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희대에 노조만 있었어도…"
        2010년 05월 19일 03:2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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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에서 봤는데 가슴이 떨려가지고 말이에요. 학생이 그렇게 해서는 안되죠. 어머니 뻘 되는 사람한테 그러면 안되는 거예요. 우리 학교는 그런 일은 없어요. 경희대는 노조가 없어서 그런가 봐요”-공공노조 서울경인 공공서비스지부 성신여대분회 나종례 분회장

    "소통하면 그런 일 안 일어나"

    최근 인터넷을 발칵 뒤집었던 ‘경희대 학생의 어머니뻘 청소노동자 막말 사건’을 들은 청소노동자들은 하나같이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며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경희대 막말 사건은 지난 5월 13일 경희대 학생이 여자화장실과 휴게실에서 청소노동자에게 욕설과 폭언을 해 누리꾼들의 공분을 부른 사건을 말한다.

    공공노조 서경지부 덕성여대분회 한원순 분회장은 “우리 학생들은 그런 일이 없다. 보면 인사도 잘하고 우리를 많이 도와주려 한다. 그런 일이 벌어졌던 게 믿기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한 분회장은 “우리가 조합원들에게도 학생들하고 잘 지내라고 말하고, 만일 그런 비슷한 일이라도 있으면 바로 노조로 연락하라고 한다”며 “그러나 아직까지 학생들과 그런 언쟁을 벌인 적은 없다”고 전했다.

    노동조합이 있었더라면 학생이 청소노동자에게 막말을 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이영숙 고려대분회장은 “우리가 노동조합을 만든 지 7년째인데 노조 생긴 후에는 학생들하고 유인물도 많이 돌리고 선전전도 많이 했다”며 “그러면서 학생들하고 우리들하고 인간관계도 끈끈해졌다”고 말했다.

    이 분회장은 “폐지(廢紙) 투쟁을 벌일 때도 학생들이 1만 명이나 서명을 해줘서 우리가 이길 수 있었다”라며 “같이 사업을 많이 하니까 학생들이 우리를 이해하는 폭이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학생들과 노동자들이 학교라는 공간에서 일상적인 소통을 함으로써 경희대 사건 같은 어이없는 일은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고려대 폐지 투쟁은 지난 해 말 청소노동자들이 학교에서 나오는 폐지를 모아 식대로 충당하려는 것을 학교측이 막자 학생과 청소노동자들이 함께 투쟁을 벌인 것을 말한다.

    "휴지는 잘 보인 곳에 버려줘"

    2008년 학생들과 함께 해고 투쟁을 벌였던 성신여대 나종례 분회장도 “경희대는 노동조합이 없어서 그런 일이 생긴 것 같다”라며 “우리는 총학생회 학생들하고 같이 점심도 먹는 등 항상 협력하고 있어 학생들과 사이가 좋다”고 전했다.

    이화여대 신복기 분회장은 “모든 학생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닐 텐데 너무 몰아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그런 학생은 아주 일부분일 것이고 대부분 학생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 분회장은 또 “올해 1월 노동조합을 만들 때 학생들이 큰 도움을 줬다”며 “인간답게 일 할 수 있게 해준 학생들에게 너무 큰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청소노동자들은 학생들에게 당부의 말도 전했다. 담배나 휴지 등을 버릴 때 안 보이는 곳에 숨기지 말고 잘 보이는 곳에 버려두는 것이 청소하기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청소할 때 학생들이 눈 인사라도 해주면 피곤이 훨씬 덜 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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