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30년대 이후 최대 공황이다”
        2010년 04월 16일 06:32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성공회대 김수행 석좌교수는 2008년 초 서울대를 정년퇴임하며 “맑스 이론을 전파하는 것이 내 임무다. 퇴임 후에도 강의 다니면서 맑스를 이야기하겠다”고 밝혔었다.

    김 교수는 그 약속대로 성공회대와 경상대, 민주노동당에서 『자본론』 강의를 했고, 이번에는 『청소년을 위한 자본론』(두리미디어)를 펴냈다.

    김수행 교수는 『청소년을 위한 자본론』을 내놓은 취지를 “자본주의를 계승하든 변혁하든 자본주의를 잘 알아야 하므로, 『자본론』의 대중화를 위해, 모든 사람들이 잘 알게 하기 위해 『청소년을 위한 자본론』을 출간했다”고 밝혔다.

    “노동자 서민 정권 나오는 게 불황에서 벗어나는 길”

    김수행 교수는 2008년 공황에 대한 의견도 내놓았다. 김 교수는 “투기꾼들이 투기를 많이 해서 공황이 왔다는 식으로들 이야기하는데, 그렇게 해석하지 말고 실제 밑에 있는 산업자본을 살펴봐야 한다”며, “산업자본이 활동을 잘해야, 고용과 국내시장이 느는 것인데, 지금은 산업자본이 다 죽은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투기가 문제를 일으키니까 경제 전체가 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수행 교수는 경제위기에 대한 대안이 정치적이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김 교수는 “자본주의의 근본 문제를 개혁할 ‘계획’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빈민, 서민, 노동자를 위해 노력하는 정권이 나와야 한다. 그것이 진정 불황에서 벗어나는 길이다”라고 주장했다.

    아래는 15일 오후 두리미디어 사옥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일부와 별도의 인터뷰를 엮어 재구성한 것이다.

                                                          * * *

    – 책을 낸 취지나 이유를 이야기해 달라.

       
      ▲김수행 교수(사진=이재영) 

    = 나는 주류경제학이 위기를 맞았다고 생각한다. 경제학 자체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현재의 패러다임을 아예 바꿔야 한다. 현재 자본주의는 ‘세계대공황’ 상태다. 이러한 자본주의에 대해 가장 잘 설명하고 글로 쓴 사람이 맑스다.

    독일 등 유럽에서는 『자본론』이 날개 돋힌 듯 팔린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내가 아는 것만 해도 최근 일본에서 『자본론』 관련 책이 10여 권이나 나왔다. 우리 나라에서도 아마 제법 팔릴 것이다.

    강조컨대, 맑스 경제학을 읽어야 자본주의를 알 수 있다. 자본주의 주류경제학은 경기변동론도 없이 무조건 시장에 맡기면 잘된다는 식이다. 하지만 이것이 아니다, 라는 것이 최근 분명히 드러났고, 왜 그럴까에 대한 의문과 탐구욕이 생기고 있다.

    자본주의를 계승하든 변혁하든 자본주의를 잘 알아야 하는데,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의 최고가 『자본론』이다. 『자본론』의 대중화를 위해, 모든 사람들이 잘 알게 하기 위해 『청소년을 위한 자본론』을 출간했다.

    – 그 전에도 『자본론』 해설서를 냈는데, ‘청소년용’에서는 무엇이 달라졌나?

    = 제목은 ‘청소년을 위한’이지만, 사실은 일반인을 위한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보기 쉽게 그림이나 도표를 많이 넣고 참고자료도 많이 붙였다. ‘가치 이전’ 같은 전문용어를 ‘가치를 옮긴다’ 같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고쳤다. 맑스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자본론을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읽기 쉬운 『자본론』

    – 『청소년을 위한 국부론』도 함께 냈다.

    = 아담 스미스를 자본주의의 원조라고들 말하는데, 나는 사람들이 아담 스미스를 잘못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진짜 아담 스미스를 보여주고 싶었다. 주류 경제학자들도 『국부론』 읽은 사람이 별로 없다. 아담 스미스가 “시장에 맡겨라, 자유 방임하라”고 말했다고들 하는데, 실제로는 아담 스미스가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

    당시 아담 스미스는 중상주의 정책을 비판했다. 중상주의자들은 금, 은이 많은 나라가 부자라고 하면서 그런 금, 은을 벌어들일 수 있는 큰 제조업자와 큰 무역업자를 우대했다. 이에 대해 아담 스미스는 금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부가 국부이며, 국부를 증진시키려면 노동하는 사람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무역업자 등 특권층의 특권을 없애자고 주장했고, 이것이 자유방임의 원래 의미다.

