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견 확대, 전국민 합법적 노예화"
    By 나난
        2010년 04월 22일 03: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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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부가 현행 파견허용업무를 현행 31개에서 최대 49개로 늘리기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노동계가 “전 국민이 파견노동자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며 “노예 노동인 파견노동 확대를 즉각 중단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18일 <매일노동뉴스>에 따르면 노동부는 ‘파견대상 업무 및 파견근로자 활용실태조사’ 보고를 통해 “파견노동자를 사용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수요를 조사한 결과 17개 업무에서 추가로 파견을 허용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노동부가 밝힌 17개 업무는 △홍보도우미 및 판촉원 △제조관련 단순종사원 △택시운전원 △전기전자 부품 및 제조립원 △건설 및 광업 단순종사원 △자동차 부분품 조립원 △생산 및 품질관리 사무원 △건축사 및 건축공학 기술자 △웨이터 △기타 건축마감 관련 종사원 △제품 및 광고 영업원 △자재관리 사무원 △가축사육 종사원 △기타 판매관리 단순종사원 △주방보조원 △금속공장기계 조작원 △경리사무원 등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모든 업종 파견 허용"

    노동부 시나리오에 따르면 이들 17개 업무 모두에 파견을 허용할 경우 현재 7만 7,000명 수준의 파견노동자가 최대 12만3,000명 이상으로 증가한다. 또 건설 관련 업무를 제외하고 제조와 운수업무를 허용할 경우 15개 업무 4만3,000여 명, 운수업무만 허용할 경우 12개 업무 3만7,000여 명이 늘 것으로 노동부는 내다봤다.

    여기에 금지업종을 모두 허용하지 않고 시행령만 바꿔도 9개 업무, 2만4,000여 명이 증가할 것으로 노동부는 전망하고 있다.

       
      ▲금속노조 비정규투쟁본부가 22일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동부의 파견업무 확대 논의를 비판했다.(사진=이은영 기자)

    노동계는 “사실상 전 업종에서 파견고용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노동부의 계획대로라면 사실상 파견이 금지돼 왔던 제조업의 직접 생산 공정과 택시운전업에까지 파견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전 국민의 파견 노동자화”란 노동계의 주장이 과장된 것도 아니다. 

    또 노동계는 노동부가 노사 모두가 아닌 사용업체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에 대해 “의도가 불순하다”며 “불법파견 문제로 물의를 빚어온 제조업을 허용대상에 포함시키려는 의도를 노골화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간 자동차 및 조선소 사내하청, 기륭전자 등 제조업의 불법파견으로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고 길거리로 쏟아졌다. 법원의 불법파견 인정, 복직 판결에도 불구하고 이들 파견 노동자들은 여전히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법으로 면죄부 주겠다는 의도"

    따라서 “불안정노동을 확대하고, 사용자들의 최소한의 법적 책임에 면죄부를 주겠다는 의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 22일 금속노조 비정규투쟁본부는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용자들의 노동자들에 대한 불법에 법을 바꿔 부추기는 짓을 노동부가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 노동계는 파견업무 확대는 "전 국민의 파견노동자화"라며 비판하고 있다.(사진=이은영 기자)

    김준규 금속노조 충남지부 조직부장은 “상시적 업무에 파견 근로자를 사용하며 불법을 자행하고 있지만 노동부를 이를 관리 못하고 있다”며 “파견 노동자의 직접고용을 해야 함에도 업무를 잘게 쪼개 파견을 늘리고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현창 GM대우사내하청지회장은 “파견노동자는 노동을 제공했으나 원청의 사용자성 부정으로 노동을 제공받은 사용자는 없다”며 “파견업무 확대로 비정규직 보호는커녕 3개월 일하고 2개월 쉬는 노동자만 증가할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 역시 “노동부는 ‘파견허용업무 대상 및 파견 사용기간 확대’ 방침을 기정사실화하면서 기회 있을 때마다 파견법 개악을 시도해 왔다”며 “불법파견에 대한 대대적인 근로감독을 시행하고 도급과 파견에 대한 엄격한 기준마련과 불법 파견 시 즉시 고용의무를 부과하는 등 제도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만이 파멸의 길로 질주"

    한편, 노동부는 해당 문건에서 “고용증대를 위해 파견관련 규제를 푸는 것이 세계 추세”라고 밝혔다. 하지만 파견 금지 업무를 법률에 나열하는 방식인 네거티브 제도로 파견을 확대해 온 일본은 최근 법 개정을 통해 파견업무 축소로 돌아섰다.

    일본은 최근 26개 업무를 제외하고는 파견업무를 금지하는 파견법 개정안을 각료회의에서 의결했다. 이 법인 의회에서 통과될 경우 한시적으로 고용하는 등록형 파견이 금지되며, 26개 전문업종을 제외하고는 파견 노동자를 상시 고용해야 한다.

    파견 업무를 장려해온 일본은 2002년 43만 명이던 파견 노동자가 지난 2008년 140만 명으로 증가하며 고용불안과 경제적 불평등 등 사회적 갈등이 야기됐다. 이에 노동계는 “유독 한국만이 파멸적인 결과를 보고도 죽음과 절망의 나락으로 미친 듯 달려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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