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난한 노인에게 13000원은 큰 돈"
        2010년 04월 30일 05: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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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하반기 이명박 정부가 2010년 예산∙기금안을 발표하던 당시 복지예산을 둘러싼 이해하기 어려운 논쟁이 벌어졌다. 정부는 2010년 복지지출 증가율이 전체 예산 증가율의 3배에 달하며, 총지출 가운데 복지지출의 비중은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반면, 사회운동 진영은 복지예산 증가율은 대폭 하락하였고, 예산의 크기도 사실상 삭감되었다는 비판으로 맞섰다. 하나의 예산안을 두고 이토록 상반된 주장이 나온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비교의 기준, 사업의 범주 등 여러 가지 쟁점이 있었지만, 예산 내용에 있어서의 가장 핵심은 예산 증가를 주도한 사업들 대부분이 제도가 성숙하여 대상자 수가 확대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예산이 증가하는 이른바 ‘자연증가분’을 내장하고 있는 것들이었다.

    그렇다보니 당연하게도 이들 제도의 대부분은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 기초노령연금 등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제도였다. 이외에도 예산 크기가 작아 크게 주목을 받지는 않았지만, 노인장기요양보험 지원, 노인돌봄서비스 등도 각각 18%, 70.5%로 다른 제도들에 비해 매우 큰 폭의 예산증가가 있었다.

    기초생활보장, 장애인복지, 보건의료, 아동복지, 차상위층지원 등 거의 대부분의 분야 복지예산이 삭감되었으니, 복지예산에 관한한 노인복지 분야는 이명박 정부에게는 일종의 ‘알리바이’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 아래서의 노인복지 제도들이 최소 수준의 안전망 기능이라도 하고 있는지, 자연증가의 필요성에 대응할 정도의 성장은 하고 있는 것일까?

    한국의 노인빈곤 실태

    OECD의 『한 눈에 보는 연금 2009』이라는 데이터를 원용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최근 자료를 보면, 한국의 노인빈곤 실태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얼마나 심각한지 대략 가늠이 된다. 몇 가지 주요 통계를 인용해 보자면, 일단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한국이 OECD 가입국가들 중 노인빈곤률이 가장 높다는 점이다.

    상대빈곤(중위소득의 50% 미만 소득자 비율)을 적용했을 때, OECD평균이 13.3%인데 비해 한국은 45%로, 빈곤이 일반화된 것으로 알려진 멕시코(약 28%)보다도 월등히 높다.

       
      ▲ 공공노조 사회연대연금지부 강원지회가 지난 6일 춘천시 명동 거리에서 길거리 선전을 하고 있다 (사진=사회연대연금지부)

    전체 인구의 소득수준 대비 노인 인구 소득수준의 경우 OECD평균이 82.4% 수준인데 비해, 한국의 경우 70% 미만으로 OECD가입 국가 중 하위 두 번째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최저생계비를 적용한 절대빈곤율은 전체가구가 9.4%인데 비해 노인가구의 경우 22.7%로 두 배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정부나 관련 연구기관의 빈곤 관련 통계가 실제보다 매우 과소추계되고 있다는 사회운동의 상식을 감안한다면 상황은 이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다. 나아가 대충 예상할 수 있듯이, 노인가구 내에서도 단독가구가, 그 중에서도 여성노인 단독가구의 빈곤율은 압도적으로 높다.

    적게 봐주어도 노인 인구 두 명 가운데 한 명이 상대빈곤,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이 절대빈곤의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왜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상식 수준에서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다.

    노후소득의 주요 원천은 세 가지이다. 첫째 노동 기간에 벌어들인 소득 중 저축 등으로 남아 있는 부분이 얼마인지, 둘째 자식들이 얼마나 부양하는지, 셋째 공적 연금이 포괄대상자 면에서나 급여수준 면에서나 얼마나 충분한지.

    짧은 지면을 통해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한국사회에서 세 가지 모두 매우 한계적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중 세 번째 문제에 한정에서 잠시 살펴본다면, 국민연금은 도입된 지 이제 20여년 정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수급자는 300만명 수준이고, 소득 70% 이하 노인들에게 기초노령연금이 지급된다.

    그리고 절대빈곤층에게 지급되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까지 포함하면, 전체 노인인구 가운데 약 15%가량이 어떤 공적소득보장제도로 부터도 배제되어 있는 상황이다. 물론 각각의 제도들 모두가 수급액 수준이 턱없이 낮기 때문에 85%의 노인들 역시 안전지대라고는 전혀 말할 수 없다.

    지금 당장 가능하고 필요한 것, 기초노령연금의 인상

    세 가지 제도 모두 각각의 확대 전략과 함께 서로의 관계를 어떻게 (재)설정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은 물론 오래전부터 지속되고 있다. 그 중 단기적으로 필요하고, 실현 가능한 과제를 꼽으라고 한다면 기초노령연금의 인상, 확대는 매우 절실한 문제이다.

    앞서 인용한 통계로 다시 되돌아가보면, 노인 인구의 소득구성 가운데 기초노령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20.3%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두 가지를 시사한다. 기초생활보장제도로부터 배제되는 수많은 절대빈곤층 노인들에게 기초노령연금이 거의 절대적인 소득원이라는 점과 기초노령연금이 다른 제도들에 비해 대상자 폭이 매우 넓기 때문에 가지는 중요성이다.

    기초노령연금은 국민연금을 계산하는데 적용되는 일명 ‘A값(국민연금 전체가입자의 3년간 평균소득월액, 2010년도 적용 A값은 1,791,955원)’의 5%가 지급액이다. 이렇게 계산하면 현재 단독 가구는 90,000원, 부부 가구는 144,000원의 액수를 지급받는 것이다. 물론 연금이라 부르기 민망한 정도의 금액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약속된 만큼의 인상조차도 하지 않고 있다.

    2007년 연금개혁 당시, 2028년까지 국민연금 수급액을 60%에서 40%로 단계적으로 인하하는 것으로 후퇴하는 대신, 기초노령연금을 A값의 5%에서 10%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기로 하였다. 물론 인상의 시한만 정해졌을 뿐 세부적인 룰이 정해진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올해 당장 5%를 인상하는 것도 하등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이명박 정부에 대해 이 정도를 기대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2009년부터 20년 간 정률 인상만 하더라도 한해 0.25%의 인상이 되어야 마땅한 것이다. 이렇게 인상분을 적용하면, 2010년부터는 노인단독가구는 13,000원이 더해진 103,000원, 부부가구는 21,000원이 인상된 165,000원이 지급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을 결정하고 추진할, 이 역시 이미 약속되었으나 이행되고 있지 않은 국민연금제도개선위원회가 설치되어야 한다.

    정부가 약속을 이행하고, 노인들의 권리를 돌려주라는 운동이 ‘카네이션 캠페인’이라는 이름으로 공공노조와 산하노조 사회연대연금지부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고작 13,000원, 21,000원 더 받기 위해 뭐 거창하게 캠페인까지 하냐고 반문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기초노령연금이 노인가구 소득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20%를 넘는다. 물론 기초노령연금이 유일한 소득원이 노인도 상당수 있는데, 이들에게 13,000원, 21,000원은 5일치의 생계비에 해당한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현실은 언제나 통계를 훨씬 초과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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