    – 청소년들이 독서를 잘 하지 않는다. 사실은 독서를 할 시간도 없다.

       
      ▲책 표지. 

     

    = 나는 중학교 때 정구 선수였다. 대구상고 다닐 때도 정구 시합하러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래도 서울대 상대에 1등으로 들어갔다.

    시험공부 아무리 열심히 해봐야 새로운 것 안 나온다. 시간을 내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해줘야 한다. 『자본론』 읽는다고 공부 못하게 되는 것 아니다. 아이들에게 새로운 공부와 새로운 자극을 계속 줘야 한다.

    – 2007년 11월 민교협 포럼 퇴임 강연에서 “기업의 수익성 저하와 주가 상승의 간격에 의해 공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예측했었다. 2008년의 미국 공황은 이런 예측과 일치하는 것인가? 아니면 다른 성격의 공황인가?

    = 신자유주의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 금융화다. 산업 쪽에서는 이익이 잘 안 나니까 금융으로 몰려든다. 금융자본가들이 대기업의 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이 대주주가 R&D보다 단기 이익을 보는 사업을 하게 하고, 주주들이 나눠먹는 패턴이 일어났다.

    – GE캐피탈 같은 것?

    = 그렇다. 그게 사실은 주주자본주의다. 주주자본주의가 되면서 장기적인 기술 개발, 제품 개발을 못하게 된다. 비용 절감을 위해 취업자들을 해고시키고, 이윤과 배당을 올리겠다는 식이다. 이게 2008년 공황의 밑에 흐르는 기본적인 흐름이다.

    – 그렇다면 선생님이 말씀하신 ‘기업의 수익성 악화와 주가 사이의 간극’이 2008년 공황의 직접적 원인은 아닌 것이냐?

    = 2008년 금융공황을 이야기할 때, 투기꾼들이 투기를 많이 해서 공황이 왔다는 식으로들 이야기하는데, 그렇게 해석하지 말고 실제 밑에 있는 산업자본을 살펴봐야 한다. 산업자본이 활동을 잘해야, 고용과 국내시장이 느는 것인데, 지금은 산업자본이 다 죽은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투기가 문제를 일으키니까 경제 전체가 망하는 것이다.

    – 바운더리의 부실화가 다른 현상을 통해 공황으로 드러났다고 이해하면 되는가?

    산업자본 공백화가 공황 원인

    = 그렇다. 산업자본과 상업자본, 금융자본이 일정한 비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왜냐하면 상업자본과 금융자본은 스스로 잉여가치를 낳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융자본이 지나치게 커지다 보니 작아진 산업자본에서 가져올 돈이 없고, 그래서 금융기관들이 망하고 공황이 터진 것이다.

    – 독일 같은 나라가 비교적 안정된 것이 그런 이유냐?

    = 그렇다. 나는 이번 공황을 그렇게 보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 미국의 금융위기, 그리스 등 유럽의 경제위기는 이제 마무리된 것인가?

    = IMF와 유로존이 그리스에 돈을 빌려줬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하겠냐? 아직도 적자가 많이 남아 있다. 금융기관 살리려 그리스 정부가 돈을 쏟아 부은 것인데, 그렇다면 금융기관이 돈을 내게 해야지 공무원 목 자르고 국민 복지 깎아서야 되겠냐. 국민이 더 못살게 되면 위기는 더 심화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 요즘 자주 거론되는 더블딥(double dip ; 이중 침체)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미국 경기는 2007년 12월부터 현재까지 29개월째 후퇴 중이다. 이 침체가 언제까지 갈지도 모른다. 1930년대 이후 최대 최장 공황이다. 하지만 빈부 격차 때문에 시장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부자들 세금 많이 거두고 저소득층, 실업자를 위해서 과감한 조치를 해야 한다.

