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신문, 일제히 '군사대응' 들고나와
        2010년 04월 16일 10:0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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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사 20일 만에 인양된 천안함 함미 선체 안에서 돌아온 것은 참혹한 시신 36구였다. 싸늘한 주검으로 나타난 영혼들 앞에서의 애통함과 참담함은 이루 말할 길이 없다는 것은 16일자 아침신문에서도 자세히 드러나있다. 신문들은 10개면 안팎의 많은 지면을 할애해 이들에 대한 통곡과 울음을 전했다.

    이와 함께 이날 신문에서 찾아볼 수 있는 건 사건의 본질인 사고원인이었다. 절단면은 심하게 파괴돼있었지만 선체 전반은 대체로 깨끗했으며, 큰 파공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에서 내부폭발, 암초, 피로파괴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게 대다수 신문들의 분석이다. 남은 건 어뢰에 의한 폭발인데, 직격어뢰냐 버블제트냐만을 두고 차이를 나타냈다.

    향후 대응에 대해서도 신문간 뚜렷한 해법의 격차가 드러났다. 조중동은 일제히 단호한 군사적 대응(동아 조선)과 북한의 오판을 뼈저리게 느끼게 할 정도의 대응(중앙)을 주문했다. 한겨레는 정부의 책임론을 경향은 이념성향에 따른 ‘해석투쟁’의 경계를 주문했다.
    다음은 16일자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침몰 20일 만에…772호 ‘슬픈 귀환’>
    -국민일보 <스러진 수병들, 조국의 별 되어 떠오르다>
    -동아일보 <46인의 수병들, 우리 가슴에 귀환하다>
    -서울신문 <‘영원한 영웅’ 772함 수병들 ‘통곡의 귀환’>
    -세계일보 <조국에 바친 그대들의 삶…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조선일보 <잠수함 수색하던 헬기 추락>
    -중앙일보 <잊지 않겠습니다>
    -한겨레 <천안함 수병들 바다에서 하늘로 ‘통한의 귀환’>
    -한국일보 <아…끝내 듣지 못한 "귀환신고!>

    외부 충격 한 목소리…동아 "직접 타격" 조선 "버블제트"

    국민일보는 1면 <"선체 오른쪽 충격으로 절단 가능성">에서 "천안함 우현쪽 외부 폭발에 따른 충격으로 배가 두 동강 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라며 "다만 선체 아래에서 발생한 폭발 현상(버블제트)에 의한 것인지, 측면에서 직접 공격을 받아 침몰한 것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의 지뢰인지는 신문마다 분석이 엇갈렸다. 충격식 직격어뢰(동아)설과 버블제트(조선)설 등이 제시됐다.

    동아일보는 5면 머리기사 <총알처럼 날아든 ‘충격식 어뢰’ 가스터빈실 직접 때린듯>에서 해군 관계자의 말을 빌어 "천안함의 절단면 등을 확인한 결과 넓지 않은 타격면이 확인됐다"며 "작은 규모의 어뢰가 가스터빈실 방향을 정확히 가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충격을 받고도 가스터빈실 부근의 유류탱크실이 훼손되지 않아 유류가 새지 않았고 가스터빈실 옆 디젤기관실도 별다른 손상이 없는 것이 그 증거라고 동아는 덧붙였다.

       
      ▲ 동아일보 4월16일자 5면  
     
       
      ▲ 조선일보 4월16일자 1면  
     

    조선일보는 1면 <"어뢰로 인한 버블 제트 흔적">에서 "군 당국은 15일 인양된 천안함 함미에 대한 1차 조사 결과 천안함이 어뢰 등의 직접 타격을 받은 것이 아니라 수중폭발에 따른 ‘버블 제트'(일종의 물대포 현상) 효과에 의해 배가 두 동강 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며 "또 천안함에 외부 충격을 준 수단은 기뢰보다는 어뢰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경향 "어뢰폭발·특수잠수요원 사전설치" 한겨레 "단정일러"

    경향신문 3면 머리기사 <‘어뢰 의한 충격’에 무게… 일부선 "아직 단정 일러">에서 "절단면을 본 전문가들 상당수는 어뢰에 의한 외부 충격을 침몰 원인으로 제시했으나 절단면만으로는 정확한 원인을 확정하기 어렵다는 진단도 많았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어뢰에 의한 외부충격에 방점을 뒀는데, △두 동강날 정도의 충격이었다는 점에서 중어뢰급 공격 △일부는 선체 아래에서 버블제트 어뢰가 폭발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한 뒤편 하단부의 스크루와 선체 밑부분이 멀쩡하다는 점에서 스크루 음을 쫓아가 폭발하는 감응식 기뢰 공격은 아닌 것으로 추정했다.

