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MB 연대전략, 방식 절차 문제 있어
    민심 역동성 무시…여론조사, 정치 대체"
        2010년 05월 20일 12:5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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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교수(서울대)는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진보개혁진영이 추구한 ‘반MB 연대’는 “향후 한국 정치에서 진보·개혁진영 사이의 연합정치는 필수품이 될 것”이며 “연합정부를 전망하는 선거연합전략으로서 한국 정치사상 획기적인 시도”라고 평가했으나, 이 같은 ‘전략이 작동·관철되는 방식과 절차’에 대해서는 ‘유감’이라는 내용의 글을 발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진보개혁 연합정치는 필수지만

    조 교수는 한겨레가 20일 문을 연 오피니언 사이트 ‘훅’(hook, High-Quality Online Opinion in Korea)에 올린 “‘친노냐, 친MB냐’, 그게 다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 같이 밝히고 △민주당과 연대를 우선시한 민주노동당의 태도 △공개토론과 검증이 빠진 민주당의 후보 결정 절차 △한명숙, 유시민 등 범야권 후보와 노회찬, 심상정 등 진보신당 후보 사이의 공개토론과 정치협상 실종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조 교수는 우선 “노무현 정부 시절 신자유주의 정책, 이라크 파병, 한미 FTA 등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던 민주노동당은 이번 선거에서는 ‘반MB연대’를 당면한 최고의 목표로 설정하면서, 같은 진보정당인 진보신당 보다는 민주당과의 연대를 우선시했다”는 점을 제기했다.

    그는 “민주노동당은 당세 확장을 위하여 진보대연합 대신 기초단체장이나 기초의원에서 얻을 지분이라는 실익을 냉정하게 선택”함으로써, “‘김대중·노무현과 이회창 사이의 차이가 한강 샛강이라면, 그들과 나 사이에는 한강 본류가 흐른다’라는 권영길 의원의 공언은 무색해졌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반MB연대’를 위한 제1야당 민주당과의 연대는 필요하다는 점, 정당이 당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그 이전에 뿌리가 같은 진보정당과의 연대가 있어야 했던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가시질 않는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이번 민주노동당의 결정은 두 진보정당 사이의 이미 존재하는 감정적 앙금을 더욱 짙게 할 것이며, 향후 진보정당의 정체성과 진로에 대한 논쟁을 일으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보정당 사이 앙금 더 짙어질 것"

    조 교수는 민주당 경선과 관련해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과는 달리,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애초부터 김빠진 맥주 격이었다.”며 “TV 토론과 국민 참여 경선을 요구한 이계안 후보의 요청은 철저하게 외면당했다.”고 지적하고 이는 사실상 ‘전략 공천’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명숙 후보가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을 묶을 수 있는 최적의 후보이긴 하나, 전략 공천에 따라 이계안 후보의 탁월한 많은 공약들이 대중들에게 알려질 기회가 상실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단일화는 민심의 역동성을 무시하고 여론조사로 정치를 대체해버리는 위험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와 함께 “한명숙, 유시민 등 범야권의 주류 단일 후보와 노회찬, 심상정 등 진보신당의 후보 간의 ‘반MB 연대’를 위한 공개토론과 정치협상의 실종”을 지적하고, “‘반MB후보단일화’ 프레임이 야권 내의 모든 논쟁과 토론을 묻어버리면서 진보신당은 고립무원의 상태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종합 HOT 신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노 후보의 정책 공약집 『노회찬의 약속-2010년 6월』의 내용이나, 경제정의실천연합의 경기도지사 후보 공약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심 후보의 공약은 선거판에서 사라졌다.”며 한명숙, 유시민 후보 측에서 노회찬, 심상정 두 후보에 대해 “음양으로 중도 사퇴하라는 압력을 넣고 있는 듯하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당내 경쟁자도 아니고 노선과 정책, 이번 선거에서의 목표가 다른 정당의 후보인데, 그들이 후보와 정책에 대한 상호 검증을 요구하고 완주 의사를 밝히면 바로 ‘분열주의자’ 취급을 받을 수 있는 기묘한 상황”이라며 “야권 후보단일화 프레임의 최대 수혜자인 한 후보 측이나 유 후보 측이 소수의 진보신당 지지표가 필요하다면, 진보신당이 납득할 수 있는 단일화의 방식과 절차를 제시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속가능한 연합정치를 위하여

    그는 “연합정치가 성공하려면 소수 정파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진보신당은 이번 선거에서의 나쁜 성적을 감수하고 2012년과 그 이후를 바라보며 독자의 길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루어진 여러 경험을 토대로 하여 연합정치의 기준과 절차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지 않는다면, 지속가능한 연합정치는 어려워질 것이고 진보·개혁진영은 내부로부터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 교수는 “토론과 경쟁이 빠진 진보·개혁진영의 무조건 단결과 여론조사에만 의존한 후보 선정은 소수파 후보에게만 ‘독배’―이계안 후보의 말을 빌자면―를 강요하는 문제를 낳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진보·개혁진영 전체가 ‘독배’를 마시는 것과 같은 후유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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