    – 정태인씨 등이 부동산 위기에 따른 한국에서의 공황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우리 나라 부동산이라는 것은 부자들의 투기물일 뿐이다. 한 사람이 수십 채씩 가지고 있는데, 이런 걸 규제해야 하는데, 이명박 정부는 전혀 규제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돈이 없다 보니 집을 살 수 없고, 그러다 보니 집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집값 떨어지는 걸 막으려고 이자를 낮게 잡아두고 있는 것이다.

    이자율 높여야 한다

    – 조금 다른 맥락이긴 한데, 얼마 전에 김상조 장상환 교수 등이 이자율 논쟁을 한 적이 있다. 이자율을 높여봤자 환율 때문에 그 효과를 거둘 수 없고 민생에 타격만 준다는 주장도 있는데?

    = 이자율을 조금 올려야 한다. 시중은행들이 한국은행에서 낮은 이자로 빌려 돈 장사를 하면서 예전의 손해를 충당하고 있는데, 이렇게 하면 돈이 너무 풀리고, 투자처를 찾자 헤매고, 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돈없는 사람들만 죽는다. 실제로는 이미 물가가 많이 올랐다. 더 이상 돈 풀리는 걸 잡아야 한다.

    – 한국은행장도 바뀌었는데, 어떨 것 같나?

    = 금리가 낮아야 기업이 돈 빌려 투자하고, 그래야 경기가 산다는 게 그 사람들 논리인데, 사실은 기업들이 돈을 엄청나게 가지고 있다.

    – 재벌 회사들 사내 유보 적립된 게 사상 최대라 하더라.

    = 건설회사들 어려우니까 싼 이자로 건설업자들 살리려는 거 아닌가 싶다.

    –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 현 정부는 내가 영국에서 공부할 당시 마가렛 대처 수상이 했던 그 정책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1979년 당선된 대처 수상의 지지 기반은 부유층이었다. 그래서 부유층을 위해 감세 정책을 해주었다. 노동조합을 잡아야 영국 경제가 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긴축정책을 했다. 일부러 기업을 도산시키고 실업자를 양산한 것이다. 노동조합 잡아야 자본가들이 구조조정이니 해고니 임금 문제를 맘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걸 지금 현 정부가 따라 한다.

    대처 수상의 정책의 후과는 어떠한가. 경기가 더 나빠졌다. 거의 동시대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소련과 상대한다고 군비를 확장하며 재정적자가 크게 났다. 그걸 메우기 위해 민영화를 추진했다. 정부가 가진 공기업을 팔아치운 것이다.

    민영화를 하면 경쟁을 통해 효율을 가져온다는 것인데, 전부 거짓말이었다. 그런 식으로 민영화를 하다 철도 같은 곳에서 큰 사고가 나서 다시 국유화로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도 발생했다.

    우리 정부는 현재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역시 거짓말이다. 일시적인 것이다. 국내외 경제 리서치 매체들은 아직도 세계경제가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진단한다.

    –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계획 마인드와 노동자 정권이 대안

       
      ▲

     

    = 자본주의라는 것은 가만히 두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자본주의의 근본 문제를 개혁할 ‘계획’ 마인드를 가져야 하는데, 정부는 그런 생각이 물론 없다.

    정권 빨리 내놔야 한다. 애덤 스미스처럼 전국민의 부를 생각해야 하는데 그런 생각이 없다. 빈민, 서민, 노동자를 위해 노력하는 정권이 나와야 한다. 그것이 진정 불황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 최근 몇 년 동안 복지 중심의 재정확대, 즉 유럽의 사민주의 정책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

    – 최근의 경제위기 이후 맑스나 케인즈보다 폴라니가 대안이라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폴라니는 잘 모른다. 폴라니 이론이 체계가 잘 잡혀 있지는 않은 것 같다.

    – ‘진보정치연대 연구자모임’에 자문위원으로 참가하고 있고, 민주노동당 후원당원으로 가입하기도 했다. 조금 모순되는 거 아닌가?

    = 민주노동당 최규엽씨가 후원회원이라 말했는데, 나중에 보니 후원당원으로 나오던데, 잘 모르겠다. 진보신당이든 어느 당이든 후원과 지지를 원하고, 제가 후원할 수 있다면 어디든지 후원하겠다.

    – 이후 연구 계획은 어떤가?

    = 2008년 세계대공황에 대한 연구서를 낼 계획이고, 한 출판사로부터 자서전 출간 제안도 받았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