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 '스폰서 검사' 파헤치기 소홀
    2010년 04월 23일 09:3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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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스폰서 검사’ 조사가 시작부터 이상한 방향으로 굴러가고 있다.

국민들은 처음부터 검찰이 검찰을 조사한다는 것에 대해 개운하지 않다는 의혹의 눈초리를 갖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검찰은 검사가 적게는 50여 명에서 많게는 100여 명이나 연루된 이 엄청난 사안에 대해 ‘수사’가 아닌 ‘진상조사’라는 방법을 택했다.

또, 민간인을 참여시켰지만 사실상 안을 들여다보면 검찰 수사관들이 자체 조사를 벌여 얻은 결론을 나중에 민간조사위원들이 들러리를 서는 형태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과거 법조비리나 ‘떡값 검사’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검찰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약속했지만 결국 징계도 제대로 되지 않고 흐지부지됐다.

그래서 이를 감시하고 다그치는 언론이 중요한데, 일부 언론을 제외하고는 이런 구조적인 한계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우려스럽다. 특히, 최근 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 수수 의혹에 대해서 하루가 멀다하고 단독보도를 터트렸던 보수언론들의 결기가 보이지 않는다.

다음은 23일자 전국단위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들이다.

경향신문 <"선교 목적의 사립학교도 학생 종교자유 보장해야">
국민일보 <충주서도 구제역 전국 확산 비상>
동아일보 <전파력 큰 돼지구제역 내륙 한복판으로 확산>
서울신문 <실종 박보람 하사 시신 발견>
세계일보 <구제역 충주까지 확산>
조선일보 <비리 시장 군수 등 무더기 적발>
중앙일보 <북한에 잠수정 감추는 해안땅굴 있다>
한겨레 <야당 ‘스폰서 검사’ 특검 요구>
한국일보 <4대강 사업 속도조절 필요하다>

검찰의 ‘철저한 진상규명’ 발언만 되풀이…’의문’ 없는 보수신문

보수신문들의 ‘스폰서 검찰’ 파문 보도는 독자들로서는 사실 좀 실망스러울만하다. 사회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규명이 필요한 중대한 사건이 터졌는데 이를 파헤치려는 시도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 조선일보 4월23일자 8면  
 

조선일보는 1면에 대검찰청은 22일 검사들의 향응 및 성접대 파문을 조사하기 위한 검찰의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에 성낙인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위촉하고 조사에 들어갔다는 단순사실을 전했다.

그리고 8면에 <정씨가 언급한 술집 종업원까지 두루 조사키로> <국민적 의혹 해소 위해 철저히 진상 밝혀낼 것> 등의 기사를 배치했는데 철저한 진상을 밝혀낼 것이라는 검찰의 의지가 중심이었다.

조선일보는 또 같은 면에 <부산지검 "정씨 봐주지 않고 원칙대로 했다가 역풍">이라는 기사를 실었는데 "검찰은 고지식하다고 할 정도로 원칙을 지켜야 한다. 이번 사건도 정씨를 봐주지 않다가 역풍을 맞은 것 아니냐. 원칙대로 한 사람에게 비난의 화살이 몰리면 안 된다"는 부산지검 검사의 불만을 전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검찰다운 검찰이 될 수 있는 여건도 만들어줘야 한다>에서 ‘스폰서 검찰’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반 노동자들에게는 월급이 5000만원 넘는다고 귀족노조라고 했던 조선일보다.

"검사들은 비슷한 경력의 일반 공무원들에 비해선 월급이 많다고 하나 변호사 개업을 한 대학이나 고시 선후배들의 수입엔 비할 바가 못 된다. 아이들 과외비용 대기도 힘들다. 객지 생활에 시달리며 상대적으로 수입에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닌 검사들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려고 온갖 수단으로 접근해 오는 지역 유지들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동아일보는 관련기사를 사회 12면에 배치했다. 동아일보 역시 <"리스트 등장 전현직 검사 모두 조사">에서 철저한 진상규명을 약속한 검찰의 의지를 강조할 뿐 진상규명위에 대한 어떤 의문도 제기하지 않았다.

