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위가 초청한 유부남 요리 강사”
    [내 맛대로 먹기] “직접 만든 두부, 안 먹어봤으면 말을 마시라”
        2012년 05월 12일 11:3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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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리 잘 하는 운동권 남자 도처에 있다

    요리에 관한 이야기 연재를 부탁받았다. 망설이지 않고 하겠다고 했다. 글을 지어내는 것이 아니라 내 생활의 일부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니 뭐가 어려우랴. 공공운수연맹에서 발행했던 <꼼꼼>이라는 신문에 음식 만들기에 관한 이야기를 연재했던 경험도 조금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한데 막상 첫 원고를 쓰려니 걱정이 태산이다. 서점에서 요리책 코너는 언제나 빼곡하고, 인터넷 검색창에 입력만 하면 어떤 음식이라도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 신문과 잡지에 퓨전요리, 건강요리, 스피드요리, 맛집 소개란은 흔해빠졌다. 이런 세상에서, 이름난 맛집의 주방장도 아니요, 특별한 솜씨를 지닌 전업 요리사도 아닌 내가 무슨 배포로 요리에 관한 연재를 하겠다고 했을까? 아닌 게 아니라 야단났다.

    곰곰 생각해 본다. 내가 어쭙잖게나마 내세울 것이 무엇이며, 남들하고 조금이라도 다른 점이 뭐가 있을까? 억지를 부리자면 있기는 있다. 음식 만들어 놓고 ‘동지’들을 집으로 부르기, 수련회에 가서 아침 해장국 끓이기, 노동조합 조합원들에게 요리 강좌 열기…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짓거리들을 많이 하기는 했다. 그런 일들은 분명히 내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쓴다. 쓰기로 했으니 쓴다. 쓰고 싶은 대로 쓴다. 내 즐거움과 기쁨의 한 부분을 솔직담백하게 써보기로 한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재미와 채 깨닫지 못한 의미를 내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가 느낄 수 있다면 내 기쁨 또한 더 커지지 않겠는가.

    한 가지 당부할 말이 있다. 내가 노동조합 활동가라는 사실과 남자라는 사실 때문에 사뭇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지는 말기 바란다. 나 말고도 요리 잘하는 운동권 남자들은 도처에 있다. 나는 그런 남자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늘어나기를 바랄 뿐이다.

    요리, 상상 이상의 매력

    내가 음식을 집에서 직접 만드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몇 가지만 얘기해 보자. 일을 핑계로 집에 잘 붙어있지 못하는 처지에 식구들과 소통하는 수단으로서 음식 만들기는 상당한 효과를 발휘한다.

    큰 딸이 고등학교 다닐 때 우리 부녀간의 대화는 주로 아침 식탁에서 이루어졌다. 딸이 원하는 반찬을 차려 놓고 마주 앉아 아침밥을 함께 먹으면서 나는 아이의 일상의 고민과 학교 이야기를 들었다. 아빠한테 좀처럼 자기 얘기를 하지 않는 둘째도 먹고 싶은 음식이 있을 때는 아빠한테 쪼르르 달려온다. 물론, 아빠가 집에 있을 때의 얘기이다.

    채소, 생선, 육류 등 신선한 재료를 직접 고르고 손질하여 맛깔스런 음식으로 변모시키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매력적인 일이다. 싱싱한 채소를 잘 다듬고 재료 본래의 맛을 살려 곧바로 먹는 것은 내 생활까지 덩달아 싱싱하게 만든다.

    인공의 조미료를 일체 배제하고 나만의 맛을 찾아가는 과정은 낯선 곳으로의 여행과 같은 두근거림이 있다. 특히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석 달, 기다림을 필요로 하는 음식을 준비하는 일에는 설렘이 넘친다. 김치와 깍두기는 물론이고, 채소피클, 간장게장, 매실 절임, 오미자청 같은 음식들이 그런 것들이다. 된장, 고추장 담그기는 내게 조금 더 시간이 허락할 때를 기다리고 있다.

