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씻을 권리를 달라"
By 나난
    2010년 04월 15일 04: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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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실, 탈의실, 화장실은 꿈도 못 꾼다. 그나마 사물함이 있어 작업복을 넣어둘 수 있는 건 낫다. 사물함조차 없는 곳이 많으며, 생활폐기물을 손으로 다 처리한 세균덩어리의 몸으로 퇴근한다.”

15일 서울역에는 환경미화 노동자들의 근로실태와 ‘씻을 권리’를 알리는 선전전이 열렸다. 이날 ‘환경미화원에게 씻을 권리를’ 캠페인에 참여한 한 환경미화 노동자는 “환경미화는 공익적 근로임에도 불구하고 자치단체는 ‘나 몰라라’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미화원들은 땀에 절고, 먼지 잔뜩 묻은 작업복을 그대로 입은 채 퇴근한다. 생활쓰레기, 음식물쓰레기, 재활용쓰레기 수거하고 분류하느라 더러워진 손만 공중화장실에서 겨우 씻을 뿐이다. 환경미화원들에게는 옷을 갈아입을 공간도, 씻을 공간도 없기 때문이다.

먼지 때문에 숨 막혀 42%

지난 2006년 소비자보호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당 박테리아 수는 버스 손잡이에 380개, 피씨방 마우스에 690개, 쇼핑카트에 1,100개, 터미널 화장실 변기에 3,800개에 달한다.

하지만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민주노총, 민주연합노조, 공공노조 등으로 구성된 ‘환경미화노동자 건강권 강화를 위한 사업단'(이하 사업단)이 전국 50개 사업장과 환경미화원 1,0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환경미화원들 작업복 소매에는 10㎠당 박테리아가 13만3,600마리 검출됐다.

바지에는 9만1,700개, 어깨에는 2,400개, 배에는 3만1,800개, 얼굴에는 719개나 발견됐다. 하지만 환경미화원 77%가 샤워를 하지 못하고, 67%는 작업복을 그대로 입고 퇴근하고 있는 실태다. 또 이들 중 42%가 ‘작업 중 먼지 때문에 숨이 막힌 경험이 하루에 세 번 이상’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환경미화노동자 건강권 강화를 위한 사업단’이 15일 서울역에서 환경미화 노동자의 근로실태 및 씻을 권리를 알리는 선전전을 펼쳤다.(사진=이은영 기자)

이에 환경미화원들이 제대로 씻을 수 있는 샤워실과 작업복과 출․퇴근복을 따로 보관할 수 있는 사물함, 오염된 작업복을 세탁할 수 있는 세탁시설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사업단은 지난 13일 ‘환경미화노동자의 씻을 권리 보장 촉구를 위한 국민캠페인단’을 출범하고, 15일 서울역 대국민 선전전을 펼쳤다.  

평균 산재율보다 10~20배 이상 높아

사업단은 “미생물로 인해 천식이나 만성기관지염 등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고 있다”며 “특히 민간위탁회사의 경우 인건비와 시설비를 아껴 이윤을 챙기려 하기 때문에 회사나 차고지에 물이 나오지 않는 곳도 있으며, 휴게실도 화장실도 없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작업복과 일상복을 분류해 보관할 수 있는 사물함이 필요하다”며 “덴마크는 환경미화원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연구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사물함 설치 의무화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사업단에 따르면 지난해 조사 결과 우리나라 노동자 전체 평균 산업재해율은 0.7%이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직영하는 사업장의 환경미화원 재해율은 6.9%로 나타났다. 특히 지자체가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는 사업장의 경우 재해율이 16.8%에 달했다.

임정훈 민주연합노조 성북지부장은 “서울의 경우 민간업체는 쓰레기봉투 판매 수익금으로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봉투 값이 동결됐다’는 이유로 인력을 줄여 노동강도를 강화해 산재사고가 당연히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민간위탁으로 미화원들의 근로조건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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