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의 두 얼굴과 민주당 본색
    2010년 04월 26일 05: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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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에서 이명박 정권에 맞선 야권의 선거연대를 조율하겠다며 ‘시민단체 원로’로 탈바꿈 했던 이해찬 전 총리가 명함을 다시 파야할 일이 생겼다. 지난 25일 발표된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선대위구성 현황에 그의 이름이 ‘선대위원장’으로 버젓이 올려졌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시민주권’이라는 친노 정치모임을 만들면서 이 단체를 ‘시민단체’로 포장했고, ‘5+4협상’이 시작되면서 시민단체 원로의 이름으로 협상테이블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불과 3일 전(23일)까지 타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야권단일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열었다.

그런 그가 아직 당내 경선조차 마치지 않은 민주당의 한 특정후보의 선대위원장이라는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꿰차고 앉았다. 사실 놀랍지도 않은 일이다. 이 전 총리는 ‘선거중재’를 하면서도 민주당 지역 후보 개소식, 혹은 출판기념회에 지속적으로 참여해 왔다.

이해찬씨가 중재자?

하지만 야당의 지방선거 협상을 ‘중재’하던 ‘시민단체 원로’가, 이제 특정 후보자의 ‘선대위원장’을 맡으며 정치적 본질을 커밍아웃 한 것은 다른 문제다. 그동안 그가 해 왔다는 선거중재, 즉 ‘5+4협상회의’ 자체의 공정성과 합리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기 때문이다.

심지어 민주당 일각에서 “이 전 총리를 당 차원에서 선대위원장으로 모셔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니, 그가 해왔던 ‘중재’의 본질에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우상호 대변인은 “실무급에서 거론된 의미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지만, 선대위원장으로 이 전 총리가 언급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 전 총리 선대위원장 직을 수락한 이 전 총리가 민주당의 선대위원장 직을 맡든, 맡지 않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미 그는 ‘중재자’로서의 모든 정치적 지위를 상실했다. 이제는 그동안 그를 향해 ‘시민단체 원로?’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지었던 사람들은 그가 이어온 행보나 발언을 놓고 재평가할 시점이 왔다.

여러 단체와 행사를 뛰어가며 단일화와 관련된 수많은 발언을 했던 이 전 총리는 지난 16일 이상규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와의 만남에서도 “지난 10년 동안 진보 개혁 세력이 실질적 연대를 하지 못했다”며 “야권이 합의를 도출하는데 있어 후보 단일화라는 좁은 틀에서만 생각하지 말고, 정책 합의와 거버넌스를 지방정부 차원에서 넓혀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시민단체 원로로서야 매우 근엄하고 그럴싸하게 공정한 발언이나, 특정 거대정당 편에 서 있는 정치인의 발언이라면 충분히 ‘비판적 지지’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애초 그가 주장했던 그 동안의 모든 ‘중재’발언이 사실은 민주당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비판에서 피할 수 없다.

이제 그만 우려 먹어라

그리고 이는 87년부터 수십년을 이어온 민주당류의 협상 전략이다. 사골 우려먹는 것도 한계가 있는데, 언제까지 비지를 두고 우려먹어야 하나?

압권은 역시 이 전 총리가 지난 13일 <오마이뉴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특강’ 자리에서 한 발언이다. 이 전 총리는 “서울에서 한명숙 전 총리의 당선 가능성이 있다면 유권자들의 사표 심리에 따라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열세 후보에 대해서는 사퇴 압력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일종의 ‘중재자’의 역할을 자임하는 사람이 진보정당 후보에 대해 ‘사표압력’ 행사를 한 것이다. 이것은 절대로 공정한 중재자가 가진 자세라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사표라니, 사표는 이 전 총리가 지난 노무현 정권 시기, 3.1절에 골프치고 낸 것이 사표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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