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일화’, 블랙홀 혹은 괴물?
        2010년 04월 21일 01:1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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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2일에 실시될 전국동시 지방선거는 이번이 제5회째다. 첫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1995년에 시작되었으니까 올해로 15년째를 맞게 되었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첫 지방선거인 기초의회 선거와 광역의회 선거가 1991년에 시행된 점을 생각한다면,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역사도 이제 20년이 되는 셈이다.

    돌이켜보면, 제헌헌법에도 명시되어 있었던 지방자치제는 그 원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분권과 자치보다는 중앙정치의 이해관계에 따라 부침을 겪어왔다. 예컨대 이승만 정권이 한국전쟁 와중인 1952년 한강 이남 지역에서 실시해서 구성된 최초의 민선지방의회가 맨 처음 한 일은 국회해산을 의결한 것이었는데, 이는 이승만의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위한 사전정지작업이었다.

    지방자치 20년의 경험

    한편 정치 민주화과정에서 지방자치제가 민주화세력의 주요한 요구사항 중 하나였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본연의 의미보다는 정권교체를 위한 필요조건이 있다는 것이 올바른 표현일 것이다.

    왜냐하면 정권의 강력한 행정통제 하에 있었던 지역의 관료행정을 변화시키지 않고는 궁극적인 정권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1985년 2.12 총선에서도 지방자치제 실시는 대통령직선제와 함께 신민당의 주요한 선거공약이자 대정부 요구사항이었다.

    어쨌든 민주화 과정에서 지방자치제에 대한 문제도 ‘분권과 자치’의 비전보다는 정권교체를 위한 정치적 수단이었다는 점에서 민주화세력에게도 중앙정치의 종속변수이긴 마찬가지였다.

    분권과 자치라는 고유한 지방자치의 운영원리가 제대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의지가 상당 부분 작용한다는 점에서 중앙정치의 민주화와 불가분의 관계를 부정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절반의 진실일 뿐이라는 것이 지방자치 20년의 경험이 말해주고 있다.

    ‘단일화’라는 블랙혹

    민주정부 시절에도 지방정치는 ‘미약한 재정자립도’의 굴레 속에서 행정효율화 논리와 난개발이란 무덤 속에 파묻혀 버리고 말았다. 시장주의에 기반한 민주화는 정치와 행정의 공공성보다는 효율성과 개발주의에 경도되기 마련이다. 그럼으로써 분권은 경쟁적 자본유치의 권한으로, 자치는 견제 없는 시도지사의 행정 독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국 지방자치 20년의 현실이 이러한데, 대안세력임을 자처하는 민주개혁세력은 ‘단일화’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지역단위에서 부분적으로 벌이고 있는 ‘공동정책’이나 ‘선거공동강령’은 ‘단일화’ 의제에 파묻혀 그 내용이 뭔지 찾아보기도 힘들다.

    20일 이른바 ‘4+4’라 불리던 야권연대의 최종 결렬 소식이 들려왔다. ‘4+4’는 파투났지만, ‘단일화’의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시민단체의 요구도 계속될 것이고, 야당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단일화라는 선거공학은 지속적으로 재가공되어 나타날 것이다.

    한나라당을 이기는 것.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6월 2일 하루살이 즐거움이 되지 않으려면, 내용과 대안의 경쟁이 되어야 하고, 단일화는 그 결과물이어야 한다. 단일화가 유일한 목적이 된다면, 그것은 모든 의제를 잡아먹는 블랙홀이나 괴물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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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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