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 안보는 선거용 레토릭 불과”
        2010년 04월 09일 08: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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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교안보전문지 <디앤디 포커스>의 김종대 편집장은 “북한 잠수함이나 잠수정은 야간 작전능력이 없고, 야간에 작전했다는 전례나 기록도 없다”며 천안함 침몰에 북한이 연루되었으리라는 일각의 추정을 강하게 부정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국방보좌관실 행정관으로 일했던 김종대 편집장은 이번 사건에 군이 “지나치게 자의적 주관적인 기밀주의”를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작전일지, 교신일지, 사건 전후 정황과 특수정보 등을 전부 공개해야” 사건의 실체가 제대로 규명될 것이라 주장했다.

    “NLL에서의 분쟁 양상 변화가 근본 배경”

    이어 김 편집장은 “민과 군의 소통, 정부기관들의 역량 통합, 대국민 메시지, 주변국과의 협조 등이 없거나 늦었다”고 정부 대처를 비판하며, “현 정부가 ‘보수 안보’를 표방하며 집권했는데, 사실은 선거용 레토릭에 불과하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라 비판했다.

       
      ▲김종대 편집장(사진=이재영) 

    김종대 편집장은 이번 사건의 근본적 배경으로 국방부의 국지도발 대응계획안으로 인한 NLL에서의 긴장 고조를 들었다. 국방부가 입안한 새 국지도발 대응계획이 <조선일보>에 보도되면서 NLL에서 “분쟁 양상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이 김 편집장의 설명이다.

    김종대 편집장은 “NLL이 군사적 긴장의 장이 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고, 정치적 이유에서 분쟁지역이 된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라는 맥락에서 읽고, 정치적 포괄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래는 지난 7일 서울 서초동의 <디앤디 포커스> 사무실에서 있었던 김종대 편집장의 인터뷰 전문이다.

                                                         * * *

    – 천안함 사건에 관련한 특정 정보를 편향적으로 취사선택한 ‘소설’들이 횡행하고 있다.

    = 천편일률적으로 북한의 수중세력, 잠수함 반잠수정의 성능에 대한 정보가 넘쳐 나고 있다. 어뢰가 몇 발 달렸다는. 그 얘기는 아무 것도 아니다. 어뢰 안 달린 군용 잠수함이 있나? 이게 북한이 연루됐다는 근거의 전부다. 개연성으로 암시하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북한 잠수함이나 잠수정은 야간 작전능력이 없다. 야간에 작전했다는 전례나 기록도 없다. 정보기관도 그런 능력에 대해 의문시하고 있다.

    – 야시능력이 없다는 얘기냐?

    = 야시능력, 센서, 시스템, 야간 수중 침투능력, 위험 지형 회피 능력 등이 다 포함된다. 북한 함정은 90년대 초 이후로 신형 투자가 이루어진 적이 없고, 지속적인 노후화를 거쳐 왔다. 잠수함 기지에서 80km 이상 떨어진 지역에서 단 한 방에 정밀타격을 하여 초계함을 침몰시켰다면 남북 군사력 균형에 대한 기존 평가를 다 뒤집는 것이다.

    이런 제한 요인은 취급 안하고, 단지 어뢰가 달려 있다는 하나만으로 몰고가는 것은 편향된 정보 선택이다.

    북한 잠수함, 야간 작전능력 없다

    –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두자면, 피로파괴라거나 이런 이야기들도 정보를 취사선택한 거 아니냐?

    = 그것은 경우가 조금 다르다. 북한 연루설에서 정보 선택이 특히 심하게 나타나는 것이고, 피로파괴설 암초설 내부폭발설 등은 규명이 가능하기 때문에 심각한 정보 왜곡이 적은 편이다.

    – 일단 지금 있는 정보로는 그런 설이 부합하는 것이고, 북한 연루설은 정보가 전혀 없다는 말이냐?

    = 그거 외에는 어떤 정보도 제시되지 않았다. 내부 충격보다는 외부 충격 가능성이 조금 더 크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추정에 불과하다.

    – 사고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기 위한 절차 또는 조건은 무엇인가?

