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의 땅, 자본의 땅 만들기
    2010년 04월 11일 08:4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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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탕물이 하루가 멀다하고 공사구간의 강을 덮는다. 멸종위기종인 단양쑥부쟁이 주변에는 오늘도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이 쉬지 않고 드나들며 그들을 위협한다. 공사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비오는 날 눈오는 날도 가리지 않고 계속 된다.

강은 땅이 되고, 흙더미는 산더미가 되고

그야말로 초고속의 공사로 강은 땅이 되고, 흙더미는 산더미가 된다. 옛날 북한의 천리마 운동처럼 일사불란한 속도전이 국토를 대상으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자랑스럽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왜 속도전인가? 4대강 완공기간으로서는 대책없이 촉박한 2년이란 시간 안에 공사기한을 억지로 구겨넣은 이유는 무엇인가? 4대강 사업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를 넘어 왜 이렇게 빨리, 국민들의 여론에 역류하며 진행하느냐는 것이다.

   
  ▲강바닥을 파헤치는 공사현장. 

당연히 이명박 정부의 임기 내 4대강 삽질을 끝내고 그 삽질을 그럴듯한 정권의 치적으로 만들어 정권을 재창출하려는 목적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우기(雨期) 전에 현재 진행하고있는 하도정비를 상당히 진척시켜 지금의 삽질을 물리적으로 ‘불가역적 삽질’로 만들려는 것일 게다.

이렇게 속도전으로 진행되고있는 4대강 공사를 이 정권은 아주 자랑스러워 하는 것 같다. 청계천 복원을 2년 만에 해치운 ‘무대뽀’ 솜씨를 4대강 공사에도 발휘하고 싶은 이명박 대통령의 마음은 알겠지만, 대형토목사업을 일사불란하게 진행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국가는 국가원수의 뜻을 받드는 전체주의 국가들이 대부분이다.

이 정권이 그렇게 되고싶어 하는 일류 선진국들은 거꾸로 장기간 세심한 설계와 국민의 의견수렴을 충분히 거친 후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느릿 느릿하게 진행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초고속 인터넷망으로 한국이 세계를 선도할 기반이 어렵게 갖추어졌건만 이제 초고속 삽질로 모든 것이 후퇴되고 있는 것이다.

   
  ▲공사 이전 자연하천 모습. 

공기단축의 심각성

무엇보다 공기단축은 환경적 측면에서 중대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가물막이 안의 흙탕물을 침전도 시키기 전에 펌핑을 통해 본류로 방류하는가 하면 가물막이 한 쪽을 파내어 가물막이 안의 물을 그대로 본류에 방류하는 모습은 남한강 공사구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물론 그 흙탕물은 이들이 쳐놓은 2중 3중의 오탁방지막을 잘도 통과해서 수도권 주민의 식수원을 향해 흘러간다. 심지어 일부 저수위의 강에서는 가물막이를 치지 않고 그대로 준설을 하면서 강 주위를 흙탕물로 만들고 있다. 모두 공기를 단축 시키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멸종위기종인 단양쑥부쟁이의 현 분포지역이나 서식여건 등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도 않고 대체서식지로 이식 운운하며 그 주위를 삽질로 파헤치겠다는 계획은, 공사에 방해되는 것들은 모두 제거해 버리겠다는 정부의 무지막지함을 보여준다.

멸종위기종은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을 보호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지 그것을 멸종위기에 처하게 하려고 만든 것이 아니다. 오탁방지막은 공사 중 흘러나오는 오탁수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 지금처럼 오탁투과막으로 기능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현 정권은 비경제적인 4대강 사업을 추진했고 불법적으로 그것을 강행했다. 4대강 사업의 비경제성과 공사강행의 불법성은 여기서 다룰 주제는 아니다. 그러나 속도전으로 치닫고 있는 4대강 공사의 반환경성은 이들이 끝없이 내보내는 오탁수와 멸종위기에 처해있는 4대강의 동식물들을 볼 때 논쟁의 여지가 없는 것들이다.

   
  

직선의 땅, 자본의 땅

사라지는 것들은 말이 없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서 누군가는 대신 말해주고 싸워야 한다. 2년이란 촉박한 시간으로 온 강산을 직선의 땅으로, 자본의 땅으로 바꿔 놓겠다는 망상이 통할 수 있는 사회는 제대로 된 사회가 아닐 것이고 민주적인 사회는 더더욱 아닐 것이다.

역사에서 ‘진실의 맥(脈)’은 가늘게나마 도도히 흘러왔고 그 가늘고 긴 맥이 있어 우리는 이 정도나마 인간다움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녹색성장이란 가면 속에서 회색성장으로 이 나라를 초고속으로 퇴보시키는 이 정권의 좋은 날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그들이 짓밟고 있는 저 강에도 진실의 맥은 흐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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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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