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슬픔이 선거호재? ‘북풍 곁눈질’
        2010년 04월 19일 10:3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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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소속 여주 군수가 현금 2억 원이 든 쇼핑백을 한나라당 국회의원에게 건네려 한 혐의로 구속됐다. ‘돈 공천’ 시비가 사라지지 않은 이유는 선거라는 신성한 국민 주권 행사를 우습게 알기 때문이다. 특정 정당 후보만 되면 국민이 뽑아줄 것이란 인식은 탈법 불법을 가능케 하는 요인이다.

    천안함 침몰 사고 원인을 둘러한 의문은 여전하다. 그러나 벌써부터 정치적 손익계산이 분주하다. 국민 슬픔을 선고 호재로 활용하겠다는 ‘북풍’ 곁눈질이 이어지고 있다. 북풍이 불면 특정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70~80년대식 사고가 2010년에도 가능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다음은 19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태화강의 교훈’>
    국민일보 <‘편가르기 선거’ 또 도지나>
    동아일보 <서해 작전계획 통째로 바꾼다>
    서울신문 <"북 소행땐 안보리 회부">
    세계일보 <"4.19는 ‘할 수 있다’는 주인의식 싹틔워">
    조선일보 <극비리 방한 ‘천안함’ 논의>
    중앙일보 <6.2 지방선거, 국회의원 총선보다 중요하다>
    한겨레 <4.19 다시 배운 고등학생들 "그때라면 나도 참여했을 것">
    한국일보 <"두려움 속에서 주춤거릴 때 어깨 받쳐준 친구들 그리워">

    천안함 침몰은 46명의 장병이 숨지거나 실종된 사건이다. 구조 과정에서 1명의 군인과 9명의 민간인도 희생됐다. 충격적인 소식이 연이어 전해지면서 이를 지켜보는 국민 심정은 안타깝고 답답하다.

    천안함 침몰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언론의 소설 같은 상상력도 계속되고 있다. 언론의 상반된 주장이 계속되면서 국민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3면 <엔진 끈 채 해류 타고와 백령도 좌측서 발사?>라는 기사에서 “북 잠수함은 황해도와 백령도 사이보다는 백령도 왼쪽 먼 바다로 우회에 들어왔을 것으로 군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면서 “천안함을 공격한 북 잠수함(정)은 백령도 왼쪽 바다를 통해 다시 북측으로 복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경향신문은 6면 기사에서 “생존자들은 화염과 화약냄새도 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직주 어뢰의 특징인 구멍의 흔적도 없었다”면서 “버블제트의 가장 큰 특성이 작게는 수십m, 크게는 200m 가까운 물기둥이 솟는다는 점인데 바다를 지켜보던 천안함의 견시병들은 물기둥을 보지 못했다고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 사설 "섣부른 ‘북한 공격설’ 무책임" 

       
      ▲ 한겨레 4월19일자 사설.  
     

    무엇이 진실인지, 어디까지가 믿을 수 있는 얘기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섣부르게 북한 공격설을 유도하는 정치세력과 일부 언론의 행위는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행동이다.

    한겨레는 <섣부른 ‘북한 공격설-대북보복론’을 경계한다>라는 사설에서 “충분한 증거로 뒷받침되지 않는 북한 공격설은 천안함 참사로 인한 문제들을 풀기는커녕 의외의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참사 초기부터 북한의 공격을 전제로 군사조처 등 갖가지 대응을 요구해온 일부 보수세력과 언론의 태도는 섣부르고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이런 사건일수록 냉정한 접근을 통해 객관적인 사실 규명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국민 동의를 구할 수 있는 원인규명이 이뤄져야 이후 대응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설익은 ‘북풍 몰이’는 사건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국론 분열을 가져오고, 외국의 냉소적 시선을 부를 뿐이다. 

    북한, 천안함 사건 연루설 부인

       
      ▲ 경향신문 4월19일자 2면.  
     

