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미 절단면, 사선으로 찢겨"
        2010년 04월 13일 09:5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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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함이 침몰 17일 만에 함미의 일부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폭발원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천안함 함미는 군 당국이 기상악화를 이유로 쇠줄이 감긴 함미를 백령도 연안 방향으로 4.6km 가량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반쯤 형체를 드러냈다.

    이날 모습을 나타낸 함미는 함수와 연결되는 부분에 있는 대형 연돌(연기를 배출하는 기관) 등이 사라진 반면 함미 뒤까지는 크게 파손된 부분이 없었다. 언론들은 절단면이 불규칙적으로 잘라진 것으로 관측되면서 내부폭발이나 피로파괴보다 외부충격에 의한 침몰 쪽에 무게를 실었다.

    다음은 13일자 전국단위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들이다.

    경향신문 <준법 1인시위까지 저지 / 경찰, 대대적 공안몰이>
    국민일보 <연통 사라져…외부 폭발 충격인듯>
    동아일보 <"우리 아들이 저기 올라와 / 어떡해, 너무 추울텐데…">
    서울신문 <17일만에 천안함 절단면 물위로>
    세계일보 <선체 사선으로 찢겨…어뢰 맞은 듯>
    조선일보 <‘탄약고 위 함포’ 그대로…"내부 폭발 흔적 없다">
    중앙일보 <17일 만에 물 위로…천안함 함미 손상 컸다>
    한겨레 <‘함미’ 보였다…이르면 주말 인양>
    한국일보 <군, 갑판부에 승선…2시간 조사활동>

    절단면 불규칙…무게 실리는 외부충격설

    조선일보는 1면 기사 <‘탄약고 위 함포’ 그대로…내부폭발 흔적 없다>에서 "대형 연돌 등이 사라진 반면 그 이후 함미 뒤까지는 크게 파손된 부분이 없어 선체 중앙부분에서 대형 폭발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외부충격에 의한 침몰 가능성에 주목했다.

       
      ▲ 서울신문 4월13일자 1면  
     
       
      ▲ 조선일보 4월13일자 1면  
     

    함미의 하푼 함대함 미사일 2기, 어뢰발사관 1문 등이 사라졌으나 이들이 설치됐던 갑판이 크게 부서진 흔적이 없고 하푼 미사일로는 천안함이 두동강 날 정도의 폭발력이 나오지 않아 이들이 침몰 원인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또, 군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절단면은 매끈하게 잘라진 것이 아니라 불규칙적으로 너덜너덜하게 잘라진 상태"라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그러나 "천안함을 두 동강 낼 수 있는 외부 충격은 어뢰, 기뢰가 꼽히고 있으나 절단면이 완전히 공개되지 않아 어뢰, 기뢰가 함정 한가운데 해저에서 폭발한 뒤 충격파로 배를 파괴하는 버블제트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직접 충격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알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고 덧붙였다.

    동아일보도 외부 충격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동아일보는 2면 <"절단면이 V자 사선으로 찢겨진 상태"> 기사에서 "군함 전문가들은 육안으로 보이는 부분이 함미의 극히 일부분이어서 폭발 원인을 확정하기 힘들지만 외부 폭발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고 보도했다. 한국해양대 항해학과 공길영 교수는 "내부 폭발이 일어났다면 미사일 발사대나 포가 연쇄 폭발해 모두 손상됐을 확률이 높은데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아 (기뢰나 어뢰 등) 외부의 폭발로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동아일보 4월13일자 2면  
     

    자주국방네트워크 신인균 대표도 "연돌과 추적레디어의 높이가 비슷한데 상대적으로 약한 레이더는 그대로이고 강한 연돌은 찢겨 없어진 것으로 보아 어뢰 등 외부의 폭발로 보인다"며 "수면 위로 일부 드러난 갑판 부근 절단면의 찢어진 듯한 모양으로 미루어 배가 외부 폭발로 V자 사선으로 찢겼다고 본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함미의 일부만 물 밖으로 보이긴 했으나 천안함의 모습은 일각에서 제기한 암초에 의한 절단이나 피로파괴의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신문들도 외부충격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국민일보는 1면 <연통 사라져…외부 폭발 충격인듯>에서 "연돌이 보이지 않는 점 때문에 외부 폭발에 의한 침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일보는 제목에 ‘어뢰’라는 직접적인 원인을 달아 눈길을 끌었다. 세계일보는 1면 <선체 사선으로 찢겨…어뢰 맞은 듯> 기사에서 외부충격에 의한 침몰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2면에서는 절단면이 지저분하게 잘려졌다는 것을 근거로 "그동안 논란이 됐던 수중폭발에 의한 ‘버블제트’ 보다는 어뢰나 기뢰가 함체를 직접 타격해 빚어졌다는 분석에 훨씬 무게가 실리게 됐다"고 주장했다.