    "선체를 동강 내려면 중어뢰 이상의 무기여야 한다"(안충승 KAIST 해양시스템공학과 교수)
    "직주어뢰라면 구멍이 뚫렸겠지만 바닥에 깔린 초록색 우레탄이 갑판까지 솟구칠 정도의 충격이라면 이보다 발달된 버블제트 어뢰가 확실한 것 같다"(윤연 전 해군작전사령관)

       
      ▲ 경향신문 4월16일자 3면  
     

    경향은 이에 반해 신중론도 제시했다. "폭발의 진원지를 우선 찾아야 하고 함정 내부 구조물의 변형 정도를 파악해야 더욱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전 설치 폭발 가능성도 제기됐다. 경향은 백점기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의 말을 빌어 "절단면 상태보다 함체 구조가 어떻게 손상됐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천안함의 침몰은 전형적인 선각붕괴(Hull collapse)로 선체 구조 자체의 강도가 선박 내외부의 하중을 견디지 못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선체가 직접 타격받은 지점의 상태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전했다.

    "특수잠수요원이 천안함 함체에 타이머가 달린 수중 폭발물을 설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함정 폭발 사례를 연구한 특수부대 장교)

    한겨레 역시 신중론을 폈다. 한겨레는 <절단면 빼고 파손흔적 없어…"외부충격 받은듯">에서 "군 당국이 설치한 촘촘한 그물망에 가려 배꼬리(함미) 절단면은 희미한 윤곽을 드러냈을 뿐 진실의 문은 다 열리지 않았다"며 절단면만 파손됐고 나머지는 비교적 깨끗하다는 점을 들어 "이런 정황들로 볼 때 현재로선 외부 폭발 가능성에 가장 무게가 실린다"고 분석했다.

       
      ▲ 한겨레 4월16일자 5면  
     

    한겨레는 "그러나 외부 폭발을 일으킨 폭발체가 무엇인지, 폭발이 일어난 위치가 어디인지 등은 이날 공개된 상태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며 "다만 갑판 쪽 절단면이 바깥으로 휘고 천장 쪽 철판이 뒤집혀 초록색 우레탄이 드러난 모습으로 볼 때 어뢰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도 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버블제트설과 직격어뢰설의 가능성과 한계를 다 짚었다. 한겨레는 "배 밑바닥 아래쪽 2∼5m에서 어뢰가 폭발해 버블제트로 반파됐다면 배 전체가 위아래로 휘었다가 끊어진 흔적이 나타나야 하지만 사선으로 끊긴 절단면의 옆모습으로 볼 때 버블제트 효과보다는 직격어뢰에 비껴 맞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라면서도 한 군함 설계 전문가의 말을 빌어 "기뢰라면 바닥 쪽 파괴면이 뚜렷하고, 어뢰라면 흘수선(배가 떠 있을 때 물과 닿는 부분) 근처에서 터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선박 옆에 맞은 자국이 확실히 나게 된다"이라고 전했다.

    직격어뢰 버블제트에 대한 의문

    서울신문은 8면 머리기사 <배 밑바닥은 말끔했다…힘 받는 어뢰·버블제트설>에서 직격어뢰와 관련해 "직격 어뢰로는 배에 구멍은 낼 수 있어도 두 동강 내기는 힘들다는 견해도 많다"고 지적했다.

    버블제트에 대해서도 서울신문은 "폭발형 어뢰는 배 바로 밑에서 터뜨려야 하기 때문에 어뢰의 성능이이 매우 우수해야 하고 발사 기술도 상당히 정교해야 한다는 점이 가능성에 전적으로 무게를 싣기 힘들게 한다"며 "만약 공격자가 북한 잠수정이라면 북한이 그런 고급 무기와 기술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신문은 "때문에 어뢰라면 인간이 몰래 배에 헤엄쳐 가서 배밑에 장착해 터뜨린 것일 수도 있다는 다소 황당한 가능성까지 일각에서는 거론한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도 3면 머리기사 <멀쩡한 배 하부·단번에 찢긴 절단면…외부 충격 거의 확실>에서 "결국 공격 무기가 어뢰인지, 기뢰인지는 파편을 찾고 절단면을 정밀 조사하기 전까지 확정하기 어렵다"며 공길영 해양대 항해학과 교수의 말을 빌어 "(어뢰라는)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다"고 전해 결정적 증거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군, 인사태풍 예고

