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진보신당, 어디로?
    2010년 05월 13일 06:54 오후

Print Friendly

선거를 코 앞에 두고 진보신당이 안팎으로 위기적 상황을 맞고 있다. “지방선거를 발판으로 진보정치 대표 선수로 자리매김한다”는 포부를 밝히고 16개 광역단체장 전 지역 출마까지 선언한 진보신당이지만, 밖으로는 단일화 프레임에 갇혀 운신 폭이 좁아졌고, 안으로는 노선 갈등을 겪고 있으며, 출마한 후보 다수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노-심 지지율 폭락

특히 지방선거 국면에서 최전선에 서서 당을 이끌어야 하는 노회찬-심상정 쌍포의 화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은 큰 고민거리다. 심상정 후보는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의 출마 후 지지율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단일화 압박 속에 1~3%대 지지율에 그치고 있다. 유시민 후보로 단일화가 되면서 지지층 겹침 현상에 따라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 심상정 경기도지사 후보와 노회찬 서울시장 후보 (사진=희망찬)

노회찬 후보도 최근 지지율이 1~3%대로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다. 노 후보 측은 TV토론을 통해 지지율 상승을 꾀했지만, 최근 잇달아 방송사에서 노 후보를 초청대상에서 제외해 더욱 난감한 상황이다. MBC의 경우는 오세훈의 불참으로 후보 토론회가 무산되기도 했다.

한 때 1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했던 두 후보 최근 몇몇 여론조사에서는 이상규, 안동섭 민주노동당 후보에 밀리기도 해 진보신당 사람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물론 오차범위 내이고, 지지율이 워낙 낮아 큰 의미를 갖기 어렵지만 무명에 가까운 두 정치 신인에게 진보정치의 대표주자들이 비슷한 지지율을 보이거나 밀린 것은 정치적 타격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두 후보의 ‘선전’에 기대를 했던 진보신당의 후보들 역시 고공전 지원을 받기 어렵게 돼 힘든 상황에 놓여있기는 마찬가지. 지역의 경우 다양한 형태의 ‘연대와 연합’이 진행되고 있어 중앙당과는 ‘독립적’으로 사활을 모색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단일화 프레임에 갇힌 진보신당의 내부에서는, 이것의 돌파하는 경로를 놓고 갈등까지 생겨나고 있다. 진보신당은 지난해 전국위원회에서 “독자노선을 원칙으로 하되, 반MB 대안연대를 기준으로 선거연대를 추진할 수 있다”고 결정했지만, 최근 고양과 부산에서 민주당까지 포함된 단일화를 이뤄 당내 논란이 일었다.

선거 후 격렬한 노선투쟁 예고

김석준 부산시장 후보가 야권 후보 예비경선 결과에 따라 사실상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모양새로 사퇴하는가 하면, 이용길 충남도지사 후보는 진보연합을 강조하며 부대표직과 충남도지사 후보자리를 사퇴했다. 선거 후의 격렬한 노선투쟁이 예고되는 지점이다. 충남도당은 “이번 후보등록 기간에 등록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지난 10일 열린 진보신당의 시도당 위원장 연석회의에서도 ‘반MB연합’에 대해 내부 논쟁이 있었다. 회의에 참석한 한 시도당 위원장은 “격론 수준은 아니었지만, 부산과 고양의 선거연대에 대해 몇몇 시도당 위원장들의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논란은 올해 초 진보신당이 ‘5+4협상회의’에 참여할 때부터 있었다. 이성화 중앙당 사무총장은 “5+4협상회의가 만들어질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참여를 배제할 수는 없었고, 참여자체에 대해서도 크게 반대는 없었다”고 말했지만, 당의 한 관계자는 “5+4협상회의에 참여했을 때부터가 커다란 패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물밑 테이블에서 논의하다가 이것이 공개적으로 부상했을 때 빠져나왔어야 했고, 합의에 참여했더라도 잠정협상안에 사인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진보신당의 관계자는 “독자노선과 진보대연합으로 당의 방침을 확실히 정해놓고 반MB연합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 스스로 그 프레임에 갇혀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성화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당의 방침은 분명했고, 5+4협상회의에 참여했지만 내부에서 우리의 주장을 분명히 했다”며 “민주당이 결국 이를 받지 않아 제대로 협상이 힘들다는 판단에서 5+4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이어 “잠정합의가 최종합의가 아님에도 그것이 다르게 받아들여져서 논쟁이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진영 대표 발돋움판 만들어" 시각도

이같은 당의 대내외적 어려움과 혼란은 지방선거의 평가와 지방선거 이후 진보신당의 진로를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의 관계자는 “진보신당이 지방선거 이후에 대한 전략이 없다”며 “진보정당의 운영에 대한 철학, 노선 등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달라 이런 혼란이 빚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선거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민주노동당이 ‘반MB연합’으로 입장을 완전히 선회한 만큼, 진보진영의 대표선수로 도약할 수 있는 발돋움판을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다”며 “지방선거 이후 상황이 그렇게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천안함 사태 같은 정세적인 측면과 TV토론 배제 같은 구조적 어려움도 있다”며 “진보진영 내부의 경우 민주노동당은 진보대연합을 이야기 하면서 ‘반MB연대’로 돌아선 잘못된 행태도 문제가 되는 것 같지만, 진보신당도 원칙이 없이 흔들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이어 “처음부터 5+4에 왜 참여했는지 모르겠다”며 “‘4’가 시민사회를 대표하고 있지 않고, 하다못해 민주노총, 참여연대,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같은 대표성도 없는데, 나름의 상황이 있었겠지만 거기 들어가면서 한편으로는 완주를 말하고, 한편으로는 진보대연합을 말하는 지그재그 행태가 결국 지지의 약화를 가져온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진보정치 진영의 한 관계자는 "현재 진보신당이 위기적 상황을 맞은 것을 사실이나, 이것은 그 당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사실은 진보정치 진영 전체와 연관된 것"이라며, "민주노동당도 민주당 지지를 담보로 최소한의 ‘전리품’을 챙기는 수준이고, 사회당은 잘 보이지조차 않는다"고 말했다. 

"진보양당은 사활적 경쟁을 벌이는 중"

그는 "선거 이후 논쟁이 진보신당 내부 노선 투쟁 수준에서 벌어져서는 안 될 것이고, 실제로 그 범위를 넘어설 것이며, 민주노동당 또한 이런 과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2012년을 내다보고 있는 진보양당이 현재 "사실상 사활적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이는 2012년을 향하는 정치 일정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싸움의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주노동당이 반MB라는 대중적 명분과 부분적인 실리를 챙긴 반면, 진보신당은 ‘진보연합’이라는 대의조차 내부에서 초지일관 관철시키지 못했으며, 실리를 얻은 것도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