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일 전격 방중, 무얼 겨냥했나?
    이명박 정부 대외 전략에 '노란불'
        2010년 05월 03일 12:4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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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5월 3일 전격적으로 중국 방문길에 오른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 배경과 파장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의 방문 결과에 따라 북중관계와 18개월째 공전상태에 있는 6자회담은 물론이고 천안함 침몰로 중대위기를 맞고 있는 남북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후진타오 주석이 5월 8일 모스크바 방문길에 오르고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5월 24-25일에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 방중→중러 정상회담→클린턴 방중→6자회담 재개’라는 시나리오를 그려볼 수 있는 외교 일정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천안함 침몰 사건을 북한의 소행 쪽으로 무게중심을 두면서 유엔 안보리 제재를 추진해온 이명박 정부의 움직임과도 충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끈다.

    우선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남-북-미-중 4자 사이의 복잡한 전략적 계산과 역학관계가 부상하게 될 것이다. 남북관계의 악화와 유엔 안보리 제재, 그리고 화폐개혁의 후유증으로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중국의 대북 지원 및 북중경협 확대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2012년 강성대국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올해를 전환기적 해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이다. 그러나 작년 여름부터 대남, 대미 유화 노선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함으로써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방중도 바로 이 점을 겨냥하고 있을 것이다.

    중국, 6자회담 재개 필요성 더욱 커져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가 더욱 필요해진 까닭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이 회담이 18개월이 넘도록 재개되지 않고 있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최대 외교 성과로 자랑해온 6자회담의 장기적 교착 상태는 북한의 핵무장을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내몰고 한미일 3국의 강경대응과 맞물리면서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그 위험성이 더욱 부각된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도 더욱 중요해졌다. 5월 1일 개막되어 10월31일까지 진행되는 상하이 엑스포와 11월12-27일 열리는 광저우 아시안게임 등 국가적 대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고조를 억제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6자회담 재개를 통한 한반도 정세 안정화에 나설 공산이 크다. 남북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소지가 위축되고, 오히려 천안함 침몰의 여파로 추가적인 긴장고조마저 우려되는 상황에서 6자회담 재개 카드의 유용성은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시 대규모의 경제지원 및 경협 확대를 대가로 6자회담 재개에 대한 합의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 방식은 ‘북미 직접대화→6자 예비회담→6자회담 본회의’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클린턴 국무장관 방중시 미국과의 합의를 시도할 전망이다.

    미국도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에 힘쓸까?

    여기서 관건은 미국의 선택이다. 6자회담 재개와 천안함 침몰을 연계시키고 있는 한국의 입장을 외면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희망해온 자국의 원칙적 입장 및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중국의 입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천안함 침몰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고조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 미중 양국은 이해관계를 함께 하고 있다. 시기적으로도 5월 3일에 개막된 핵확산금지조약(NPT) 8차 검토회의 기간 동안 6자회담 재개에 진전이 있으면 이는 미국의 외교적 소득이 된다.

    향후 미국의 선택은 천안함 침몰 원인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확증’이 나오지 않는 한, 6자회담 재개 쪽으로 방점이 찍힐 것이다. 클린턴 국무장관은 4월 23일 “남북한뿐만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이웃 국가들 사이의 해결되지 않은 차이점을 해소하는 길은 (북한이) 6자회담의 테두리 안으로 가능한 한 빨리 복귀하는 것”이라며, 조속한 6자회담 재개를 촉구했다. 그리고 4월 29일에는 중국의 다이빙궈 국무위원과 전화 통화를 갖고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문제를 심도 깊게 논의했다.

    이러한 전반적인 흐름은 김정일 위원장 방문 이후 미중 협의가 6자회담 재개의 핵심 변수로 등장할 것임으로 예고해준다. 클린턴은 5월 24-25일 티모시 가이스너 재무장관과 함께 ‘미중 전략 및 경제 대화’를 위해 중국 방문에 나선다.

    이번 방문의 3대 의제는 미중 무역 불균형 해소 및 이란 제재와 함께 6자회담 재개에 맞춰져 있다. 그런데 중국의 위엔화 절상과 이란 제재 동참과 관련해 중국의 협조를 받아내기 위해서는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희망하는 중국의 입장을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6자회담 재개는 미국도 줄곧 희망해왔고 중국에게 그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해온 사안이기 때문이다.

    MB 정부, 궁지에 몰리나?

    김정일과 클린턴의 연쇄 방중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이명박 정부의 대외전략에 ‘노란불’ 켜진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이것이 ‘빨간불’로 바뀔 것인지는 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는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확증이 없어도 정황만으로도 북한을 유엔 안보리로 회부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지만, 이 정도로 중국과 러시아가 동의해줄 가능성은 극히 낮다. 미국 역시 북한을 또 다시 유엔 안보리로 회부하면 6자회담의 장기적 공전을 물론이고 남북관계의 급격한 악화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확증’이 없다면 적극적일 가능성이 낮다.

    더구나 김 위원장의 방중 결과 중국의 대북 지원과 북중 경협이 확대되면, MB 정부가 기대해온 ‘대북 제재 효과’는 더욱 반감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김정일과 클린턴의 연쇄 방중, 그리고 5월 8일부터 러시아 모스크바 방문길에 오르는 후진타오 주석의 행보가 시너지 효과를 내 6자회담 재개에 북한, 미국, 중국, 러시아가 공감대를 형성하면, 외교적으로 고립되는 쪽은 북한이 아니라 한국이 될 수도 있다.

    결국 향후 한국 외교의 성패는 MB 정부가 김정일의 방중을 ‘기회’로 볼 것인가, 아니면 ‘위기’로 간주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가 6자회담과 천안함 침몰을 연계시켜온 경직된 태도에서 벗어나 보다 전략적이고 국익의 관점에서 현명한 태도를 가져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6자회담 재개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진전을 이루는 것 자체가 한국의 핵심적인 국익에 해당한다. 또한 정부가 그토록 공들여 준비하고 있는 G-20 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도 남북관계의 안정화는 꼭 필요하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예단’을 떨쳐버리고 김정일의 방중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바라볼 수 있는 ‘예지’가 절실히 필요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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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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