    실제 해먹는 음식 중심 소개

    좋아하는 동지들을 집으로 불러 내가 만든 음식들을 안주삼아 소주 한 잔 나누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요즘은 새 집으로 이사했거나 결혼을 했다고 해서 집으로 손님들을 초대하는 일이 예전처럼 흔하지 않다.

    전업 주부의 입장에서도 집들이는 매우 고된 노동인데, 맞벌이를 하는 처지라면 사람들을 집으로 불러들이는 일은 일대 결단이 필요하다. 나는 몇 년간 주말 부부로 살 때 이런 저런 핑계로 동료들을 집으로 불러들였고 내가 만든 음식으로 그들을 양껏 대접했다. 그때마다 미리 아이들에게 양해를 구하긴 했지만 어쩌면 아빠의 일방 통보에 가까웠다고 여겼을지도 모른다.

    이제부터 내가 실제로 해먹는 음식들을 주로 소개할 것이다. 아주 새로운 음식도 있고,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음식도 있다. 음식을 만드는 방법, 음식에 관한 내 경험과 생각들을 쓸 것이다. <꼼꼼>에 이미 소개했던 것이라도 지면 제약으로 건너뛰었던 얘기들을 추가해서 더 풍부하게 하고자 한다.

    사무노련 여성위원회 초청 두부 강좌를 하다

    첫 이야기의 주인공은 두부이다. 세상에 널린 것이 두부인데 새삼스레 두부가 웬 말이냐고? 두부, 집에서 만들어 먹자는 얘기이다. 큰 딸이 중학교 다닐 때였나, 어느 날 갑자기, 집에서 만든 두부가 먹고 싶다고 한 날부터, 두부 만들기는 내 주요한 일과가 되었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1~2모의 두부를 만들게 되자 우리 집의 장바구니에서 두부는 사라졌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두부에 관한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지는 못하지만, 내 나름대로 두부 전도사를 자처한다. 누구라도 두부 만드는 법을 알고 싶다고 하면 불원천리하고 달려간다. 가족모임이나 동료들과의 여행, 노동조합의 소규모 수련회에 갈 때 나는 대체로 콩, 믹서, 간수, 두부 틀을 갖고 간다.

    100% 무공해 우리 콩으로 만드는 두부, 영양도 영양이지만 보드랍고 고소한 맛이 정말 끝내준다. 작년에 사무금융노련 여성위원회의 요청으로 두 번의 두부강좌를 했었는데, 참석했던 한 여성간부가 그랬다. 호기심에 배우긴 하지만 번거로워서 집에서 만들어 먹게 될 것 같지는 않다고.

    그 날 강좌가 끝나고 현장에서 만든 두부를 맛본 그 여성동지의 반짝이던 눈빛을 나는 잊지 않는다. 그동안 자신이 경험했던 두부와 전혀 다른 맛에 놀랐다고 했다. 몇 달이 지나서 두 번째 두부강좌가 열렸는데, 예의 그 여성간부가 또 참석해서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면서 두부 만들기에 집중했다. 집에서 직접 만든 두부, 먹어보지 않았으면 아는 척 나대지 마시라.

    영양으로 보면 완전식품에 가까워

    모두 알다시피 두부는 콩으로 만든 것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음식이다. 영양으로 보면 완전식품에 가깝고, 맛으로 보면 순박하고, 순수하기 이를 데 없다.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하고, 콜레스테롤은 전혀 없으며, 저열량(91Kcal/100g)으로 다이어트에 대단히 좋다. 칼슘의 대명사인 우유 100g에 들어있는 칼슘이 105mg인데 같은 양의 두부에는 126mg의 칼슘이 들어있다니 이채롭다. 게다가 두부는 물의 함량이 80% 이상으로 영양과 균형을 이룬 물의 섭취를 돕는 역할을 한다.

