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바마의 두뇌가 말하는 미국의 진보
    By 나난
        2010년 04월 24일 02:0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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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주의는 사회적으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치열한 도덕적 비전에 뿌리를 두고 성장해왔다. 의식주 문제가 해결되고 자식들이 기회를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세상이라면, 진보주의자들에게 그것은 정의다.

    노동자를 착취하고 어린이노동이 횡행한다면, 그것은 불의다. 열심히 일하고, 제몫을 다하는 사람들은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사람들이 종잡을 수 없는 경기 상황에 취약한 상태로 방치돼 있는 것은 옳지 못하다. ‘아일랜드 사람 지원 금지’라는 공고문은 잘못이다. 만민 평등과 기회가 곧 정의다.”(『진보의 힘』pp.29~30)

    대중들의 삶 속에서 실현돼야 할 진보의 가치가 무엇인가? 『진보의 힘』(한겨레출판, 12,000원)은 ‘어떻게 구체적인 정책으로 그들 삶에 영향을 끼칠 것인가’에 방점이 찍혀 있는 책이다.

    ‘오바마의 두뇌’, 미국진보센터(Center For American Progress, CAP)의 존 포데스타 소장이 미국의 진보를 엮은 책인 출간됐다.『진보의 힘』은 최근 결실을 거둔 전 국민 의료보험 개혁안에 미국의 진보 진영이 얼마나 오랜 세월 큰 공을 들였는지, 왜 오바마가 공교육 개혁에 팔을 걷어붙였는지,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과 민주당 정부의 안보전략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등 미국 내 진보진영이 생각하는 정책의 줄거리와 맥락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 책 표지.

    저자는 이 책의 서문에서 자신은 태생적 진보주의자임을 밝히며 가난한 이탈리아, 그리스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자신이 로스쿨을 졸업하고, 대통령 비서실장에까지 이를 수 있었던 것이 미국의 진보 정치인과 그들의 정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책은 우선 미국 진보주의자와 진보의 역사를 개괄하며, 현 진보진영이 추구하는 정책적 뿌리를 짚어본다. 하지만 이 책의 핵심은 미국을 대표하는 진보싱크탱크의 책임자로서 진보 진영의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부분이다.

    저자는 『진보의 힘』에서 지구온난화의 해결, 미국 경제의 회생, 미국과 세계의 지속가능한 안전보장, 이 세 가지 주제를 키워드로 놓고, 그 아래 세부적인 정책안을 제시한다. 또한 미국 경제 회생의 기준을 일부 기업이나 부유층에 두지 않고,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적절한 개입, 새로운 일자리 마련 등 진보주의적 가치에 두고 있다.

    이것이 결국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 실시, 공교육 제도의 개혁 등의 정책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 책의 흥미로운 부분은 미국이 직면한 가장 긴박한 문제를 기후변화, 즉 지구온난화 해결이라 설명하고 이를 경제 성장과 안보 문제와 연결고리를 엮어낸 지점이다.

    석유 의존도가 높은 미국 산업의 에너지 수요를 장기적 관점에서 녹색에너지로 대체해나감으로서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녹색경제에서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찾을 수 있으며, 석유 수요로 인한 중동 지역 편중의 대외 정책 문제가 안정적으로 단순화된다는 논리다.

    이 책을 통해 현재 미국의 진보주의 진영이 어떤 생각과 구체적인 비전을 갖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과정은 현 오바마 정부의 행보를 이해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부자 감세 정책에 대한 단호한 반대, 월가를 바라보는 견제적 시선, 건강보험ㆍ공교육 개혁을 위한 전투적 자세, 기후변화나 소수자 문제에 대한 전향적 태도 등은 이전 조지. W 부시 정부를 지켜본 다른 나라 시민으로서도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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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존 포데스타(John Podesta)

    빌 클린턴 대통령의 재임기인 1998∼2001년 백악관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오바마 정권 출범 시에는 정권 인수위원장으로 새 정부 정책의 골격을 잡았다. 지금은 2003년에 설립,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연구교육기관 ‘미국진보센터’의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조지타운대학 법률센터 객원교수이기도 하다.

    역자 – 김현대

    서울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캐나다 콩코디아 대학에서 항공MBA 과정을 공부했다. 1987년 ‘한겨레’ 창간에 참여한 이후 20년 세월을 기자로, 경영 간부로 한겨레 밥을 먹고 있다. 최근에는 ‘한겨레’의 지역경제디자인센터 소장을 맡아, 우리 시골 경제가 건강하게 돌아갈 수 있는 방도를 찾고 있다. 작고 똑똑한 대학을 지역 소도시에 제대로 하나 세우는 게 꿈이다. 역서로 『내 인생을 바꾸는 대학』등이 있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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