    군은 일단 천안함 함미를 침몰지점에서 백령도 남쪽 수심이 얕은 곳으로 이동시킨 뒤 다시 바다에 가라 앉혔다. 해군은 "바람이 세고 파도가 높으면 인양하는 과정에서 함미를 실을 바지선이 흔들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일단 해저에 안착시킨 뒤 기상여건이 호전되는 대로 인양작업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군, 언론에 ‘함미 이동’ 포착되자 뒤늦게 발표해 의혹 키워

    일부 언론들은 군 당국이 이날 천안함 함미 인양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가 언론보도가 나온 뒤 이동사실을 인정하자 절단면을 숨기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국방부는 이날 함미 이동이 시작된 오후 3시 브리핑 때까지도 함미 이동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이기식 합참 정보작전처장은 "함미에 두번째 체인 설치를 목표로 했으나, 기상이 불량히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은 오후 4시 5분 해상크레인이 함미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이동하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고 나서야 "두 번째 체인 연결을 오후 3시에 완료했고, 앞서 2시30분쯤 실종자 가족들에게 함미 이동에 대한 동의를 구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천안함 절단면 비공개 방침을 세운 군 당국이 함미 이동을 숨기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이에 대해 해군 관계자는 "함미 이동 사실을 고의로 숨기려 한 것이 아니라 현장 상황이 곧바로 전달되지 않아 생긴 착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함미 이동은 현장 탐색구조본부 김정두 단장(해군 중장)이 이상의 합참의장에게 보고하고, 합참의장이 최종 승인하게 돼 있다"며 "따라서 공식 브리핑 때까지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해군의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고 반박했다.

    또, 군은 안전문제 때문에 천안함 수색과 원인규명에 대한 조사가 어려웠다고 밝혔지만 갑판부에 승선해 2시간 동안 조사를 벌인 것으로도 드러났다.

    한국일보 1면 <군, 갑판부에 승선…2시간 조사활동> 기사에 따르면 군은 오후 4시 5분께 수면 위로 끌어올린 함미를 오후 6시께 안착 수역으로 옮겼고, 오후 8시께 물 아래로 가라앉혔다.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두 시간 동안 함미는 물 위에 떠 있었다는 얘기다.

       
      ▲ 한국일보 4월13일자 1면  
     

    이날 현장사진을 보면 요원들이 탄 고무보트 5, 6대가 함미 주변을 둘러싸고 있고, 인양선에서 비춘 조명을 따라 함미 갑판 윗부분과 뜯겨져 나간 연돌 부분 선내에 요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단지 함미 이동시 실종자 유실방지를 위해 절단면을 감쌌던 그물을 해체하기 위해 올라갔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국일보는 "그러나 2시간은 사고 원인 조사나 실종자 승선 수색작업을 벌이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도 "군 당국은 이날 오후 8시부터 15분 동안 함미 절단면에 서치라이트를 비추며 실종 승조원 수색과 폭발원인 조사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민간업체 "인양 가능하다 전달"…군 당국 "불허"

    인양을 놓고도 민간구조업체와 군의 입장이 엇갈린다. 민간구조업체는 쇠사슬 2개 만 가지고도 충분히 인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군 당국이 안전을 이유로 3개의 쇠사슬 연결 뒤 인양을 요구해 인양 날짜가 뒤로 연기됐다는 주장이다.

    한국일보 3면 <민간업체 "한번에 인양까지" 주장 / 군 "완벽한 안전 보장 안돼" 불허> 기사에 따르면 민간 수중업체는 이날 아예 함미를 인양하자는 의견을 군에 전달했다. 수중업체 관계자는 "470여 톤 정도인 함미 무게에다 각종 내부 집기와 바닷물이 내부에 차 있어 총 900여 톤 정도로 추정되지만 연결체인 2개로도 1000톤 가량의 민간상선을 인양한 경험이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군은 인양을 허락하지 않았다. 인양 체인이 2개만 연결된 상태로 들어올릴 경우 물 밖에 나오는 순간 하중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군 관계자는 "함미가 수면 위에 떠 있는 경우 사리기간 물살에 유실물이 생길 수도 있고 연결체인에 무리가 갈 경우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함미 인양, 이르면 주말께 재개 가능

    이 때문에 천안함 함미 인양이 언제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군 당국은 "기상예보 등을 고려하면 이번 주말께 본격적인 작업 재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상황이다.

    서울신문은 4면 <기상 악화로 체인파손 우려…주말 인양작업 재개> 기사에서 최대 변수는 풍랑이라고 밝혔다. 풍랑이 가라앉더라도 물살이 가장 빠른 17일까지는 인양작업이 쉽지 않고 이르면 18일에야 인양이 가능할 전망이라는 것이다.

    함미 인양작업을 맡은 88수중개발 정호원 부사장은 "현재 백령도 해역에 3~4m의 너울성 파도가 치고 있는데 물 위에 떠 있는 함미가 파도에 요동칠 수 있고, 해상크레인 역시 흔들릴 수 있다"면서 "초속 15m이상의 강풍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불이 차 무거운 함미를 공중에 띄우다가 흔들리면 모든 작업이 허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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