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 탄 대통령 전용기 추락?"
        2010년 04월 19일 02:0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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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비행기 추락으로 폴란드의 대통령과 정부 고위 관료 등이 사망하는 비극적 사태가 일어났다. 이를 두고 일부 진보적인 네티즌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탄 전용기나 추락하라는 저주어린 언어를 내뿜기도 한다. 윤리적으로 판단해도 그와 같은 발언은 정당한 절차로 선출된 대통령을 모독하는 옳지 않은 발언이지만, 이들의 정치적 판단에서도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의 입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민주주의가 급격하게 후퇴했고, 이명박이 물러나서 대통령을 새롭게 제대로 뽑으면 한국 사회의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이명박만 퇴진하면 한국 민주주의가 건강해질지는 의문이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두 가지 차원에서 주장할 수 있다. 우선 이명박 정부가 지난 정부에 비해 유달리 사악한 정부냐는 것이다. 둘째로 이명박 정부가 물러난다고 진보파가 차별화된 대안정부를 구성할 정치적 능력을 가지고 있냐는 것이다.

    우선적으로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와 얼마나 다른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중에 잘못된 정책으로 평가받는 의료사영화나 수도사영화는 노무현 정부 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이명박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운운하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한미FTA나 법인세 인하 같은 친기업 정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시위대 강경진압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정부 시절엔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농민 두 명이 사망하기도 했으며, 이명박 정부가 행하는 서울광장 원천봉쇄나 명박산성과 같은 여러 수법으로 각종 반대시위 추진을 무력화하던 것도 예삿일이 아니었다.

    실질적인 지표로 볼때도 노무현 정부 시기 지니계수와 소득5분위 배율은 꾸준히 증가하는 등 불평등이 심해졌다. 비정규직 비율이나 실업자 수가 증가하는 등 노동 문제에 대한 별다른 해결책도 보이지 않았다.

    두 번째는 보다 중요한 문제이다. 이명박 정부만 물러난다고 한국의 민주주의가 질적으로 풍성해지냐는 것이다. 한국에서 정치는 보통 사람들의 사회경제적 균열이 배제되고 엘리트들만의 치열한 권력다툼으로 전락했다. 이명박과 한나라당이 심판만 당하면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까? 지금 야당의 상황을 보면 선뜻 긍정적인 대답이 나오질 않는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애매모호한 정체성으로 갈팡질팡하다가 이럴 줄 알았냐고 할 처지다. 비교적 사회경제적 균열을 반영하려고 애쓰는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은 구체적인 대안은 둘째치고라도 정치적 동원력이 현저하게 부족하다.

    국민참여당은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는 해괴망측한 소리만 반복하고 정치적 입장이나 노선은 불분명하다. 게다가 지난 노무현 정부의 과오에 대해선 모호한 입장이다. 창조한국당은 문국현이 의원직을 잃은 이후로 사실상 빈사상태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문제를 이명박이라는 악의 근원으로 환원시키는 것이 아니다. 지금 민주주의가 위기라는 문제에 대한 책임이 이명박에 있는 것도 아니다. 자꾸 이명박만 탓하는 것은 구체적인 대안을 세우기보다는 모든 사회경제적 균열을 반MB라는 거대담론에 종속시켜버리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지방선거가 두 달도 남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진보파들이 염두해야 하는 것은 이명박과 한나라당을 심판하는 것보다 보통 사람들의 의사를 보다 잘 반영하는 구체적인 대안정부를 구상하는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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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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