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철도 서비스단’, 극심한 우울증 초래
By mywank
    2010년 04월 13일 12: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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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직 간부인 A씨는 오로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서비스단에 와서 근무하고 있는데, 잡상인 단속이나 열차내 전단지 수거를 할 때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일을 하는 중 예전 부하직원과 부딪히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부하직원이 자신을 볼까봐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렇다고 일을 안 할 수도 없고, 하루하루가 곤욕스러운 나날이다.

#2- 서비스단 소속 노동자들 중 젊은 축에 해당하는 B씨는 올 초 5호선 모역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에 홍보물을 부착하는 일을 하다가 낭패를 당한 적이 있다. 마침 조금 떨어진 곳에서 승강장 근무를 하던 해당역 역장이 쓰레기를 버리는 줄로 오해하고 “당신, 이리 와봐”라고 승객들이 보는 앞에서 큰 소리로 부른 것이다. 나중에 오해는 해소되었지만, 당시에 느꼈던 수치심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서울시의 현장시정지원단을 모방한 도시철도공사의 ‘5678서비스단(이하 서비스단)’ 소속 노동자들의 우울증 실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도시철도노조 기자회견 모습 (사진=도시철도노조) 

2008년 11월부터 운영된 서비스단은 노조활동 징계자, 개인적 사유 징계자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부정승차 단속 △열차 내 무질서(잡상인) 단속 △불법 홍보물 수거 등의 활동을 수행한다. 지난해 6월까지 서비스단 소속 노동자 129명 중 55명이 퇴직한 상태다.

결국 서비스단은 본연의 업무와 동떨어진 단순 업무를 수행하게 함으로써, 수치심과 모멸감을 주는 방식으로 자진 퇴사를 유도하는 신종 구조조정 수법인 셈이다.

도시철도노동조합(위원장 허인)은 13일 오전 10시 30분 민주노총 1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비스단 집단우울증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서 서비스단 소속 노동자의 55.17%가 전문가 상담 및 정신치료가 필요한 ‘심한 우울’ 및 ‘중간 우울’ 상태를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승무본부 노동자들의 3.74%만이 ‘심한 우울’ 증상(‘중간 우울’은 12.81%)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심각한 수치다.

지난 1월에 실시된 집단우울증 조사에는 당시 서비스단에 소속된 노동자 50명 중 29명이 응답했으며, 우울증상 정도 및 강도를 측정하기 위한 자기보고형 측정도구인 ‘한국판 Beck 우울척도(Korean Beck Depression Inventory)’가 사용되었다. 또 △우울하지 않은 상태 △가벼운 우울 상태 △중간 우울 상태 △심한 우울 상태로 결과가 구분된다.

이번 조사에서 서비스단 소속 노동자 중 ‘심한 우울’ 상태는 37.93%, ‘중간 우울’ 상태는 17.24%, ‘가벼운 우울’ 상태는 10.34%였다. 크고 작은 우울증을 호소하는 이들은 전체의 65.51%에 달한 셈이다. ‘우울하지 않은’ 상태인 서비스단 노동자는 34.48%에 그쳤다.

   
  ▲’5678 서비스단’ 노동자들의 우울증 상태를 나타내는 그래프 (출처=도시철도노조) 

도시철도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설문에 참여한 서비스단 노동자 중 대다수가 ‘즉시 치료가 필요할 만큼 심각한 우울 증상’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시켜줬다”라며 “우울증의 특성상 증상이 심각한 노동자들이 설문에 참여하지 않았을 가능성 등을 고려한다면, 현재 서비스단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정신적 고통은 이 결과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이어 “서비스단은 조직 내에서 자신의 역할을 모호하게 하고, 노동조건, 업무 내용에 있어 급격한 변화를 가져옴으로써, 수치심, 무시당한 느낌을 불러일으킴으로써 해당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라며 “공사는 즉시 서비스단을 없애고 해당 노동자들의 훼손된 정신 건강을 치유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도시철도공사는 지난달 30일 근무태도 불량, 업무능력 부족 직원에 대한 직무재교육 실시 계획을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다. 공사는 지난 7일까지 대상자 선정을 전 부서에 지시한 상태이며, 노조 측은 “퇴출조직인 서비스단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서비스단보다 조금 세련된 형태의 퇴출프로그램”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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