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쓴 병원 이야기
By 나난
    2010년 05월 14일 06:4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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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말아야 할 권리’가 실현되기 힘들다면, ‘아파도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는 보장받아야 한다. 1989년 전 국민 의료보험이 시작된 이후 2000년, 국민건강보험법이 시행되면서 국가와 사회가 구성원의 건강을 더 큰 폭으로 책임질 수 있게 되었다.

   
  ▲책 표지 

하지만 여전히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은 부족하고, 여기에 이명박 정부는 오히려 ‘의료민영화’를 앞세워 그나마 남겨진 보장성마저 파괴하고자 한다. 『온국민 주치의 제도』(고병수, 시대의 창, 13,500원)은 소설로 쓰여진 병원이야기를 통해 의료에 대한 근본적 고민, 주치의제도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비교적 의료보험이 잘 갖춰진 국가라지만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은 여전히 병원 문턱을 높게 느끼고, 병원은 주기적으로 의료수가와 씨름을 한다. 몸이 아파 병원에 가면 1시간 기다린 뒤 의사 얼굴을 보고 상담하는 시간은 길어야 3분. 환자는 불만을 터뜨리고, 의사는 자괴감에 빠진다.

의사 입장에서 말하자면,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는 좀더 빨리, 좀더 많이 환자를 받아야 살림 걱정을 안 할 수 있다. 게다가 천천히 진료하면 환자들이 1시간 아니라 2시간도 기다리게 되고, 빨리 진료해버리면 환자들 이야기를 충분히 들을 수 없고 필요한 설명도 충분히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는 외국의 동네병원도 마찬가지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바로 의사가 환자와 가족들의 기록을 가지고 있고 오랫동안 그들을 맡아서 진료해왔기에 환자에 대해서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진찰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주치의제도’다. 진료 현장에서 의사로서, 의사답게 사는 방법을 고민하던 지은이는 사람마다 가정마다 주치의를 갖는 ‘온 국민 주치의제도’가 해답이라는 결론에 이르고,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과 함께 이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저자는 더 많은 사람이 이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현실을 고치려면 더 많은 사람이 구체적인 대안을 고민해야 하며 이 책은 이러한 목적의식에 따라 쓴 것이다. 현장 의사가 쓴 책이니 만큼 의료 현실의 문제점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어 있으며, 외국에서 주치의제도가 도입된 과정과 시행 현실과 문제점도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저자는 이를 바탕으로 대안의 방향을 제시하면서 소설의 주인공 ‘유별난’을 통해 이웃에게 조근조근 이야기하듯, 진지하지만 편안한 말투로 이야기한다. 소설과 연구논문의 적절한 조화를 이룬 것이다.

전체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1장과 2장은 크게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첫째는 지은이의 화신이라 할 수 있는 동네병원 의사 ‘유별난’의 이야기다. 성실하지만 현실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는 평범한 의사와 그 의사를 만나는 환자들, 곧 자신의 건강을 걱정하고 이해 안 되는 내용을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어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부딪치는 동네의원의 모습이다.

둘째, 이러한 동네의원에서 흔히 드러나는 의료 문제의 배경과 원인을 구체적으로 따져본다. 3장에서는 의료제도 선진국들의 실상을 살핀다. 4장에서는 대한민국 의료제도의 새로운 미래상을 제시하고, 주치의제도 시행 전 해결해야 할 문제들까지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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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 고병수

가정의학과 의사로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서울 구로에서 동네병원을 운영하면서, 지역복지시설인 구로건강복지센터와 함께 홀몸 어르신이나 장애인을 방문 진료했다. 지금은 고향인 제주도에서 진료를 하고 있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 구로건강복지센터 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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