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가 격변기 중국에서 주목받는 이유
        2010년 05월 01일 11:1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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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거정은 명나라 시대 손꼽히는 개혁가로, 인사와 조세에서 혁신적인 제도개선을 이루어 내 명나라의 수명을 70년이나 연장했다는 능신(能臣)으로 꼽힌다. 바로 이 장거정에 대한 평전이 나왔다. 왜 그가 조명을 받기 시작했을까?

    장거정은 중국이 사회주의 체제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시점부터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를 다룬 책들이 쏟아져 나왔고 TV에서도 그를 다룬 사극이나 다큐멘터리가 인기리에 방영되었다.

    장거정은 수많은 개혁가들 중 몇 안 되는 ‘성공한 개혁가’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정통 유학관료로서 법치를 내걸고 개혁을 시도했으며 명나라의 부조리한 폐단과 관료제도를 과감하게 정비해 나가 민심을 얻어냈다.

    명대에는 특히 재정 문제가 매우 심각했다. 1528년부터 40여 년간 국가 재정은 늘 적자였는데, 이는 종실에 지급되는 과도한 봉록과 역참으로 인한 것이었다. 국가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백성에게 또 다른 과세를 부가했고, 설상가상으로 왜구와 북쪽 국경 밖 세력의 침략으로 사면초가에 몰렸다.

       
      ▲책 표지

    이때 장거정은 정권의 핵심으로 올라섰고, 그는 정권을 잡자마자 내로라하는 유명 인사들을 뇌물수수와 부정부패로 파면하고 사형에 처했다. 그리고 세금을 내지 않던 고관이나 지방의 토호들에게 세금을 걷는 등 전방위적 개혁을 단행했다.

    그가 단행한 또다른 대표적인 개혁은 인사제도로 ‘고성법’(考成法)을 통해 관료의 1년 업무 결과를 평가해서 인사에 반영토록 했다. 이는 문하생과 당파에 좌우되던 당시의 인사 관행을 뿌리째 뒤흔들었으며 관리들은 수도에서 살아남기 위해 당파에 의지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업무에만 충실했다.

    그가 단행한 조세개혁인 ‘일조편법’(一條編法)은 중국 조세제도 중 가장 획기적인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이 제도로 곡물 등 실물로 걷던 세금과 직접 몸으로 부딪쳐야 하는 요역이 모두 은으로 통일되었으며, 복잡한 요역이 화폐로 대신하게되어 업무가 간소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운영에서도 효율을 기하게 되었다.

    또한 은의 생산이 충분치 않았던 중국은 밀 무역으로 일본과 남미의 은을 수입했으며, 이를 통해 중국은 쇄국의 문을 열고 세계와 마주하게 되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중국 경제가 세계 경제와 만나는 역사적 단초가 된 것이다.

    그러나 그의 말로는 비참했다. 권력의 맛에 길들여지면서 환관들과 결탁해 권력수호에만 매진했다. 그는 부친의 별세에도 국정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초상을 치르지 않았고 점차 엄격하고 권술과 책략에 능하며 치열한 권력 투쟁 속에서 냉철하고 노련하게 언관과 여론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이에 신종은 두려움에 떨었고, 이후 장거정이 죽자, 그의 모든 개혁 정책을 무산시키고 부관참시와 멸족을 명했다. 그러나 신종 또한 백성을 괴롭히고 국가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상업세, 광업세 등의 세금을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이는 훗날 명조의 멸망의 씨앗이 된다.

    그럼 왜 장거정이 주목받을까? 덩샤오핑이 중국의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하면서 중국은 격변기에 접어들었고, 덩샤오핑은 개혁의 성공을 위해 성공한 개혁가의 롤모델이 필요했다. 장거정은 여기에 선택되어진 것이다. 역사는 결국 언제나 현재의 필요에 의해 기록되는 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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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주동륜 朱東潤(1896~1988)

    중국의 대표적인 전기작가이자 교육자로 활동했으며 서예가로도 이름을 알렸다. 1913년에 영국으로 건너가 South West College에서 유학한 뒤 돌아와 무한대학, 중앙대학, 제로대학 등에서 교편을 잡았다. 이후 복단대학 중문과 교수로 부임해 초기 박사과정 지도교수로 활동했다.

    중국의 고대문학과 역사를 연구해 중국 최초로 《중국문학 비평사 대강》이라는 방대한 저작을 저술했다. 꾸준히 문학과 역사를 넘나들며 연구 하다가 전기문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육우전》, 《두보서론》, 《매요신전》, 《장거정 대전》 등을 집필했고, 자전적 작품인 《주동륜 자전》을 통해 80여 년에 걸친 인생 여정과 20세기 중국의 변화를 잘 묘사해 중국 근대의 대표적인 전기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역자 – 이화승 李和承

    대만 국립 사범대학 역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 대학에서 연수한 뒤 1997년 대만 국립사범대학 역사연구소에서 중국 사회경제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중국의 전통 경제, 특히 상업과 상인문화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중국의 고리대금업》을 썼으며 《중국의 상업혁명》, 《동양과 서양, 전통과 근대를 잇는 상인 매판》, 《성세위언》, 《중국 경제사 연구의 새로운 모색》, 《제국의 상점》 등을 옮겼고, 다수의 논문이 있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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