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 속에도 강이 흐른다”
    2010년 04월 23일 02: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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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은 4월 24일부터 가을까지 4대강 정비사업 지역을 답사하여 글, 사진, 영상, 만화, 시 등으로 기록하는 ‘흐르는 강물처럼’을 펼친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정비사업에 대한 반대가 환경단체를 넘어 종교단체 등까지 번지고 있다. 한편 이러한 반대운동은 대체로 정비사업 자체에 대한 비판과 감시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진보신당은 ‘긴 호흡’과 ‘기억’이라는 문제의식에서 당 내외의 문화예술 역량과 함께 4대강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여러 수단과 매체에 기록하여 전하기로 하였다.

진보신당 당원들과 당 내외의 문화예술가들이 주말을 이용하여 4대강 현장을 찾아보는 ‘흐르는 강물처럼’은 4월 24일 한강에서 출발하여 9월 중순경 낙동강에서 마무리될 예정이다. ‘흐르는 강물처럼’에는 노회찬, 심상정 등 당 간부들 뿐 아니라, 변영주 감독, 봉준호 감독, 김탁환 소설가, 송경동 시인 등이 참가하기로 확정하였거나 참가 섭외 중이다.

여섯 달에 이르는 강 길에 붙박이로 참가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상엽과 송기역과 처절한 기타맨이 바로 그들이다. ‘흐르는 강물처럼’을 기획하고 추진하고 있는 이들은 매번의 답사에서 사진과 글과 영상을 남기는 역할도 함께 맡게 되었다.

<레디앙>이 세 사람을 만나 ‘흐르는 강물처럼’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사연, 그리고 그들이 강과 함께 무엇을 하려는지 이야기 나누었다. 그들은 “우리 몸 속에도 강이 흐른다”고 말한다. 하나 같이 마른 몸매에 덥수룩한 머리의 세 남자가 반 년 후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겠지만, 강물만은 의연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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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 참석자 
이상엽 (사진작가, 진보신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송기역 (시인)
처절한 기타맨 (<칼라티비> 프로듀서)

사회 : 이재영 기획위원
사진 및 기록 : 손기영 기자

일시 : 4월 19일 오전 10~12시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처절한 기타맨, 송기역 시인, 이상엽 작가, 이재영 기획위원 (사진=손기영 기자)

이재영 : ‘흐르는 강물처럼’에 대해 설명해달라.

이상엽 : 이 작업은 당의 이벤트, 홍보와 관련이 없다. 또 당이 4대강 문제에 대해 정치적 입장을 밝히는 데 도움을 주는 것과도 관련이 없다. 저는 처음부터 기록 차원에서 이 일을 하겠다고 이야기 했다. 중앙당의 입장에서는 4대강 문제를 관심 있게 하겠다는 것을 어필하겠다는 것일 텐데…. 그러나 활동은 기록중심으로 할 것이다.

제가 정당 사업에 뛰어들 여유는 없지만 사진작가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최근 4대강 사업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이 문제를 기록하고 싶었다. 이를 통해 당에 문화예술위원회를 건설할 수 있을 것 같았다. 4대강 답사를 갈 수 있는 형식이 만들어지면, 그 뼈대가 되는 기록사업을 연말에 책으로 묶고 전시회를 할 생각이다. 같이 가는 분들을 중심으로 내년 정도에 문화예술위원회의 인적자원을 구성하겠다.

당의 이벤트가 아니다… 4대강을 기록할 뿐

이재영 : 송기역 시인과 처절한 기타맨님도 자기 소개 말씀해 달라.

송기역 : 저는 계속 기록 작업을 하고 있고, 이번에 허세욱 평전을 털었다. 아무래도 평전작업을 하다보니까 다른 것들을 못했다. 저는 4대강 문제와 관련해 ‘리얼리스트 100’이라는 작가단체에서 간사 일을 해왔다. 활동 초창기에는 4대강 문제와 관련해 언론 연재도 했다.

