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안함, 어느 정파를 침몰시킬까?
        2010년 04월 26일 11:4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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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함 정국이 급속히 조문정국으로 전환되고 있다. 지난 24일 천안함 함수가 인양된 데 이어 26일부터 천안함 희생자들의 본격적인 장례절차가 시작된 것이다.

    장례 일정이 29일까지 진행될 예정이고 이 기간 동안을 ‘국가 애도기간’으로 설정한 점을 감안하면, 조문정국은 이번 주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도 각자 일정을 취소하고 조문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시청 광장에 마련된 분양소를 찾았으며, 오세훈 시장, 원희룡 나경원 등 한나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들과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도 서울시청 광장을 찾았다. 진보신당 노회찬, 심상정 예비후보도 이날 오전 10시 평택으로 내려가 조문했다.

    조문 정국, 야권에 불리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둔 가운데 조문정국의 형성은 대체적으로 야당에 불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지난 20일 <MBC> ‘PD수첩’으로부터 시작된 ‘성접대 검사 파문’을 두고 연일 강공을 펼치던 야권은 일단 조문기간 동안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다. 반면, ‘진상조사’를 말하면서도 특검을 거부해왔던 한나라당으로서는 한 숨 돌린 셈이다.

       
      ▲ 정운찬 총리 및 국무위원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현재 조문정국은 천안함 침몰 원인 규명 여부에 따라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 역시 군 당국이 사실상 ‘북에 의한 공격’을 사고원인으로 놓고 조사를 벌이고 있고, 특히 천안함 침몰 원인을 조사 중인 민군합동조사단이 25일, 중간조사 발표를 통해 ‘비접촉 수중폭발’로 사고원인을 진단하면서 대체적으로 야권에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 전문가들 진단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천안함 사건은 보수진영에 상당히 유리한 이슈”라며 “만약 내부 파괴라면 여권에 불리하게 되겠지만 북에 의한 공격이라는 설이 원인으로 밝혀질 경우 야당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장 큰 이슈가 천안함이 된 것”이라며 “한명숙 후보의 무죄판결은 이미 이슈로서 소멸이 되었고, 4대강이나 세종시의 경우도 이슈의 유효성이 떨어진 상태이지만, 앞으로 천안함 이슈는 더 커지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야권이 천안함을 능가하는 파괴력 있는 이슈를 만들어내야 하지만,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안함 이슈 더 커질 것"

    천안함 조문정국에 따라 여성공약 발표와 노회찬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사무실 개소식 일정을 연기한 진보신당의 한 관계자도 “현재의 상황이 선거에 대해 시민들이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어려운 조건이기 때문에 우리 역시 어려워진 조건이라 할 수 있다”며 “어쨌든 돌파를 해야 하는데, 정책을 잘 포장하고, TV토론 준비를 열심히 하는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후마니타스’ 박상훈 대표(정치학 박사)는 “불행한 일을 당한 사람들에 대해 같이 슬퍼하고 애도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조문정국’이라 해서 불행한 일이 정치에 동원되는 병리적 측면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보통사람들은 국가에 동원이 되더라도 점차 적절하게 자기 균형을 찾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문정국이 정치권에 미칠 영향에 대해)다소 걱정스럽게 보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유권자들이 적절하게 조정을 하기 때문에 갑자기 보수로 쏠린다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런 관점으로 보면 한국 현대사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정부가 이번 사태에 자신의 무능력을 드러내지 않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에 애국주의로 미화하고 희생자들을 ‘영웅’으로 동원하고 싶을 것”이라며 “전형적인 미국식 정치담론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민들이 가져야 할 적절한 비판의식을 영웅주의로 대체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비판 vs 애국주의

    박 대표는 이와 관련 “군과 정부가 이번 사건의 초기 대처 과정에서 무능력함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정부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자리잡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천안함 조문정국으로 당장의 다른 정치적 이슈들이 가려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사건이 지방선거에 끼칠 영향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시각들이 존재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이번 사건은 선거에서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날 수가 있는데, 애국주의 같은 보수적 의제가 팽창해 정부와 여당에 유리할 수도 있지만, 지방선거 전까지 정부의 실책이 드러나는 이슈가 불거질 경우 오히려 이번 사태와 연동되어 더욱 불리해 질 수도 있다”며 “선거는 사이 변수가 많이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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