    = 첫째, 우리의 핵심 정보능력이 그대로 노출되거나, 둘째, 우리의 비밀작전계획이 노출되거나, 셋째, 알려지지 않은 남북의 비밀병기가 노출되는 등의 세 가지 경우 이외에는 모든 정보가 공개되어야 한다.

    작전일지, 교신일지, 사건 전후 정황과 특수정보 등은 전부 공개해야 한다. 즉, 이번 사건에 관련하여 정부가 국민에 대해서는 비밀을 주장할 권리가 없는데, 지금 보안이라는 상당수는 북한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천안함 사건이 발생하기 직접에 발간된 <월간조선> 4월호에는 2002년 제2연평해전 당시 감청부대장이었던 한철용 예비역 소장의 인터뷰가 실려 있는데, 여기에는 특수정보의 글자 숫자, 북한 감청 내용까지 상세하게 나와 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이 정도까지는 공개해도 상관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법원에서도 그렇게 판결받아 이런 내용을 공개한 것이다.

    이것에 비하면, 지금 정황마저도 공개되지 않고 있는데 지나치게 자의적 주관적인 기밀주의다. 위에 든 세 가지 조건의 정보 외에는 다 공개해야 한다.

    – 군과 정부의 위기 대처 및 구조 활동에 대해 전반적으로 평가해 달라.

    = 군의 제한된 역량 자체로만 대응하는 것으로는 그럭저럭 대응한 편이다. 그런데 이것은 민간에 비해 굉장히 취약한 군의 전문성으로 대응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민과 군이 국가적으로 통합된 위기 대응을 했어야 하는데, 이 측면에서는 대단히 미흡했다.

    군이 자기 주도로 너무 하려고 하다가 좋은 기회를 많이 놓쳤다. 그 지역 지형은 군보다 주민이 더 많이 아는데, 민의 도움을 받는 걸 주저한 군의 경직성이 있었다. 군과 민의 장벽이 사태를 그르친 핵심이다.

    군의 경직성이 사태 그르친 핵심

    초기에 군이 함미를 발견 못하고 어선이 발견하고, 잠수구조도 민간인이 하고, 인양도 민간인이 하고 있다. 군의 전문성은 전투를 하는 전문성이지, 이런 사건 대응은 민간이 더 뛰어난데, 민간의 참여를 꺼려해 도움을 얻지 못한 게 아쉽다.

    청와대로부터 시작되는 국가 위기관리 상황을 보면, 청와대와 국방부, 해군 간에 온도 차이가 느껴진다. 군이 군사적인 점에만 집착해서 청와대와 안 맞은 것 같다. 청와대는 경제적 정치적인 것도 고려하고 있는 것 같다.

    민과 군의 소통, 정부기관들의 역량 통합, 대국민 메시지, 주변국과의 협조 등이 없거나 늦었다. 청와대 위기 판단관이 누군지, 시스템과 매뉴얼은 무엇인지 다 오리무중에 빠져 있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이 하나하나 다 지시하고 챙긴다. 국방장관에게 전달된 메모지 같은 게 그 예다. 이런 면에서는 체계적이지 못한 것 같다.

    이것은 MB가 집권한 이후 이전의 위기대응 시스템을 다 부정해서 생긴 일이다. 위기대응 매뉴얼도 없앴고, NSC 상임위원회도 무력화시켰고, 청와대 위기관리 상황실도 격하시켰다. 현 정부가 ‘보수 안보’를 표방하며 집권했는데, 사실은 선거용 레토릭에 불과하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보수 안보’를 약속하고 집권한 정부라면 적어도 그거 하나라도 지켜야 할 책무가 있는데, 벌어진 사건을 수습하고 또 다른 위험을 예방하는 데 있어 더 잘 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반대다.

    ‘MB식 개혁’으로 위기대응시스템 무력화

    – 원인 규명이야 오래 걸릴 수 있겠지만, 구조 활동은 주먹구구가 아니었나 하는 느낌이 든다. 어지간한 배에는 액티브 소나가 있었을 텐데 함미를 못 찾았다는 게 이해가 안 되고,  나중에 심해잠수장비를 이용할 수 있었던 거 아니냐는 의문이 드는데?

    = 완전히 엉터리라고 보지는 않는다. 사람까지 죽어가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

    – 인력만 투여한 거 아니냐?