작업이 끝나면서 다음에 기록할 작업을 염두하는 상황이다. 진보신당 당원은 아니지만, 나중에 막연하게 이상엽 작가와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들은 자신의 전문 장르 외에서 글을 쓰는 건 경원시하는 문화도 있지만, 기록되지 않는 것은 없기에 이 4대강 답사 프로그램을 접하고 싶었다.

이재영 : 송기역님은 원래는 시인인데, 이번 작업은 운문 말고 산문으로 쓸 텐데.

송기역 : 저는 사람에 대한 작업을 많이 했다. 이름 없는 민중의 삶을 기록했다. 4대강 문제 관련 이번 작업은 전체적으로 강에 대한 기록이 되겠지만, 결국 사람에 대한 기록으로 이어질 것 같다. 사람들의 공동체인 마을의 변화를 기록하고 싶다.

지금 4대강 사업은 공동체에서 이재민들을 만들어내는 철거작업이기도 하다. 지난 70년대에 팔당 지역은 댐 공사로 한 차례 철거가 된 경험도 있는데, 그런 공동체에서 사는 사람들의 역사를 기록하는 걸 염두에 두고 있다.

   
  ▲ 처절한 기타맨 (사진=손기영 기자)

기타맨 : 저는 <칼라TV> 스텝으로 참여한다. <칼라TV>를 진보신당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원래 내부 구성원들은 촛불 집회가 열리면서 모이게 되었고, 영화를 하다 온 사람, 방송을 하다 온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4대강 문제와 관련해 이미 결합해서 작업을 하고 있다. 얼마 전에 낙동강에 가서 촬영을 하고 왔다.

송기역 : 4대강 사업에 관한 기사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고, 최병성 목사 등 블로거들이 현장을 누비면서 소식을 전하고 있는데…. 마을과 마을 속에 사람들의 기록들이 많지 않은데, 그런 부분을 많이 파고들 것이다.

이상엽 : 20세기 초반 미국에서 대공황이 있을 때, 농업안전국에서 기록사업을 벌였다. 정부가 사진가들을 고용해서, 대공황으로 고통 받는 농민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이 사람들의 기록은 정직하며 예술적이었다. 당시 그 사진들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기록은 정직할수록 힘이 세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그런 아이템을 얻기 위해 개인 작업도 중요하지만, 공동 작업을 하는 게 더 잘 만들어질 것이고, 그것이 기록으로 공식화되면 이후 사람들에게 유의미한 자료가 될 것이다. 영상이든지 사진이든지 글이든지 결과물로 만들자는 것이다. 특히 <칼라TV>가 취재를 해서 10~20분 내외의 영상물을 제작하면, 최상의 작업물이 나올 것이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전하겠다

이재영 : 다른 정당과 사회단체들도 4대강 답사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하고 있지 않은가. 기존의 프로그램과 어떻게 다른가?

기타맨 : 어제(18일) ‘한강 올레’는 당내 행사로 그쳤다. 현장에 갔을 때 몇몇 시민들은 봤지만, 행사 자체도 식상했다. 금강 쪽 행사도 지역 출마자만 참가했다. 지역의 시민·환경단체들의 결합도 없고 우리끼리만 행사를 한 것 같다. 영상작업 자체보다는 어떻게 구도를 잡고 가는가에 대한, 그리고 행사에 참가하는 사람들에 대한 ‘메이킹 필름’도 중요하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낸 건데, <KBS> ‘1박2일’처럼 현장 사람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특히 공사 현장 소장들의 인터뷰가 재미있을 것 같다. 자신들은 4대강 사업에 ‘다른 마음’인데. 그것을 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송기역 : 강에 대해 현장소장의 시각 혹은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시각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싶다. 강은 기본적으로 흘러야한다는 인식을 가진 노동자들이지만, 현장에서 생계로 먹고살아야 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한다.

2주일 전 4대강 사업 현장에 갔을 때 충격을 받은 게 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슬퍼서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어떤 분은 서울에서 보는 아파트 공사현장과 시각적으로 비슷한데, 왜 아파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분들도 있었다. 감성적으로 강의 아픔들, 그곳에 살고 있는 생명들의 아픔들 잘 못 느끼겠다는 것이었다.

