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유니온 조합원은 어떤 사람들?
    By 나난
        2010년 04월 26일 08:5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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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유니온(위원장 김영경)은 불안정노동을 하면서 반복적으로 실업 상태에 노출돼 있는 청년노동자를 위해 조직된 자주적 노조다.

    사회에서 88만원 세대를 운운하면서, 그들의 처지와 조건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는 듯하지만, 정작 자신들의 권익을 쟁취하기 위해 스스로 만든 노조를 정부가 법을 앞세우면 ‘원천봉쇄’를 하고 있다. 

    그들은 누구일까? 

    청년유니온에 가입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당장의 권익 확보보다는 정부의 ‘탄압’, 알바 사업장 ‘사장님’의 해고 등, 가뜩이나 어려운 ‘인생’에 또 하나의 걱정거리와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노조 가입’을 선택한 이들은 누구일까?

    청년유니온 조합원 중 구직자는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다. 김영경 위원장은 “청년유니온에 등록된 조합원은 100여 명(13일 노조설립신고 조합원 23명)으로, 직종별로 조사하지 않았지만 대략 구직자와 아르바이트생, 일반 직장인으로 나눌 수 있으며, 구직자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현재 구직활동 중인 청년유니온 조합원 한지혜(27) 씨는 “노동할 의지가 있는 사람은 모두 노동자라 봐야 한다”며 “노동을 하기 위해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고, 이들은 노동을 하기 위해 준비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정부가 구직자를 노동자라 보지 않는다는 것은 노동문제에 기본이 없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지난 3월에 열린 청년유니온 창립 총회 모습 (사진=청년유니온)

    특히 지난해 정부가 추진한 청년인턴제에 참여한 그는 이를 통해 청년실업 문제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를 몸소 겪었다. 그는 “지난해 5개월간 행정인턴을 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일자리가 아닌 단기 비정규직일 뿐이었다”며 “취업률은 일시적으로 증가했겠지만 5개월 후 이들은 다시 실업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청년유니온의 구직자를 문제 삼을 게 아니라 예산 등을 투입해 실질적으로 고용이 해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청년들이 청년들만의 세대별 노동조합을 원하는 이유는 “취업을 한 노동자들에게만 주어지는, 또는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에서만 보장되는 노동기본권을 실질적으로 구직활동이나 아르바이트 등의 노동을 하면서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한 씨는 “우리나라는 기업별노조가 대표적이다. 기업에 들어가야만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를 노조를 통해 보장받고 있다”며 “하지만 청년들 중에는 노동자로서 보장받을 수 있는 기본권에 대한 정보도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우리 스스로 청년노조를 만들어 이러한 부분을 학습하고,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소기업이나 노동조합이 없는 기업에 다니는 사람들 또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노동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이러한 권리를 알아가고 보장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받는 21세 총각

    시급 4,110원의 최저임금을 받고 아르바이트 중인 김민수(21) 씨는 “기업별노조, 세대와 무관하게 활동하는 거대 노조도 있지만 20대 문제만을 중심에 둔 노조는 없다”며 “’왜 꼭 20대의 문제를 청년들만의 노조로 해결하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분도 있지만, 20대 문제를 70~80년대의 사고방식으로 해결하는데는 문제가 있다. 정서나 가치관, 세계관, 공감대를 반영하기 위해 20대 노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조설립신고서 반려 등 청년유니온을 바라보는 정부의 곱지 않는 시선에 대해 김 씨는 “이미 콩고물과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우리의 질서정연한 논리를 말하는 건 의미 없다”며 “안타깝지만 노조 설립신고서가 받아들여질 수 있는 좋은 방향으로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청년유니온은 최저임금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구직자, 학생들의 대부분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등록금문제에서부터 용돈벌이까지 이유는 다양하지만 이들은 현재 4,110원 최저임금만을 받으며 노동을 제공하고 있다. 간혹 이 4,110원조차 받지 못하는 이들도 수두룩하다.

    청년유니온은 “최저임금은 200만 명의 생계형 아르바이트생과 50만에 달하는 취업준비생의 생활수준과 가장 밀접한 연관이 있는 문제”라며 “그간 양대 노총 중심으로 이뤄졌던 최저임금 투쟁에 적극 개입해 청년 노동자의 전체적임 임금을 높이고자 한다”는 입장이다.

    김 씨는 “최저임금투쟁에서 꼭 성공해야 한다”며 “최저임금이 조금이라도 오르면 모든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적용되고, 이것이 이들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유니온은 ‘당사자 운동’"

    영상작가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임기웅(31) 씨 역시 “최저임금 투쟁부터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88만 원의 청년문제도 있지만 최저임금조차 받지못하는 44만 원 세대가 있다”며 “청년유니온이 실업문제와 더불어 최저임금 인상 투쟁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도 당사자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청년들의 움직임은 미미한 수준이다. 대부분의 청년들이 청년유니온의 필요성을 인식하지만 직접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주변 친구들은 청년유니온의 활동을 지원하고 격려를 아끼지 않”(임기웅)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혀 참여하지 못하는 친구는 물론 청년유니온의 활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들도 많”(한지혜)은 게 사실이다. 

    그래도 김민수 씨는 청년유니온의 매력을 설파한다. 그는 “청년유니온의 가장 큰 매력은 당사자 운동”이라며 “자기의 문제를 남들이 해결해 주는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고민하고 이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년유니온이 그들만의 리그가 되지 않고 더 많은 사람들과 새로운 생각, 발상으로 신선하게 운영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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