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주장 관성 벗어나라"
    2010년 04월 29일 12:50 오후

Print Friendly

쉽지 않은 민주노총 상반기 투쟁

한국노총과 경영계가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에 근로시간 면제한도와 범위 등 각자의 안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6300시간 대 600시간”이라는 <레디앙> 기사 제목이 보여주듯이 차이는 엄청나다. “노사자율로 해야 한다”는 민주노총의 요구는 아예 무시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지역을 순회하며 4,5월에 총력투쟁을 제시하고 있지만 신통찮다. 무엇보다 금속노조를 제외하고 ‘전임자 임금 관련한 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뚜렷한 대오가 많지 않다. 건설, 철도, 화물연대, 공무원, 전교조 등이 투쟁에 돌입하거나 준비 중이지만 핵심 사안에 있어서는 당면한 과제와 차이들이 있다.

공공부문은 이미 저들의 공세에 의해 각개격파되어 있거나 개별화되어 있다. 발전, 가스, 도시철도, 철도, 사회연대연금 등 주력 사업장이 단체협약 시효 만료기간을 앞두고 있거나 이미 단체협약이 없는 상태다. 전체 투쟁에 복무해야 하기도 해야 하지만 단위 사업장의 현안에 쫒아 가기도 힘들다. 거기다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의 쉼 없는 공세도 계속 중이다. 올해는 연봉제 도입까지 시도될 예정이어서 짐은 더욱 무겁다.

결론적으로 4월 말 민주노총의 총력투쟁은 큰 파장을 가져오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기다 천안함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기간이 투쟁기간과 겹쳐 어려움은 더욱 커졌다. 천안함 희생자 영결식이 4월 29일로 정해지면서 민주노총 투쟁도 5월로 연기됐다.

   
  ▲ 민주노총은 28일 예정했던 총파업 및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다음 달 15일 이후로 연기했다. 민주노총은 천안함 희생 장병에 대한 장례 일정이 진행되는 등 국민적 정서를 감안해 이 같이 결정했다 (사진=이은영 기자)

그러나 문제는 민주노조 운동의 투쟁이 상반기 투쟁 자체의 어려움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답답한 시기가 길어질 수 있다. 따라서 비록 지금은 어렵지만 전임자 문제를 시작으로 보다 먼 길을 ‘새로운 상상력’으로 돌파하겠다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의 노동운동이 빠진 깊은 수렁에서 벗어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에서 ‘결단’에 가까운 판단을 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 필요한 한 것은 ‘하루 벌어 하루 사는 투쟁’ 아닌 전략적 사고다.

일보 전진을 위한 조직 정비

모택동은 장개석의 공세를 피해 무려 9만 6천 Km에 이르는 1년간의 대장정을 하면서 저 유명한 16자 전법을 썼다. 적진아퇴(敵進我退), 적주아교(敵駐我擾), 적피아타(敵疲我打), 적퇴아추(敵退我追)가 그것이고 결국 승리는 모택동의 것이 되었다. 그에 따르면 지금은 적들이 쳐들어오고 있는 시기고 따라서 우리는 후퇴하면서 근거지를 만들어야 하는 시기다. 가지고 있는 역량을 타산하는 ‘뱀 같은 지혜’가 필요하다.

매번 총파업 투쟁을 주장하는 관성에서 벗어나자. 오죽 했으면 공공운수노조 준비위가 한 달 동안 진행하고 있는 지역순회 과정에서 “제발 지도부가 총파업을 남발하지 말아 달라.”는 당부까지 나올까? 전체 대오의 1/10 정도만 전투에 나가고, 수년간 투쟁을 앞장서서 감수해 온 금속노조마저 이젠 지쳤다. 승리의 전망은 어디에도 없다. 이에서 벗어나기 위한 소위 ‘노동운동의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공격 앞으로” “총파업으로 돌파하자”고 참주선동을 하는 입만 놀리는 철부지들의 비난을 감수하자. 무장을 갖추지 않은 무조건적인 투쟁은 씻을 수 없는 패배를 부를 뿐이기 때문이다. 가능하지도 않은 총파업 및 총력투쟁 지침의 남발을 자제하자.