개발주의의 역사에 어릴 때부터 익숙해진 것이다. 이런 게 이상한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런 세대들을 위해 어떻게 기록하고 전달할 것인지가 제 고민이다.

이재영 : 그러면 이른바 ‘자연’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사람’을 기록하겠다는 것인가?

이상엽 : 사진은 우선 자연에 대한 기록이다. 개발 논리로 계속 공사판을 찍을 때, 강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들이 중요하다. 파헤쳐진 뒤, 나중에 복원하려면 있는 그대로의 강의 모습이 필요하지 않는가.

강이 흐르면 사람들은 그 주변에서 의지하며 살아왔다. 사람들은 어떤 형태로든 강에서 살아왔는데, 지금의 개발 논리대로라면 강과 단절이 되는 것이다. 서울의 한강이 이를 잘 보여준다. 한강은 1km 정도 되는 ‘콘크리트 강폭’을 가지고 있다. 강과 인간이 분리된 것이다.

강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문화를 기록하겠다는 송기역 시인의 아이디어가 중요하다고 본다. 그것은 글을 쓰는 사람의 몫이라고 본다. 현장을 찾아가서 그쪽 사람들의 이야기를 ‘1박2일’처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처럼 담는 것도 좋겠다.

건설소장, 건설노동자, 지역주민, 농민, 그리고 개구리

   
  ▲ 송기역 시인(사진=손기영 기자)

송기역 : 인류의 문명은 오래 전부터 강에서 시작되었다. 강 주변에서 구석기, 신석기 역사가 이어져왔다. 강 밑에는 역사와 민중들의 삶이 ‘퇴적’되어 있을 것이다.

이재영 : 저는 4대강 사업 현장에 한 번도 가지 않았는데, 세 분은 다녀왔나?

이상엽 : 낙동강, 금강, 한강은 가봤고 영산강 쪽은 아직 가보지 못했다.

이재영 : 서울 환경단체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현지 분위기도 그런가? 현지 사람들은 4대강 사업 때문에 개발도 되고 땅값도 오른다면서 다른 생각을 하지는 않나?

이상엽 : 동강의 경우와 같다고 본다. 지역에서 개발논리를 전면 부정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영산강 지역은 개발 여론과 4대강 사업 반대 여론이 거의 동일하다.

기타맨 : 4대강 사업 반대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팔당 두물머리에도 지역 사람들은 많이 오지 않는다.

송기역 : 얼마 전 4대강 사업 현장에 갔을 때 지역 사람들은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지역 주민, 농민들의 정서의 밑바닥에는 계속 삶터에서 살 수 없는 강제적인 이주의 역사가 깔려있는 것 같았다. 4대강 사업 현장에 갔을 때 우리들은 서정적인 공간처럼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그 분들에게는 강은 삶의 터전일 텐데….

이재영 : 주말마다 서울에서 ‘관광객’처럼 찾아내려가는 게, 동네 사람들에게 괴리감을 느끼게 하지는 않을가?

이상엽 : 지역 주민들은 이해관계가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땅이니까 무조건 그들의 시각에만 맡기는 것은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기타맨 : 일본 원폭피해 관련 다큐멘터리가 있는데, 그쪽 사람들이 길렀던 동물들을 기리는 위령제를 지내는 내용이 담겨있다. 보통 개발논리로 인한 인간의 피해만 보는데, 근본은 생명체인 것 같다.

예전에는 누구나 살던 동네에 개구리가 많았지만, 지금은 도시화가 되면서 모두 없어져 버렸다. 언젠가 술을 먹고 집 근처 버스종점에 내렸는데, 개구리 울음소리 환청이 들리기도 했다. 4대강 사업 문제도 마찬가지다. 강에 사는 물고기 이런 것들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강이 있어 그나마 숨쉴 수 있다

송기역 : 얼마 전 4대강 사업 공사현장에 가봤더니, 굴삭기와 덤프트럭 말고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더라. 일자리 늘어난다는 논리는 거짓이다. 지역 주민, 농민들에게 4대강 사업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

이재영 : 4대강 사업과 관련해, 대중 음악가들의 동향은 어떤가, 기타맨님이 답해 달라.

