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명숙 '상승세', 일시적 제한적"
        2010년 04월 14일 12:0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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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9일 1심 재판부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지방선거 지형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 민주당의 유력 후보였던 한 전 총리는 재판 이전, 오세훈 현 시장(한나라당)에 큰 격차로 뒤져 있었으나,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까지 따라잡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일부 조사에서는 한 전 총리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재판은 이해찬 전 총리가 얘기한 것처럼 "검찰이 선거대책본부장"이 돼 주면서 한 후보의 지지율을 크게 끌어올리는 등 민주당, 국민참여당 등 구 여권에 큰 호재로 작용했다. 민주당은 야권연대 조율의 실패와 공천잡음 등 지도력의 한계가 드러난 상황에서 다시 한 번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으며, 서울-경기(유시민)-경남(김두관)-강원(이광재)-충남(안희정) 등 ‘친노벨트’ 역시 탄력을 받고 있다. 

    현재 양자대결 구도는 물론 다자대결에서도 한 전 총리와 오세훈 서울시장의 격차는 한자리 수를 오가고 있다. 13일 <한겨레>가 여론조사 기관 ‘더 피플’에 의뢰해 벌인 여론조사에서 한 전 총리는 38.6%를 기록해 오세훈 시장(44.6%)과 6%포인트로 좁힌 상태다.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가 10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한 전 총리는 33.5%로 오 시장(40.7%)과 한자리로 좁혔다.

    한명숙 정국

    <국민일보>의 11일 여론조사에서도 한 전 총리는 35.8%로, 43.3%의 오세훈 시장에게 7.5%포인트 차로 다가왔다. 재판이전, 10%포인트에서 최대 20%포인트 까지 벌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재판 이후 여론이 한 전 총리에게 유리하게 조성되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다만 <한국일보>의 10일 여론조사에서는 한 전 총리가 양자구도에서도 32%로, 52.9%의 오 시장에 비해 20%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한 전 총리와 민주당 측은 이같은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한 전 총리 재판과정에서 검찰이 별건수사 등 무리한 수사를 벌여왔고, 비슷한 피해를 당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주년이 5월 24일로, 지방선거에 불과 1주일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전 총리가 재판 후 노 전 대통령을 찾은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민주당 역시 연일 ‘검찰개혁’을 외치며 한 전 총리 국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14일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나서서 한 전 총리에 대한 검찰의 별건수사가 즉각 중단되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에 대한 수사를 정권과 연계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여당 내 기류도 심상치 않게 흘러가도 있다. 남경필 의원 등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과 일부 친이계 의원들도 검찰의 별건수사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정병국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14일 “별건이라고 수사하지 않는 것이 정치검찰”이라고 주장하는 등 한나라당 지도부에서는 ‘강공’의지를 보이고도 있다.

    캐스팅 보트 ‘노회찬’

    한 전 총리의 재판 후 여론의 추이가 이 같이 흘러가면서, 4+4 논의에서 빠져나온 진보신당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서울시장 후보)는 새세상연구소 조사에서 오 시장, 한 전 총리, 이상규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과의 4자구도 가운데 7.3%를 기록했고, 3자 구도의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는 5.4%를 기록했다.

       
      

    한 전 총리와 오 시장의 지지율 격차가 한자리임을 감안할 때 노 대표가 ‘캐스팅 보트’가 되는 셈이다. 이는 주변에서 노 대표에 대한 단일화 압박의 근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서울시장 경선 대신 한 전 총리에 대한 합의추대 작업에 돌입한 민주당이 진보신당에 대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지방선거기획본부 공동본부장이 1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빅빅딜을 해서라도 진보신당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 본부장은 14일 <BBS>라디오 ‘아침저널’과의 전화인터뷰에서도 “진보신당 노회찬, 심상정 후보가 지지율이 한 자리 수 이하여도 끝까지 가겠다는 자세를 끝까지 유지할 것인지 아쉽다”며 “그것이야말로 사실 지분에 집착하는 구태로 좀 아쉽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노회찬 "아직 시작 아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도 13일 <오마이뉴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특강’에서 “여러 번 큰 선거를 치른 경험으로 보면 후보자가 완주하느냐 보다는 유권자의 표심이 어디로 가느냐가 중요하다”며 “서울에서 한명숙 전 총리의 당선가능성이 있다면 유권자들의 사표 심리에 따라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열세 후보에 대해서는 사퇴압력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사표심리 조장’인 셈이다.

    그러나 진보신당은 ‘독자노선’을 굽히지 않고 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1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5+4는 이미 좌초되었다”며 “우리가 5+4에 복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노 대표는 단일화 압박에 대해서도 “아직 정책 경쟁이 시작된 바도 없다”며 “현재 여론조사 지지율이 큰 의미는 갖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한 전 총리 판결로 인한 여론상승은 자력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닌 상대방의 실책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며 “지금의 지지율 상승으로 현재의 판을 쉽게 바라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추세를 너무 과신해서는 안된다”며 “워낙 격차가 벌어져 있는 상황에서 한 가지 사안으로 다소 지지율이 올라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검찰수사관련 여론조사를 해 보면 42% 정도가 ‘무리한 수사’라고 답하고, 40%는 ‘해야 하는 수사’라고 답하고 있다”며 “절반은 보수진영에서 버티고 있는 상황이고, 이번 검찰수사는 한 전 총리가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를 바꿀만한 사안도 아닌 만큼,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홍 소장은 “노 대표의 경우, 앞으로 어떤 포지션으로 갈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독자노선으로)간다면 어려운 현실에 직면할 수도 있다”며 “진보개혁적인 유권자들이 ‘분열’ 이후 마음을 붙일 곳을 찾지 못하는 만큼, 야권후보 단일화가 한 전 총리 수사보다 더 큰 반응을 불러일으켜 닫힌 진보개혁진영 유권자들의 마음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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