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도 반MB도 지지하지 않겠다"
        2010년 05월 14일 06: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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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이 13일 경남 창원에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진보정당이 포함되어 ‘반MB 단일화’를 이루어낸 후보와 진보정당의 후보가 중복 출마했을 경우, 양측 모두 지지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하지만 “진보정당의 후보가 민주노총 조합원일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해당 후보를 지지키로 했다.

    민주노총의 고민

    이는 최근 민주노동당이 각 지역에서 민주당 혹은 국민참여당의 후보와 단일화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동당이 지지하는 단일 후보와 독자적으로 출마하는 진보신당의 후보가 겹치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즉, 이는 서울에서 한명숙 민주당 후보와 노회찬 진보신당 후보, 인천의 송영길 민주당 후보와 김상하 진보신당 후보 모두 지지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금속노조 조합원 직을 유지하고 있는 심상정 후보의 경우, 안동섭 민주노동당 후보와 단일화를 이룬 유시민 후보와 겹치지만 조합원으로서 민주노총 후보로 결정됐다. 

    이번 결정은 민주노총이 이번 선거에서 통합 서약서를 작성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을 지지하기로 결정했고, 김영훈 위원장이 두 당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입장이 다른 두 당 가운데 특정 정당의 입장을 대변하기 어려웠던 현실의 반영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은 “이번 결정은 진보진영의 지형을 반영한 것”이라며 “처음부터 분열된 상황을 고려해 원래 방침이었던 민주노동당 배타적 지지 방침에 예외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진보정당의 분열이 노조 내부로 증폭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조합원 후보에 한해서만 지지후보를 결정할 수 있다고 열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민주노총의 결정은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중앙집행위에 올라왔던 원안에는 ‘민주노총 조합원 예외조항’이 없었다. 심 후보도 지지 후보에 들어있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회이 참석자들의 강력한 이의 제기가 있자 예외 조항이 삽입된 것이다.

    김영훈 위원장 조합원 예외 조항 삽입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원안이 제출된 후 논쟁이 있었다”며 “원안은 정족수 미달로 부결되었고 김영훈 위원장이 ‘조합원 예외 조항’을 삽입한 수정안을 제출했으나, 이 역시 논란이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민주노총은 “소수의 반대가 있었으나 다수 의견에 따라 이와 같은 방침을 정한다”는 합의로 통과시킬 수밖에 없었다.

    논란의 핵심은 이번 결정이 기존 민주노총의 지방선거 정치방침과 일부 배치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3월 “진보정당 통합과 큰 틀의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동의하고 실천한다는 ‘후보서약서’를 쓴 자”와 “동일 선거구 복수 출마일 경우, 후보단일화 절차에 따라 선출되는 자”에 한해, 즉 ‘후보서약서’를 쓴 진보정당 후보에 한해 지지하겠다고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후보서약서 작성의사를 밝혔고, 이 같은 결정으로 12일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후보 등 337명이 민주노총 지지 후보로 확정되었다. 여기서 서울, 경기, 인천은 민주노동당-진보신당 후보가 중복 출마해 지지를 미뤘는데, 민주노동당 후보가 사퇴했음에도 진보정당 후보 지지를 하지 않고, 아예 모든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서울의 경우 진보진영 선거연대 협상이 진행되어 왔고, 여기에 이상규 후보가 일방적으로 빠지고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진보정당의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것은 내용상 비판적 지지와 다를 바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고 허세욱 열사 앞에서 FTA를 막아내겠다는 결의를 했음에도 그들(FTA를 추진했던 세력)과 진보진영의 후보를 같은 선상에 놓음으로써 그들과 손을 잡은 것과 마찬가지”라며 “진보정치의 가치를 훼손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의 관계자는 “처음 제출된 정치방침을 뒤집은 것”이라며 “민주노동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고, 다른 진보정당의 후보가 있으면 다른 진보정당의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당연한데 둘 다 지지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예 새로운 정치방침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다른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후보가 일신상의 사유로 사퇴한 것이 아니고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를 통해 사퇴했기 때문에 사실상 민주노동당 후보가 살아있다고 보는 것”이라며 “서울의 경우에도 실질적으로 민주노동당 후보와 진보신당 후보가 양립한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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