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를 위한 전쟁불사론인가?
        2010년 04월 20일 11:0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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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 국민을 충격과 슬픔으로 몰아넣고 있는 천안함 침몰 사고가 지난 주 함미 인양을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민군 합동조사단이 사고 원인을 외부 충격, 특히 어뢰에 의한 버블제트로 인한 파괴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면서 ‘북한 소행론’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보수 언론과 일부 정치인들은 아직 확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소행으로 단정짓고 연일 대북 강경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대북 응징론은 무력 보복에서부터 개성공단 폐쇄, 북한 선박의 제주해협 통과 불허, 그리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를 통한 경제제재 강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합조단은 물론이고 군 당국도 아직 확증이 없는 상태라고 말하고 있다.

       
      ▲ 17일 밤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왼쪽)와 KBS <뉴스9>

    이러한 상황에서 우려되는 것은 의도 여부와 관계없이 군 당국을 비롯한 합조단의 ‘자기 충족적 조사’로 흐를 가능성이다. 조사 주체가 외부 폭발, 특히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는 심증을 갖고 조사에 임하면, 이를 입증하기 위한 논리와 증거 수집에만 몰두하는 경향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뢰설 가라앉자 어뢰설이 뜨고

    군은 사고 초기에 서해가 수심이 낮고 조류가 빨라 어뢰를 탑재한 북한의 상어급 잠수함이 작전을 펼치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이러한 의견과 함께 북한이 한국전쟁 당시에 설치한 기뢰에 의한 사고 가능성을 강하게 암시했다.

    그러나 한국전쟁 때 북한이 설치한 기뢰의 대부분은 서해가 아니라 동해에 있었고, 또한 60년이 지난 시점에 폭발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북한 기뢰설’은 설득력을 잃은 분위기였다.

    ‘기뢰설’이 누그러들자 ‘어뢰설’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특히 합조단의 의견이 나오면서 이는 대세로 굳어지는 분위기마저 감돈다. 그러나 앞서 군 스스로가 ‘북한 어뢰 공격설’의 가능성을 극히 낮게 본 이유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설명이 없는 상태이다.

    1,200톤의 함정을 두 동강 낼 정도의 강력한 폭발을 일으켰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일반적인 현상, 즉 커다란 물기둥과 강력한 폭발음, 그리고 물고기 시체들이 포착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일부 군관계자들은 ‘예외론’을 거론하기도 한다. 물기둥이 옆으로 형성돼 생존 장병들이 못 볼 수도 있었고, 사고 당시에 물고기가 없었거나 조류에 휩쓸려 발견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북한 연계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러 시나리오를 조합하면서 대단히 적극적인 반면에, 피로파괴, 내부폭발, 암초에 의한 좌초, 한국군의 기뢰에 의한 사고 등 다른 원인에 의한 사고 가능성은 일찍 접는 분위기이다.

    누구를 위한 전쟁불사론인가?

    물론 이러한 지적이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을 배제하자는 취지는 아니다. 그러나 조사단 스스로 확증이 없는 상태라고 밝히면서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을 강하게 암시하고, 이에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이 무력 응징을 주장하고 있는 것은 정확한 진상규명은 물론이고 국가안보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태도라고 볼 수 없다.

    남북한이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상태에서, 특히 이번 사고로 서로가 극도로 긴장하고 있는 상태에서, 어느 일방의 사소한 군사적 움직임도 상대방에게 오판과 오인을 가져다줄 수 있다. 이는 군사적 긴장고조는 물론이고 우발적 무력 충돌과 유사시 확전의 위험을 높이게 된다.

    일각에서는 ‘전쟁불사론’마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 천안함 사고에서도 잘 드러난 것처럼, 유사시 그 피해는 국가를 믿고 국방의 의무에 나선 장병들과 그 가족들에게 고스란히 흘러가게 된다는 점에서 전쟁불사론은 대단히 무책임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무력 응징론은 천안함 실종자 가족협의회의 당부와도 상반된다. 가족협의회의 이정국 대표는 19일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메시지와 관련해 “실종자 가족들은 (이 대통령이 밝힌) ‘단호한 조치’의 방법이 (천안함을 침몰시킨 것과) 똑같은 방법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리가 겪는 아픔을 다른 가족이 겪으면 안 된다”는 생명 중시의 취지에서이다. 실종자 가족분들의 깊은 슬픔과 함께 이러한 숭고한 뜻도 함께 나누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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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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