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밥 캠페인', 현장을 변화시켰다
    By 나난
        2010년 05월 12일 06: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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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3일부터 시작된 청소·간병 노동자들의 휴게 공간 확보를 위한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캠페인이 두 달째 접어든 가운데 현장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화장실 한 켠을 개조해 휴게공간으로 사용하던 이화여자대학교는 캠페인이 진행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공간을 확대하고, 벽에 페인트를 칠하는 등 쾌적한 휴게 공간 마련을 위한 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들

    비록 여전히 화장실 한 켠을 사용하고는 있으나 예전 1평 남짓한 공간에서 2명의 청소 노동자가 제대로 앉지도 못한 채 식사를 했다면, 이제는 두 다리를 펴고 식사할 수 있도록 변화된 것이다.

    또 비닐로 덮여진 지붕에선 비가 새던 학교 건물 밖 휴게 공간에는 전에 없던 환풍기와 형광등이 달리고 누울 수 있을 만큼의 넓은 공간이 확보됐다. 이화여대에서는 지난 1월 노조 설립 이후 처음 체결된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는 4만원 식대 지급도 따내는 쾌거를 올렸다.

       
      ▲ 신복기 공공노조 이화여대분회장이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캠페인 시작 이후 변화된 휴게공간과 캠페인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이명익 기자 / 노동과세계)

    이 뿐만이 아니다. 연세대와 고려대에서도 임단협에서 식대증가의 성과를 거뒀으며, 남자 화장실에 판넬을 깔아 휴게 공간으로 사용하던 성신여대와 형광등은 물론 앉을 공간도 없는 비트실을 사용하던 고려대병원에서도 공간 개선 및 확장의 뜻을 밝혔다.

    신복기 공공노조 이화여대분회장은 “이대에서는 위험하다며 전기제품도 못 쓰게 하다 재작년부터 전기포트 사용이 허락돼 물을 끓여 찬밥을 말아먹는다”며 “(캠페인이 진행된 후) 학교 측은 전자레인지 사용까지는 허락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공공노조, 사회진보연대, 인권운동사랑방 등으로 이뤄진 ‘따뜻한 밥 한끼의 권리’ 캠페인단은 12일 오전 캠페인 중간보고 및 청소노동자 행진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캠페인 진행 이후 변화된 상황을 정리했다. 이 자리에서 유안나 공공노조 서울경인지부 조직차장은 “아직은 작지만 소중한 결실을 맺고 있다”며 “향후 더 나은 성과 달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요구하며 임단협 등을 통해 관철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울음이 노래로 변할 때까지

    캠페인이 시작된 지난 3월 이후 실제로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캠페인에 일반 시민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캠페인단은 신촌역과 여의도에서 사진전 및 증언대회, 시민참여마당, 유인물 배포 등을 진행했으며 그때마다 시민들은 오가던 발길을 멈춘 채 이들에게 눈과 귀를 기울였다.

       
      ▲ 공공노조 등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캠페인단이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캠페인 중간보고 및 청소노동자 행진을 선포했다. (사진=이명익 기자 / 노동과세계)

    지난 4월 16일 여의도역에서 진행된 2차 캠페인 현장에서 한 야쿠르트 배달 아주머니는 “정말 필요한 일이다. 배달하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유인물 나눠줄테니 몇 장 달라”고 하며 몸소 ‘따뜻한 밥 한끼의 권리’ 캠페인을 실천하기도 했다.

    또 소설사 이외수 씨는 트위터계정을 통해 “밥 한 끼조차 편히 못 먹어서야 되겠느냐” 며 개탄의 소리를 남기기도 했으며, 한 건축가는 자신의 카페에 “공공건축물 설계시 근로약자를 배려하자”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또한 한 간병 노동자는 “간병노동자와 함께 울어주셔서 감사하다. 이 울음이 노래로 변할 그날이 올 때까지 힘내자”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캠페인단에 보내기도 했다.

    온라인을 통해서도 캠페인은 확산되고 있다. ‘진실을 알리는 시민모임’에서는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청소엄마들에게 따뜻한 밥 한끼를’이라는 청원을 올렸으며, 현재까지 약 1만4,600여 명의 시민이 서명에 참여했다.

    청소노동자 행진

    신 분회장은 “‘따뜻한 밥’이라고 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며 “그간 일을 하면서도 밥 한 끼는커녕 휴게실이 (좋지 않아)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와 오는 상황에서도 말 한마디 못했다. 일하러 나오는 순간부터 우리는 사람이 아니라 유령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화여대에서도 청소 노동자들의 휴게공간이 이렇게 열악한지 몰랐다고 했다”며 “좀 더 적극적으로 캠페인을 하고 알려나가야 한다. 조금씩 바뀌고 있지만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이에 캠페인단은 오는 6월 5일 오후 3시 서울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에서 ‘청소노동자 행진’을 진행한다. 모든 청소 노동자와 이들의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를 지지하는 사람이 모여 계단 밑, 화장실 등의 음지에 숨어있던 이들을 함께 사회로 끌어내는 자리다.

    이에 캠페인단은 ‘청소노동자 행진’을 위해 불특정 다수의 시민에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류남미 공공노조 미조직비정규실장은 "청소노동자 행진에서는 청소노동자 스스로 자신의 권리 찾기를 위해 나서는 자리"라며 "하지만 우리의 무관심 속에 계단 밑 창고 등에 숨어있던 이들이 사회로 나오기 위해서는 우리들의 관심과 애정 그리고 실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캠페인단의 ‘청소노동자 행진’ 선포문의 일부다.

    “당신이 트위터리안이면 청소노동자 행진을 위한 무한 RT를, 당신이 블로거라면 블로그에 청소노동자 행진을 올리고, 당신이 직장인이라면 당신이 일하는 건물 청소노동자에게 6월 5일을 알리고, 당신이 학생이라면 학교 청소노동자에게 청소노동자 행진을 알리고, 당신이 청소노동자라면 출근길에 만나는 청소노동자에게 6월 5일을 알려 달라. 그리고 당신이 이 제안에 답하는 순간 당신의 보이지 않는 행진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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