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기업 외면 ⇒ 고용문제 악화
        2010년 04월 15일 09:4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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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경제가 계속 어렵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운 친 기업 정권인 이명박 정부가 집권하면 경제성장이 이루어질 줄 알고 우리 국민들은 지난 대선과 총선 당시 한나라당에 표를 몰아주었다.

    그러나 결과는 한마디로 기대 이하다. 경제성장률은 제로성장에 머물렀고, 1인당 국민소득은 2년 연속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저축률과 투자율도 동반 후퇴했다. 그러다보니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경제는 언제 좋아지는가?”라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현 정부의 소위 친 기업 정책이 대기업에만 집중적인 혜택을 줄 뿐, 중소기업을 소외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대기업 중심 경제정책 때문에 중소기업이 혁신과 발전을 위한 과감한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고, 이 때문에 주로 중소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 고용문제의 탈출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잔뜩 움츠린 중소기업의 어깨가 우리 사회 총고용의 크기를 위축시키고 고용의 질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 ‘대기업 중심이 고용 문제 유발’

    한국은행은 지난 3월 30일 발표한 ‘2009년 고용부진의 원인’이라는 자료를 통해 지난해 우리 경제가 중소기업 보다는 고용에 인색한 대기업 중심으로 운용되는 바람에 고용 없는 경제가 계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패널·정보통신기기 등 고용유발계수가 낮은 자본집약적 산업의 수출액이 전체 수출총액의 26%에 달한 반면, 고용유발효과가 높은 음식·숙박 등 전통서비스업은 오히려 퇴출률이 높아졌다. 음식․숙박업의 영세업체 시장점유율은 2000년 71.3%에서 2008년에는 54.2%까지 떨어졌다. 폐업하는 영세자영업이 늘어나면서 이 업종들의 고용발생 여력이 크게 약화된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1조 5,776억 원으로 전년보다 두 배 정도 늘었지만, 직원은 623명만 늘었을 뿐이다. 영업이익 1조 원 클럽에 가입한 기아자동차는 오히려 104명의 직원을 줄였다.

    케이티(KT)는 대규모 명예퇴직으로 6,750명이나 내보냈다. 통계상으로도 매출 순위 30대 대기업들이 지난해 늘린 고용은 고작 0.6%에 불과했다. 정부로부터 감세와 규제완화 혜택을 얻어내며 이익을 크게 늘렸으면서도, 고용확대는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와 같은 대기업 몰아주기와 중소기업 푸대접은 곧바로 고용과 소득분배의 악화 등 민생현안의 실패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9년 국민소득’에 따르면, 2009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은 마이너스 11.0%를 기록했다.

    노동소득 분배 악화, 임금격차 심화

    국내총생산(GDP)이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음에도 1인당 GNI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15.8%나 급등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노동소득의 분배가 왜곡된 측면이 크다.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의 영업잉여는 3.8%에서 5.9%로 증가한 반면, 노동소득 분배율은 61.0%에서 60.6%로 다소 하락했다. 이것은 수출을 위주로 하는 대기업은 이익을 본 반면 노동자를 비롯한 서민의 삶은 상대적으로 나빠졌다는 얘기이다.

    이명박 정부의 중소기업 무대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일자리 격차를 더 벌려 놓고 있다. 인천대 옥우석 교수(무역학과)가 노동부의 매월노동통계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대기업과의 임금 차는 더 컸다. 2007년 현재 근로자 수 5~9명인 중소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대기업의 52.3% 수준이었다(경향신문 4월 14일 자).

    고용의 대부분을 중소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조건에서 중소기업 일자리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무대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와 노동시장에서 일자리 양극화를 초래하며 결과적으로 사회 총소득의 양극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정부가 대기업을 윽박질러서 억지로 고용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추구하는 역동적 복지국가는 투명하고 공정한 기업문화를 추구하고 혁신적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업에 대한 경제외적 압박은 결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이 될 수 없다. 고용에 대한 판단은 어디까지나 기업의 고유한 권리이다. 하지만, 난관에 빠진 이 시대의 고용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이 스스로의 경제논리 차원에서 고용을 늘릴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어야 한다.

    중소기업 임금 지원 등 필요

    이런 차원에서 정부는 이제라도 적극적인 중소기업 대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 강화를 위한 근본적인 처방을 제시하고, 제대로 된 중소기업이 성립하고, 혁신을 통해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기초를 제공해서, 바로 그들이 질 높은 일자리를 대량으로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중소기업이 각자 자신의 노동자들에게 지급하는 임금을 국가가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 중소기업 일자리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외에도, 고용의 실질적 보장을 위해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사회적 기업과 지방공기업을 육성하여 고용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전체의 사회서비스 수준을 높여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을 높여주게 될 뿐만 아니라, 이 분야에 새로 고용된 일자리를 통해 소득재분배와 소비 진작의 선순환을 유도하는 강력한 계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2010년 4월 15일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 
                                             www.welfarestat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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