중앙일보도 8면 <"촌지 향응 잘못된 관행 뜯어고쳐야">에서 김준규 검찰총장이 "(촌지, 향응접대 등) 이전의 잘못된 문화와 관행을 모두 뜯어고쳐야 한다며 전날에 이어 단호한 의지를 내비쳤다"고 검찰의 입장을 강조했다.

검사가 검사를 조사? 처음부터 못믿을 진상조사

검찰의 약속대로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검찰이 그 약속을 지킬 의지가 있는가라는 대목이다. 하지만 일단 시작부터 의심스럽다.

경향신문은 1면 <‘스폰서 검사’ 못믿을 진상조사>에서 검찰이 채동욱 대전고검장을 단장으로 하는 진상조사단을 22일 발족시켰다고 전했다. 경향에 따르면 그러나 "진상규명위의 구조가 조사는 검찰이 하고 민간인 중심의 위원회는 결과를 보고받은 뒤 사후에 조치를 취하는 형태"여서 엄정한 조사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 경향신문 4월23일자 1면  
 

특히, 검찰이 벌써부터 자가당착적인 논리와 권위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비난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수수 의혹사건에서는 "준사람 말을 못 믿으면 앞으로 뇌물 수사는 못한다"고 했던 검찰이 이번 사건을 폭로한 건설업자 정모씨(51)에 대해서는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된다고 모순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경향신문 3면 <한명숙 수사 땐 "준 사람 믿어야"…이번엔 "신빙성 의심">).

게다가 이번에는 향응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검사가 정씨에게 ‘이심전심’ ‘동지적 관계’라고 지칭한 녹취내용까지 있는 상황이다. 물증이 명백한데도 검찰은 수사가 아닌 조사로 초기 방향을 잡은 것이다.

때문에 야당에서는 검찰 자체적으로는 철저한 진상규명이 어렵다고 보고 이번 사안에 대해 특별검사제의 도입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한겨레 1면 <야당 ‘스폰서 검사’ 특검 요구>).

한겨레 3면 <‘삼성 떡검’ 때도 흐지부지…검찰 내부서도 ‘규명 회의론’> 기사에 따르면 검찰 일부에서도 이번 조사위원회 구성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 한겨레 4월23일자 1면  
 

지난 99년 현직 검사 등이 사건 수임을 도와주고 변호사에게 소개료를 받아 챙긴 ‘대전 법조비리 사건’이 터졌을 때 합동수사본부가 꾸려져 검사 25명이 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지만 검찰은 당시 검사장급 2명을 포함해 검사 6명의 사표를 수리하고 7명을 징계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한겨레는 "이처럼 법조비리 수사의 결과가 ‘국민 정서법’의 수위에 못미치는 까닭을 두고는 ‘동업자 봐주기’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며 "실제로 검찰은 이른바 ‘X파일’ 사건에서 ‘떡검 검사’로 지목된 고위 검찰 간부들에 대한 조사 없이 파일 내용을 폭로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만 기소하고 말았다"고 밝혔다. 일부 검사 가운데에는 민간위원 참여가 ‘구색 맞추기’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었다.

경향 "특검제 받아들여 명명백백하게 털고 가는 게 속 시원한 해법"

이와 관련해 경향신문의 <‘스폰서 검사’ 조사 검찰에 맡길 수 없다>는 사설은 곱씹어볼 만하다.

"MBC <PD수첩>이 보도한 ‘검사 스폰서’ 파문에 대한 진실규명이 시작부터 이상한 방향으로 굴러가고 있다. 민간위원들이 조사 방향을 지휘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인 조사는 현직 검사와 수사관들로 구성된 진상조사단에서 도맡아 할 터이니 사실상 검찰이 조사를 벌이는 거나 다를 바 없다. 외형상으로는 민간인을 내세워 객관성과 공정성을 갖추는 듯 포장했지만, 내용상으로는 결국 제 식구끼리 알아서 하겠다는 것이다."

   
  ▲ 경향신문 4월23일자 사설  
 

경향신문은 이 사설에서 "어떤 결과가 나와도 검찰이 주도하는 이런 식의 조사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은 불 보듯 뻔하다"며 "그렇다면 검찰은 더 시간 낭비할 것 없이 처음부터 외부 기관에 진실규명을 맡겨야 한다. 의지만 있다면 야당에서 주장하는 특검제를 받아들여 명명백백하게 털고 가는 것도 속 시원한 해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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