기타맨 : 따로 4대강 사업 문제와 관련된 작업을 하겠다는 분들은 없는 것 같다. 보통 민중가수들은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음악을 만들지만, 아직은 진행되는 게 없는 것 같다.

이상엽 :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 4대강 관련 창작작업을 할 사람들을 잡으면 좋겠다. 그런 영감을 가지고 한 곡이라도 만들면 좋겠다.

이재영 : 민주당이 4대강 사업에 반대한다고 하지만, ‘그 동네 민주당’은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문제도 있는데, 호남이 고향인 송 작가가 보기에 어떤가?

송기역 : 평전 작업을 하면서 고향에 못간 지 1년이 된 것 같다. 저 같은 경우 문학소년적인 감수성, 자연적인 감수성 그런 캐릭터였던 같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 속에서 배우고 그랬다. 그러다 보니 요즘 민주당의 행태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 이상엽 작가 (사진=손기영 기자)

이상엽 : 서울 사람들은 한강이 과거 어떤 모습이었는지 잊어버린 것 같다. 초등학교 때 본 한강의 모습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예전에 비해 강의 수질이 나아진 건 사실인데, 강에서 사람들이 같이 사는 모습이 없어졌다. 한강이 텅 비었다. 살아있는 것 같지 않다.

송기역 : 개발에 의해 파헤쳐진 한강이지만, 그래도 제겐 위로가 많이 되었다. 지난 1997년까지 지방에서 살았고, 자취방에서 나오면 들녘이 펼쳐진 모습만 보였다. 이후 서울에 올라왔을 때 빌딩 풍경에 익숙해지는데, 2년이 걸린 것 같다. 스트레스가 굉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위로가 된 것이 한강이었다. 서울에서 가까이 알고지내는 형이 있다. 그 형의 시에서 ‘한강을 지날 때만 살아있습니다’라는 문구가 공감이 된다. 생태주의적인 감수성이 없는 남성도 있는데, 저는 생태주의적인 감수성이 안 통할 때 거리감이 느껴진다.

이재영 : 마지막으로 정리말씀 부탁한다.

강에 오지 못하는 사람들의 촛불이 되겠다

송기역 : 우리 몸속에도 강이 흐르는 것 같다. 혈액들이 흘러야 온전한 생명체로 살아있듯이 강은 국토의 피인 것이다. 피는 끊임없이 흘러가야 하는데, 그 피를 막는 4대강 사업에 맞서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를 만든다는 심정으로 현장에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다.

기타맨 : 김상봉 교수와 서경식 선생님은 『만남』에서 타자에 대한 ‘고통의 감수성’을 많이 이야기했다.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잘 풀 수 있을까 고민이 된다. 4대강 개발과 관련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찍소리 못하고 죽어가는 강 생명체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까. 이것이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영상작업이다.

이상엽 : 풍경에는 인간이 전혀 없는 풍경과 인간이 조금이라도 걸쳐있는 풍경이 있다. 인간이 없는 자연은 애초에 사고할 수 없다. 풍경 안에는 아무리 작아도 사람이 있어야 한다. 다큐멘터리 사진의 기본은 인간이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대한 탐색이다.

강과 강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무슨 관계를 맺느냐가 기록의 근본이 되어야 한다. 아름다운 풍경도 좋지만, 그 풍경 안에서 인간은 왜 존재하느냐에 대한 작업 역시 필요하다. 그것이 있는 그대로 강을 받아들이는 개발인지, 폭력적인 개발인지도 알려야 한다.

송기역 : 현재 댐이 건설되면서 쫓겨나야 하는 농민들의 심정은 절박하다. 환경운동을 하는 분들의 심정도 절박하다.

촛불 집회가 한창일 때, 광장에 가지 못한 분들이 방이나 창가에 촛불을 놓던 모습이 언론보도를 통해 나왔는데, 감동적이었다. 현장에 못가더라도 각자의 방에서 촛불 들 수 있어야 한다. 4대강을 사진 찍고, 글로 쓰고, 영상작업을 할 때, 그리고 여기저기 퍼 나르는 것도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촛불일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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