    북한이 지난 17일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중앙일보는 1면 <북한 "천안함 북 관련설은 날조" 주장>이라는 기사에서 “북한은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해 남측이 ‘북 관련설을 날조해 유포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7일 군사 논평원의 글을 통해 ‘남조선 괴뢰 군부 호전광들과 우익 보수 정객들은 침몰 원인을 규명할 수 없게 되자 불상사를 우리와 연계시켜 보려고 어리석게 획책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천안함 침몰 22일 만에 나온 북한의 첫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경향신문도 2면 <확증 없이 ‘진실 공방’ 공산 남북관계 또 다른 ‘장기 악재’>라는 기사에서 “(북한) 논평원은 북한 연루설과 6월 지방선거도 연결시켜 비판하기도 했다. 안보문제를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부각시킨 다음 그것을 명분으로 지방선거에서 보수진영을 결집시키려는 것이 ‘역적패당의 속계산’이라는 주장”이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사설 "북한 관련 여부는 불확실"

       
      ▲ 중앙일보 4월19일자 사설.  
     

    북한이 입을 열었지만,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될지 혼란을 가중시킬지는 두고 볼 일이다. 중앙일보는 <북한의 ‘천안함 날조’ 주장…물증 확보에 진력해야>라는 사설에서 “북한의 관련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외부 충격이 원인이라면 북한 소행으로 보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정도의 심증만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결국 관건은 물증이다. 과학적이고 투명한 조사를 통해 사고 원인을 밝혀내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를 찾아내야 한다. 국제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엄정한 조사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결정적 증거의 확보만이 진실을 규명하고, 당당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열쇠"라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사설은 경청할 대목이다. 그러나 중앙일보 지면에는 확실한 증거 없이 특정한 방향으로 여론을 몰아가려는 칼럼도 실렸다. 김진 논설위원은 34면 <김정일의 위험한 바다>라는  사설에서 “천안함 사건을 보면 북한은 결국 하드트랙을 택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천안함 사건을 활용하자는 중앙일보 칼럼

       
      ▲ 중앙일보 4월19일자 34면.  
     

    김진 논설위원은 “천안함 사건은 한국에 비극적인 일이다. 그러나 활용하기에 따라 한반도 운명에 결정적인 전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진실이 가려지기도 전에 국민 슬픔이 가라앉기도 전에 ‘활용’을 논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다.

    일부 언론만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니다. 한겨레는 5면 <한나라 ‘북풍 부채질’ 하나>라는 기사에서 “천안함 함미 인양 이후 침몰 원인이 ‘외부 충격’ 쪽으로 맞춰지면서, 한나라당이 ‘안보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6월 지방선거에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1면에 <천안함 정국, 선거실종·보수층 결집 인천․경기도 여 후보가 모두 앞서>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여당에서 왜 북풍 곁눈질을 하는지 설명하는 대목이다.

    지방선거 일정과 천안함 원인 발표 시기

       
      ▲ 동아일보 4월19일자 5면.  
     

    정부 여당은 천안함 사태를 지방선거와 연계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동아일보는 19일자 5면 <"천안함 조사결과 내달 중순 발표">라는 기사에서 "군 당국은 이르면 5월 중순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5월 중순이라는 시기는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시점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와도 맞물려 있다. 정부 여당의 행보는 우려를 낳고 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북한 소행으로 낙인 찍어놓으면 지방선거 때 반북 정서를 동원하고, 그로 인해 정권 심판론을 악화시켜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미리 북한 소행설을 퍼뜨리면 설사 영구 미제로 결론이 나도 북한 소행으로 믿게 만드는 효과도 낼 수 있다. 일찌감치 대북 공세를 시작할 경우 조사 결과가 나올 때 안보무능 정권이라는 역풍을 차단할 수도 있다”면서 여권의 북풍몰이 배경을 설명했다. 

    동아일보, 한나라당 북풍 곁눈질에 경고메세지

       
      ▲ 동아일보 4월19일자 사설.  
     

    그러나 여권이 정치적으로 활용한다는 인상을 줄 경우 역풍을 몰고 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 서울신문은 8면 <안보구멍 역풍?>이라는 기사에서 “여권에서는 북한배후론이 선거에서 실보다는 득이라고 보고 있다. 전통적으로 북풍은 여권에 선거 호재로 작용해 왔기 때문이다. 다만 당 전체로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모습이 많다. 섣불리 북한개입설을 주장해 ‘북풍을 유도하려 한다’는 시비를 부를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동아일보도 <여야, 3.26 천안함 사태를 선거에 이용 말라>는 사설에서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이른바 ‘북풍’ 효과를 기대하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된다"면서 "혹여 한나라당이 천안함 사태를 보수층 결집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라는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려는 인상을 준다면 유권자들의 외면과  함께 국민의 안보불신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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