    경향신문은 2면 <군 수뇌부·지휘라인 ‘인사태풍’ 예고>에서 "천안함 침몰 후폭풍으로 군 수뇌부 및 지휘계통에 있는 부대장 등에 대한 대대적인 인책론이 거론되는 등 ‘인사 태풍’이 예상된다"며 "국방부가 오는 21일로 예정했던 장성급 인사를 천안호 침몰 사건 수습 때문에 무기 연기하기로 했다"는 15일 국방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경향은 "당초 이달 1일자로 실시할 예정이었던 군 장성의 봄철 정기인사를 이번 사고로 이달 21일로 연기한 후 이번에 재차 연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향은 "이번 인사는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이 이상의 합참의장에게 천안함 침몰사고 사실을 청와대보다 16분 늦게 보고한 데 이어 천안함 탐색구조단장이 정상적인 계통을 밟지 않은 채 이 의장에게 늑장보고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폭이 예상보다 커질 것으로 알려졌다"며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지휘계 선상에 있는 지휘관의 경우 책임 소재 논란에서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김태영 국방장관에게 도의적 책임을 물리거나 지휘책임을 들어 이 의장을 경질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군 장성 인사가 의외의 방향으로 갈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고 경향은 내다봤다.

    경향·한겨레 "치열한 해석투쟁 전개될듯…신중한 처신" 조중동 "단호한 대응"

    향후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두고도 신문들은 그 해법에 있어 큰 차이를 드러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우리는 그동안 바닷속 깊이 잠긴 함미를 보지도 못한 채 치열한 논쟁을 했다"며 "함미를 보지 않고도 이 정도였다면, 함미를 인양해 본격 조사가 진행될 앞으로의 상황은 어떨지 자못 걱정스러워진다"고 우려했다. 퍼즐 조각을 미처 다 맞추기 전에 한 조각의 정보를 둘러싸고도 선입견에 기댄 치열한 해석투쟁이 전개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경향은 "특히 북한과의 대립을 자기 정체성의 본질이라고 믿는 보수세력은 지레짐작과 논리 비약, 추리를 동원해서라도 북한 소행으로 몰아갈 우려가 있다"며 "그러나 잔해를 일일이 수거해서 증거를 찾아내기까지는 섣부른 예단을 해서는 안 된다"고 제안했다. 원인은 규명되지 않고 실체 없는 소모적 논쟁과 갈등만 남겨 놓는 어리석은 일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조사 과정을 차분하고 냉정하게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 중앙일보 4월16일자 사설  
     

    조중동은 단호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데에 입을 모았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조사 활동과 별도로 정부는 사고 원인과 관련한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치밀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어뢰 등 외부 충격에 의한 사고가 맞다면 북한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고, 만의 하나 북한 소행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나온다면 최대한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앙은 "북한 스스로 오판(誤判)과 실착(失錯)이었음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대응이어야 한다"며 "동시에 우리 군의 해상 방어망이 뚫린 원인과 과정, 문제점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군에도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도 사설에서 "우리는 천안함의 비극을 만든 원인을 끝까지 규명할 것이고, 그 결과에 따라 우리 군 장병의 목숨을 앗아간 세력의 책임을 모든 것을 걸고 추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역시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졌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는 미리 준비해 놓을 필요가 있다"며 "복잡하게 말할 것 없이 정치적 외교적 대응과 결단은 정부에 맡기고, 군은 군사적 대응 준비를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 조선일보 4월16일자 사설  
     

    이에 반해 한겨레는 우리 정부의 책임에 주목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주검으로 돌아온 해군 수병에 대해 "이들은 결코 차가운 서해 바닷속에서 짧은 생을 마감할 이들이 아니었다"며 "그러나 국가는 자신의 책무를 수행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참사의 원인이 어디에 있든 군과 정부는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원인규명에 대해서도 한겨레는 군이 민간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 "군사기밀 유출을 내세워 외국 전문가들의 활동에 제동을 걸거나, 실종자 가족들에게도 ‘참관’ 정도만 허용하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군은 참사 초기부터 계속 은폐 의혹을 받아왔다. 주검으로 귀환한 수병들을 두번 죽여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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