면 그 뿐이다. 따라서 쌍용차지부와 발레오만도지회의 경우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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