    독자 중에 구속 수감된 경험을 가진 분들, 출감할 때 교도소 정문에서 환영 인파들에게 둘러싸여 두부 한 모쯤 날로 먹은 기억이 떠오를 것이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감옥에서 나오면 두부를 먹게 하는 관행이 생긴 것도 두부의 속성과 풍부한 영양 때문이라고 한다.

    콩에서 만들어지긴 했지만 두부가 다시 콩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듯이, 다시는 감옥으로 되돌아가 콩밥 먹지 말라는 덕담을 대신하여 두부를 먹게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영양 공급이 턱없이 부족했을 감옥의 열악한 조건을 감안하여 두부로 영양과 포만감을 일거에 채워주려고 하는 것이라고도 한다.

    잔소리가 길다. 다시 강조한다. 두부,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자.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상당히 번거롭고 귀찮은 일로 여길지 모르지만, 의외로 쉽고 간단하다. 불린 콩, 간수, 믹서, 베 보자기, 두부 틀, 그리고 물만 있으면 준비가 끝난다. 아이들과 함께 하면 금세 따라 배우니까 가끔 도우미로 삼아도 좋을 것이다.

    <재료>

    콩(백태, 노란콩) 1컵(200g), 간수 1컵 이상, 물 2리터 : 콩 1컵을 불리면 대략 3컵이 되고 두부 1모를 만들 수 있다. 국산콩 1kg은 9천원 안팎에 살 수 있다. 간수는 콩단백질을 응고시켜 두부로 만든다. 화학적 간수도 있지만, 내가 쓰는 것은 강릉 지역의 바닷물 간수이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할 수 있다. 물은 콩의 영양성분을 녹여내는 역할을 한다. 내가 쓰는 1컵은 240cc인데, 보통 크기의 머그컵 80% 용량이다.

    <도구>

    믹서(도깨비방망이), 냄비, 두부 틀, 베주머니, 베보자기(가제손수건), 컵, 나무주걱, 체 등

    <만드는 법>

    1) 콩을 충분히 불린다. 겨울에는 12시간 이상, 여름에는 6~8시간이면 된다. 급할 때는 따뜻한 물로 불리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2) 물 4컵 정도를 부어서 믹서로 갈고, 이것을 베주머니에 넣어서 콩을 짜낸다. 두 번 되풀이한다. 단백질을 포함하여 물에 녹는 성분을 추출하는 과정이다.

    3) 두 번 짜낸 콩물을 합쳐서 넉넉한 냄비에 넣어 주걱으로 저으면서 팔팔 끓인다. 이 때 한눈을 팔면 안 된다. 콩물이 뜨거워지면 한순간에 넘치는데, 미리 찬물을 약간 준비했다가 끼얹어서 넘치지 않도록 한다.

    4) 뜨거운 콩물을 체에 거르고 바닷물 간수를 1~1.5컵쯤 넣고 그냥 둔다. 잠시 후면 하얗게 응고된 덩어리들이 뭉게구름처럼 노릇한 콩물 안에 비친다. 여기에 아주 살짝 불기운을 더하면 두부입자들이 더욱 크고 선명해지며 콩물은 맑은 노란빛을 띠게 된다. 이것이 순두부이다. 그대로 떠먹으면 입안에서 크림처럼 사르르 녹아 목젖으로 감겨드는 맛이 으뜸이다.

    5) 순두부를 두부 틀에 넣고 30분 이상 눌러두면 모두부가 된다. 따뜻할 때 양념간장에 찍어 먹으면 담백하고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비길 데가 없다.

    ※ 불린 콩이 준비되었으면 순두부를 만드는 데까지 30~40분, 모두부가 될 때까지는 1시간 10분 남짓 걸린다. 많은 양의 두부를 한꺼번에 만드는 게 아니라면, 아침 시간에 조금만 부지런하게 움직여도 맛과 영양 만점인 우리 콩 두부를 밥상에 차려낼 수 있다.

    필자소개
    이성우
    전 공공연맹 사무처장이었고 현재는 공공연구노조 위원장이다. 노동운동뿐 아니라 요리를 통해서도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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