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사회적인 반전교조 전투
        2010년 05월 11일 06:01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정당은 사회의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한 정치집단이기는 하지만, 그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이념적 신념은 매우 개인적인 것이기 때문에 사적인 이해관계의 집합이라는 성격도 공존하고 있다. 그래서 흔히 말하듯 정당의 목적을 ‘정권획득’으로만 협애화시키면, 이러한 공공적 성격의 정당이 가져할 정치적․사회적 가치가 소거될 뿐만 아니라, 그 행태적 측면에서 이익집단 또는 압력단체와의 구분도 힘들게 된다.

    근래 한나라당 정치인 중 가장 스포트라이트 받고 있는 사람은 단연 조전혁 의원이다. 교수출신 초선으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인 조의원은 수능자료 공개, 초중고 교사의 전교조 가입현황 발표, 교원평가제도, 사학법 폐지 등 굵직굵직한 교육관련 쟁점현안에는 항상 그의 이름이 등장하곤 한다. 또한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 상임대표를 역임한 ‘뉴 라이트 운동가’답게 보수우파의 이해대변을 위해 매우 비타협적이고 저돌적인 자세로 일관해 왔다.

    한 정치인의 ‘알리고 싶은 충동’

    무엇보다 그의 정치인으로서의 ‘입신양명’(立身揚名)에 가장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은 모두 기억하는대로 이번 전교조 교사명단 공개사태였다. 이 사태에 대한 얘기는 이미 많은 부분에서 논박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서 재론하지는 않겠다.

    다만 두 가지만 첨언하자면, 첫째, 이번 사태가 앞서 언급한 정당이란 조직과 국회의원이라는 공인의 정치활동이 갖는 이중성에 대한 매우 좋은 예가 될 것이라는 거다. 국회의원의 정치활동과 의정활동은 법률에 의해 보호된다. 하지만 그것은 공적인 가치에 부합할 때, 그리고 권력에 의해 자신의 소신이 침해당할 때 등이라는 조건이 전제되기 마련이다.

    물론 우파와 좌파는 이러한 공공적 가치에 대한 이해를 달리하기도 한다. 우파의 공적가치에 대한 판단은 주로 법률에 의한다. 이른바 그들이 말하는 ‘법치주의’가 그것이다. 반면 좌파의 그것은 사회적 약자, 법률로도 보호받지 못하는 사회적 배제자에 대한 이해대변을 통해 불평등의 교정, 즉 ‘평등주의’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조의원은 그들의 공적 가치인 ‘법치주의’마저 거슬렀다는 점에서 자가당착이다.

    둘째, 국민의 알권리는 사회적 공공성이라는 가치에 본질적으로 부합한다. 하지만 국민의 알권리라는 것이 ‘전가의 보도’가 되지 않기 위해 ‘법치국가’에서는 이를 법률로 또한 제한하고 있다. 그것이 공공성의 실현에 더욱 적합성을 갖기 때문이고, 국회의원이라고 해도 이를 넘어설 권한을 위임받지는 않았다. 요컨대 이번 사태의 본질은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 아니라, 한 정치인의 ‘알리고 싶은 충동’이 앞선 결과라고 할 수도 있겠다.

    투사 조전혁의 계속되는 전투

    어쨌든 이번 사태를 계기로, 특히 6.2지방선거를 앞두고 ‘反전교조’는 확실히 선거쟁점과 구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프레임으로 작용하게 될 것 같다. 이것만으로도 정부와 여당은 ‘투사 조전혁’에게 공로패라도 주어야 마땅하다.

    투사 조전혁 의원의 ‘전투’는 계속될 것이다. 그런데 어제(10일) 감행한 조의원의 ‘전교조 공격’은 좀 치사하고 야비하게까지 느껴진다. 그는 어제 그의 홈페이지를 통해 서울의 한 고등학생 학부모가 팩스로 보내왔다는 고등학교 2학년 ‘정치과목’ 문제를 공개하며, 친절하게도 “객관적인 의견을 듣기 위해” 교수 2명의 ‘평가’도 곁들였다.

    이제 조의원은 국회의원인 자신의 “직무활동”이라며, 온 국민들에게 고등학교 시험문제까지 풀어 볼 것을 강요하는가. 좀 번거롭기는 하지만, 그의 성실한 의정활동을 존중해 주는 의미에서, 그리고 그것이 ‘국민된 도리’이기도 하니까 한 번 거들떠보자.

       
      ▲ 출처: 국회의원 조전혁 홈페이지

    아마도 답이 ⑤번이었나 보다. “토론 교수들의 의견을 종합할 때, 이00 정부의 국민들은 선거에서 올바른 선택을 했으며, 그 결과로 행복한 생활을 누릴 것이다.” 필자가 볼 때도 위 문제는 문제가 있다. 그런데 사회과학이라는 것이 그렇다. 수학이 아닌 이상 쟁점과 사안에 대한 평가에는 주관성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사회적 의제와 쟁점에 대한 판단력을 길러주는 것이 사회나 정치과목의 목적이라고 한다면, 주어진 보기 가운데 선택하는 행위자체가 반교육적이다. 가치판단이나 쟁점의 형성과 토론 및 합의과정, 그리고 사회구성원의 생각의 다양성을 보여주자는 의도였다면, 정답이 세련되지는 못하지만,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공론화해야 할 정도의 사안인지 의문이다.

    소모적이고 반사회적인 반전교조 전투

    그런데 필자를 뜨악하게 한 것은 정작 위 문제를 감정한 두 교수들의 발언들이다.

    “홍익대의 김종석 교수는 “시장경제원리에 대해 전문성과 깊은 이해가 없는 교사가 주관적인 편견을 시험문제라는 형식으로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교육을 가장한 정신폭력이다”라는 의견이었습니다.”

    “명지대의 강규형 교수는 “한마디로 어이없는 문제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할 선생님이 왜곡된 특정 정치이념을 가지고 현 정부를 비난하고, 어린 학생들을 세뇌시키려는 시도로 밖에 볼 수 없다. 나아가 시장경제에 대한 근본적인 적개심을 키우려는 의도도 있다”고 판정했습니다.”

    이 두 사람이 예외없이 조전혁 의원과 이념을 같이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객관성이 담보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발언이 가히 오버에다 편견 그 자체다. 출제문제 하나로 해당교사는 졸지에 반정부인사, 정신폭력의 가해자로 낙인찍혔다. 공익을 외치는 이들의 ‘반전교조 전투’가 소모적이고 반사회적으로까지 느껴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