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한미군 감축 등 한미동맹 일대 변화"
        2010년 04월 23일 05:41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천안함 침몰을 계기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연기 주장이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거세게 제기되고 있고, 이에 화답하듯 이명박 정부도 미국과의 협상 타진을 저울질하고 있다.

    게이츠, 닉슨 독트린 부활 강력 시사

    그런데 미국의 주무부처인 펜타곤의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닉슨 독트린’의 부활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하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아시아 방위는 아시아인 스스로”로 요약되는 닉슨 독트린이 부활할 경우, 전작권 환수 연기라는 보수판의 염원은 물거품으로 끝나는 것은 물론이고 주한미군의 추가 감축 등 한미동맹의 일대 변화가 불가피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리처드 닉슨 대통령

    게이츠는 미국 외교전문잡지인 <포린어페어즈> 5/6월호 기고문을 통해 미국의 향후 전략은 “미국의 동맹·우방국들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는 것을 돕는 데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수십년간 미국의 안전과 안보에 가장 치명적인 위협은 다른 나라들이 스스로를 통치하고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갖지 못한 국가들로부터 나올 것”이라며, 위에 같이 천명했다.

    게이츠가 이러한 입장을 밝힌 데에는 ‘전쟁 피로감’이 반영되어 있다. 그는 “미국은 조만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 수준의 임무를 되풀이하지 못할 것”이라며, “미국의 효율성과 신뢰성은 해당 지역 우방국들의 효율성과 신뢰성, 그리고 지속가능성이 확보될 때 보장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게이츠는 안보 환경의 변화와 이에 따른 미국의 신군사 전략 핵심적인 방향으로 “우방국의 능력 구축”을 들면서, 미국은 이를 돕고, “필요하다면 우방국들에게 장비와 훈련 등 군사 지원을 제공해 미군과 함께 싸우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2차 대전 당시 영국의 사례를 들었다.

    미국, ‘전쟁 피로감’ 반영

    당시 윈스턴 처칠은 “우리에게 장비를 달라. 그러면 임무를 끝내겠다”며 미국의 지원을 요청했고, 미국은 310억 달러(1940년 달러 가치 기준)의 군사 지원을 제공했다. 이러한 언급은 앞으로 대규모의 미군 병력을 투입하는 것을 지양하면서 이를 동맹국에 대한 무기와 장비, 그리고 훈련 지원으로 대체해나갈 방침을 강력히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뒷받침하듯 게이츠는 ‘닉슨 독트린’을 강조했다. 그는 “닉슨 독트린은 미군 병력을 투입하지 않고 군사와 경제 지원을 통해 미국의 동맹·우방국들이 소련이 지원하는 무력 갈등에 대항하는 것”이었다며,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에서 입증된 것처럼 미국의 직접 개입은 엄청난 비용과 논란을 가져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오늘날의 지구 안보 환경은 당시보다 더욱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하며 여러 측면에서 위험”하고, “미군은 두 개의 전쟁과 여러 가지 분쟁과 싸우면서 스트레스와 긴장 상태에 있다”고 강조했다. 최고 국방책임자로서 앞으로는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 개입은 지양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닉슨 독트린’의 부활에 버금가는 ‘게이츠 독트린’은 한미동맹의 미래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한미동맹은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의 하위 변수이고, 세계 10위권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보유한 한국 방어의 주도적인 역할을 미군이 맡고 있어 ‘게이츠 독트린’의 주된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이츠 독트린’은 그의 전임자였던 도날드 럼스펠드가 ‘붙박이형’ 주한미군에 답답함을 토로하면서 전략적 유연성을 추구했던 ‘럼스펠드 독트린’과 맞물리면서 한미동맹의 미래에 대한 근본적인 논쟁을 촉발할 것이다.

    럼스펠드 독트린과 게이츠 독트린이 만나는 지점에는 전작권 전환을 통해 한국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고, 주한미군을 신속기동군으로 재편해 전세계 어디든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도록 하며, 유사시 미군 병력의 투입은 최소화하고 이를 무기와 장비로 대체한다는 구상들이 있다. 더구나 게이츠 독트린에 따르면, 주한미군의 대폭적인 감축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구걸인가, 자주국방인가 또는 평화정책인가

    한미동맹에 ‘올인’해온 MB 정부가 이러한 미국의 신군사전략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큰 관심사이다. 미국에 매달려 애원할 것인지, 아니면 대규모 국방비 증액을 통해 노무현 정부식의 자주국방을 추진할 것인지, 이것도 아니면 과감한 대북 평화정책을 통해 한반도 안보 불안의 뿌리를 뽑는 선택을 할 것인지, 역사적이고 전략적인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는 느낌이다.

                                                    * * *

    *이 글은 http://blog.ohmynews.com/wooksik/rmfdurrl/328535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