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음 이미 울리고 있다
    2010년 04월 22일 02: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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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급속한 국가부채의 증가 문제를 경고를 한 바 있다(2/18 논평). 이명박 정부는 집권 2년 만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채무를 합한 국가부채를 100조원이나 증가시켰으며 또한, 최근 4대강 개발의 부담을 떠안은 수자원공사 등의 공기업부채 잔액도 2년 전에 비하여 80조 3천억 원이 증가했다고 발표된 바 있다(한국은행 자금순환통계, 4/16).

국가부채와 공기업부채를 합할 경우 총 부채는 710조 원(GDP 대비 69%)이나 되고, 이러한 추세라면 다음 정부인 2013년부터 균형재정을 시작하더라도 2050년에는 국가채무가 GDP 대비 91%에 달할 것이라 한다(삼성경제연구소).

정부는 미국 발 부동산 위기 극복을 위한 적극적 재정정책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하지만, 오늘의 국가부채 문제가 부자감세와 4대강 개발이 서로 어울려 만들어낸 오묘한 합작품이라는 비판을 피해 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대규모 국가부채는 앞으로 상당기간 동안, 우리의 후대들에게 회복하기 힘든 부담을 지우게 될 것이다.

국가부채 – 공기업부채 – 가계부채

이것은 변명하기 어려운 역사적 원죄가 되어 앞으로 오랫동안 우리나라에서 보수 정권의 출현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우리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국가부채와 공기업부채 뿐 아니라, 최근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 가계부채에 대해서도 그 심각성을 지적하고자 한다.

2003년 카드사태 이후 주춤했던 가계부채 문제 역시 최근 연 10%의 증가율을 보이며 급속하게 늘어가고 있다. 가계와 비영리 부분을 포함한 개인 부문의 금융기관 차입금과 상거래 신용 등을 합한 가계부채 규모는 2009년 3분기 말 현재 894조 원(GDP 대비 85.7%)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은행, 2010).

물론 이 숫자는 단순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의 비중으로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국 중에서는 12번째 정도로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가계부채의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가계 금융자산/가계 부채 비율로 볼 때, 이들 국가의 평균인 2.5배 보다 낮은 2.15배로 나타나 우리나라 국민들의 부채상환 능력이 매우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LG 경제연구원).

최근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산과 대구를 비롯한 대도시조차 미분양 아파트들이 급증하고 있음이 언론을 통해 수시로 경고되고 있다. 물론 최근의 부동산 경기침체 자체가 과장되었다는 주장에서부터, 정부의 대규모 미분양 아파트 구입을 유도하기 위한 건설업체들의 전략이라는 주장까지 다양한 해석과 원인 진단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미 전국의 주택 보급률이 수치상으로는 평균 100%를 넘은 시점에서 서울의 강남 3구와 같은 몇 개의 특정 지역을 빼고는 더 이상 부동산 경기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국민들이 느낌일 것이다.

일상화된 ‘고용 없는 성장’

그렇다면, 주택가격의 거품해소와 전체적인 하락은 정도와 시기의 문제는 있을지언정 결국 필연적인 것이고, 이와 같은 실물자산의 가치하락은 급감하는 가계부채 상환 능력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은 자명해 보인다. 즉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와 같은 대규모 부동산 가치하락이 올 경우,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해 주고 있는 금융기관의 대규모 부실이 발생할 것이고, 이는 금리인상의 부담요인으로 작용해 그렇지 않아도 점점 감당하기 어려워지는 개인부채의 상환불능 사태를 몰고 올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지난 1970년대, 우리나라의 경제개발 시기에는 가계가 저축한 돈으로 기업이 투자 재원을 공급받고, 대신 고용을 통해 이윤을 가계로 돌려주는 나름대로의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기업은 국내에 투자를 하려고 하지 않고, 고용 자체도 줄어들며, 고용의 질도 나빠지는 등 기업과 가계 간의 선순환 고리가 작동하지 않게 되었다. 이를 두고 우리는 ‘고용 없는 성장’이 일상화 되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2009년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크게 늘었으나 투자는 늘지 않았다. 기업들은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여 잉여자금을 비축해 놓기 시작하였으며, 이 때문에 기업의 총 저축율이 18.4%(한국은행, 2009년 국민계정, 3/22 발표)로 증가하였다. 반면, 최대 20% 가까이 되던 개인 총 저축율은 4.9%에 머물면서 기업 총 저축율과의 격차를 13.5% 포인트나 벌려놓았다. 대기업들은 저축이 쌓이는 반면, 개인의 저축은 급속히 감소하고 있고, 개인의 채무상환 능력도 급속하게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고음 이미 울리고 있다

여기서 영국의 사례를 잠시 살펴보자. 영국의 경우, 2000년에 들어 주택경기 호황 때 모기지 대출 급증으로 가계대출이 증가하였다. 그러나 2007년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대출의 비중이 170%로 증가하면서 전체적으로 소비능력의 약화, 개인파산 증가, 신용경색 심화 등의 문제를 노출시켰다. 이로 인해 2009년 3/4분기 이후부터 전체적인 마이너스 성장과 경제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영국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현대경제연구원, 2/28). 이미 우리나라는 1)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150%에 도달하여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2) 원리금 상환 부담률(DSR, debt service ratio)이 미국(13%)보다 높은 15%에 이르러 출구 전략 등에 따른 금리 인상 시 이자부담 증가로 부채상환 부담이 더 가중될 것이며, 3) 자산이 없는 소득 1분위의 저소득층이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320%(4-5분위의 경우 120%)나 되어 저소득층의 부채상환 능력이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유가상승이나 환율증가, 수출감소 등 경제에 악영향을 줄 만한 문제가 하나라도 심각하게 돌출된다면,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인한 자산가치 감소와 개인 저축의 감소로 인한 채무상환 능력 감소 등의 상황과 맞물리면서 심각한 가계부채의 상환불능 사태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이미 여러 곳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경제정책이 어디에 어떻게 존재하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국가채무에 대해서도 손을 놓고 있고, 공기업 채무에 대해서도 방관하고 있다. 다가올 위협이 분명하게 보이는 가계채무의 문제까지 방치하고 있다. 만약 정부가 앞으로 다가올 위협을 느끼지 못하거나, 이미 다가온 위험에도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우리 국민의 운명은 매우 심각한 국면과 마주하게 될 것임을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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