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체의 삶과 머물던 곳
        2010년 05월 14일 06: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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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생을 방랑하며 살아온 철학자 니체, 그리고 그의 사유물인 ‘차라투스트라’를 한 니체 연구가가 따라 나섰다. 계명대 철학과 이진우 교수가 니체의 방랑기를 추적하며 쓴 책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를 찾아서』(책세상, 16,000원)이다.

       
      ▲책 표지 

    이 책은 오랫동안 니체를 연구해온 철학자가 니체의 발자취를 따라 그의 삶과 사유를 여행하는 ‘철학적 기행문’이다. 철학자의 눈과 철학자의 발로 니체의 영혼의 장소를 탐사한 기록이자, 그곳에 깃든 니체 철학의 깊이와 넓이를 저자 자신의 사유 속에 녹여낸 철학적 에세이이다.

    저자는 2008~2009년 두 해 동안 니체가 머물렀던 유럽의 10여 개 도시를 몸으로 거닐고 몸으로 사유했다. 니체가 태어나고 자란 곳, 병마와 싸우며 몸의 고통 속에서 사유에 대한 열망을 키웠던 요양지들, 루 살로메와 함께한 도시와 호수, 어머니와 누이동생의 보살핌 아래 생의 말년을 보내고 숨을 거둔 곳 등 니체의 삶의 궤적을 좇았다.

    그리고 그의 사상이 태어나 결실을 맺은 영혼의 장소를 따라가며 저자는 “나는 어떻게 존재하는 대로의 내가 될 수 있는가?”라는 니체의 평생의 화두를 붙잡는다. 그러므로 이 책은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를 찾아가는 여행이자 저자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행이기도 하다.

    철학과 여행이 만나는 낯선 여행기이자, 철학책인 셈이다. 책에서는 유럽 도시의 풍광과 문화가 어우러지며, 예술의 향취와 현대 사회에 대한 성찰이 녹아 있으며, 니체의 글과 저자의 글이 교차하고, 인문적 사유와 시각적 이미지가 결합되어 있다.

    유럽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저자는 니체를 “삶으로써 사유하고, 사유로써 살고자 했던 천재. 삶과 사상이 결코 분리될 수 없을 정도로 자신에게 철저했던 철학자”라고 말한다. 인간과 인간의 삶에 봉사하지 않는 철학은 현학이라고 보았으며, 자신을 사랑하고 긍정하는 인간,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사고를 펼치는 인간을 추구했던 니체의 삶은 고통과 고독과 방랑의 연속이었다.

    저자는 고통과 고독이 니체 사유의 토대가 되었으리라 짐작한다. 저자는 그 길을 돌아보며 “고통 없이는, 학자는 될 수 있지만 사상가는 되지 못한다. 자신이 실존해야 할 의미를 찾지 못해 고통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 던져버리고 싶은 실존의 무거운 짐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깊은 사유를 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말한다.

    니체의 삶과 니체의 장소에 대한 여행은 곧 니체의 사상을 탐색하는 여행이기도 하다. 저자는 “왜 니체는 서양 사상의 토대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다이너마이트가 된 것일까?”란 질문을 던지며 여행 내내 해답을 찾기 위해 골몰한다.

    그리고 니체의 사상이 태어나고 변화를 겪고 발전해간 ‘영혼의 장소’에서 독자들에게 니체 철학의 핵심을 펼쳐 보인다. 저자가 나를 찾고 삶의 의미를 찾는 여행의 동반자로 니체를 선택한 것이기에, 이 책에서 니체 철학에 대한 탐구는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를 찾아가는 과정이며, 이는 초인과 영원회귀에 대한 탐구에 집중되어 있다.

    저자는 스스로에게, 그리고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현대 사회에서 과연 초인이 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니체가 빛나는 바다를 보며 자신의 운명을 긍정할 힘을 얻었듯이, 저자는 “나를 발견하고 삶을 긍정하기 위해 나의 바다를 찾아 길을 떠나자”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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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 이진우

    이진우는 연세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대학에서 철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계명대 총장, 한국 니체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계명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양 합리주의를 탄생시킨 패러다임의 혁명적 전환에 초점을 맞춘 석사 학위 논문에서 ‘이성의 권력에서 권력의 이성으로’라는 철학적 화두를 설정한 이래 관심 영역을 현대 철학으로 확장했다.

    인간 실존을 둘러싼 모든 문제를 그 극단까지 철저하게 사유한 니체의 실험 정신을 본받아 인간의 자유, 생명과 기술의 문제를 ‘이성’과 ‘권력’의 관점에서 재조명함으로써 인간다움의 새로운 의미를 찾고 있다.

    지은 책으로《프라이버시의 철학》,《지상으로 내려온 철학》,《이성정치와 문화민주주의》,《이성은 죽었는가》,《도덕의 담론》,《탈현대의 사회철학》,《니체, 실험적 사유와 극단의 사상》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인간의 조건》,《책임의 원칙》,《현대성의 철학적 담론》,《탈형이상학적 사유》,《공산당 선언》,《덕의 상실》,《냉소적 이성 비판》, 니체의《비극의 탄생·반시대적 고찰》등이 있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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