상반기 투쟁은 민주노총 80만 조합원의 총파업이 불가능한 조건이다. 그것은 집행부가 결단을 회피해서가 아니다. 누적된 피로와 승리의 조건이 불투명하고, 무엇보다 현장 조합원들의 상태를 어렵도록 저들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의 무력화를 위한 법외노조화, 고용조건 흔들기에 이어 임금체계를 개별로 하려는 저들의 의도는 현장에서 관철되고 있다. 따라서 ‘단결’에 대한 조합원의 믿음을 확보하는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2010년을 노동법 재개정 투쟁의 원년으로

우선 노동법 재개정 투쟁은 중장기적이라는 판단을 공유하자. 현재의 투쟁 목표는 정권과 자본이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누더기 노동법 반대”라는 대중적 판단 잣대를 남기는 것으로 하자.

이제부터 공무원, 교사의 완전한 노동3권 보장,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 산별 교섭의 법제화, 파견법을 비롯한 비정규 악법의 개폐, 공공부문 노동자의 대 정부 교섭권의 확보 등을 골자로 하는 중장기 적인 목표를 세우고 올해부터 그것을 시작하자.

흔히 말하는 96년, 97년 노동법개정투쟁 역시 10여년에 걸친 끈질긴 투쟁에 의해 가능했던 것임을 명심하자. 따라서 4월말부터 본격화되는 상반기 투쟁은 이후 투쟁을 위한 근거지 확보에 있음을 분명히 하자.

그러기 위해 전선을 더욱 넓혀야 하고, 그런 조건은 이미 정부와 자본의 공세로 인해 확보되고 있다. 전임자 문제만이 아니라 공무원 노조의 합법성 문제, 전교조 조합원에 대한 신상명세 공개로 인한 투쟁, MBC의 파업, 기만적 선진화와 사유화 시도, 산별교섭의 회피 등 너무도 많은 노동현안을 저들은 만들고 있다.

따라서 당장 이 모든 현안을 하나로 모으기 보다는 각개로 최선을 다해 투쟁하면서 일정한 시기에 하나로 모아 총력전을 펼쳐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렇게 한편으로 투쟁하면서 아래로부터 조합원의 믿음을 얻어가자.

대중에 대한 다양한 선전과 선동, 작은 투쟁으로서 최대의 성과를 이루기 위한 전술, 협상을 통한 대중에 대한 폭로와 시간 끌기, 한 번의 싸움으로 그치지 않는 끈질기고 연속적인 공격, 결코 쉽게 근거지를 내주지 않는 투쟁 등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대중적 토대를 쌓으면서 전면전을 준비하자. 그것이 상반기 투쟁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조급하다고 해서 충분히 조직되지 않은 대오를 총파업이라는 전면전으로 몰아대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정비와 정돈을 위한 파격적 사고

공공운수노조 준비위도 현장을 순회하고, 민주노총도 현장을 방문한다. 지금은 수십년을 현장에서 버텨 온 조합원의 지혜를 하나로 모아가는 ‘정비와 정돈의 시기’다. 투쟁의 주체를 아래로부터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조합원의 믿음에 답할 수 있는 이기는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그것은 “우리가 지금까지 의심 없이 믿어왔던 우리의 운동전략, 관성, 노동문화를 깨뜨리겠다는 발상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파격적인 상상력에 근거한 새로운 운동의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오늘 하루하루가 훗날 노동운동의 미래가 되도록 하겠다는 결단이 필요하다. 그것이 지금 운동하는 사람들, 오늘 운동의 위기를 불러 온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이다.” 그것을 위해 무엇보다 현장과의 일상적 소통을 강화하면서, 노동운동의 위기 탈출 전략에 대한 고민에 집중하자.

* 이 글은 <공공현장> 20호에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