    = 그렇다. 그에 관련해서는 우리 군의 전력구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새로운 전투장비를 사는 데 돈을 다 쓰면서 장병들을 위한 지원장비를 사는 데는 투자를 소홀히 했다. 그리고 있는 장비를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고 새 무기 사오는 데만 돈을 썼다. 뒤에 굴 무너지는지도 모르면서 계속 앞에 굴만 파는 두더지식 전력 증강이다.

    구조 전력 자체가 없는데, 무슨 구조 활동을 잘 하겠나. 군의 인본주의가 실종된 것이다. 3월 달에만 전투기 두 대, 헬기 한 대가 추락했다. 결국에는 천안함 침몰 사고까지 온 것이다. 외부 충격에 의한 침몰이더라도 경보와 안전장치가 많이 달려 있었다면 이처럼 인명 피해가 크지 않았을 것이다.

       
      

    – 신형 무기 도입 문제는 ‘과학 강군’이니 ‘장비군 중심’이니 하며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때 일관되게 강화된 거 아니냐?

    = 그렇다. 그때 예산을 신형 무기 도입에 많이 늘렸다. 그래서 독도함이 들어오고 세종대왕함이 들어왔다. ‘진보 좌파 정권’이 국방비에 훨씬 후하고, MB 정부에서는 국방비를 깎는 역설적인 현상은 사실이다.

    주어진 예산을 쓸 때 군 지휘부는 장병들의 안전보다는 새 무기 사는 데 많이 쓴다. 이러다 보니, 전방 사단에 가보면 탈수기 하나 더 들어온 정도지, 20년 전이나 30년 전이나 여건이 거의 변화된 게 없다.

    – 지금까지 나온 것 중에 북한 잠수함 기동 감청 문제 외에는 별다른 정보도 없는 것 같은데, 일부에서는 ‘군사기밀 누출’이라며 질겁을 하고 있다. 이런 주장이 타당한가?

    = 함정 내부 도면, 어선망 교신 행위 정도 외에는 군사기밀이랄 것도 없었다. 김학송 국방위원장이 공개한 잠수함 감청 문제는 과거에도 언제나 애기됐고 북한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군사기밀 누설 없다, 더 공개해야

    김학송 위원장을 공격하는 기사가 갑자기 많이 쏟아져 나오는데, 이것은 청와대가 정보통제에 들어간 것이라 본다. 김태영 국방장관이나 군부를 통제하려는 것이 청와대의 의도라 본다.

    ‘군사 기밀’은 핑계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정치적인 것이다. ‘군사 기밀’을 주장하는 조중동이 그동안 남북 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군사 기밀을 가장 많이 폭로했다. 안보를 하는 사람들이 가장 곤혹스럽게 생각하고, 국가 안보를 가장 많이 위협하는 게 조중동이다. 미국에서 기밀 누설이라는 항의를 많이 받는데 그건 대개 조중동에 의한 폭로였다.

    – 그런데 김학송 위원장은 북한 연루설에 연계시키기 위해 잠수함 정보를 공개한 거 아니냐?

    =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이지만, 즉흥적이지는 않고 국방부와 사전협의해서 공개한 것이다. 그리고 김 위원장이 새로 공개한 것도 없고, 다 신문에 나온 것들이다. 오히려 실망스럽다. 김 위원장에게 뒤집어 씌우려는 것은 그분이 친박 소속인 이유도 좀 작용했을 것 같다.

    – 청와대는 상황을 잘 파악 장악하고, 올바로 판단,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가?

    = 지금 청와대는 군이 어뢰설을 부각시키는 데 굉장히 곤혹스러워 하는 것 같다. MB는 초지일관 북한 연루설을 효과적으로 관리해 왔다. 이 점은 칭찬해주고 싶다.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까봐, 또 G20정상회담과 남북관계를 고려하여 행동하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서도 군은 북한 요인을 강하게 암시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왔다. 이 점에서는 청와대가 확실히 장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청와대 일각에서는 ‘군이 이 사건을 군 마음대로 끌고 가려 한다’는 불평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갈등은 어느 정권에서나 있었지만, 이번 만큼은 워낙 중대한 사태다.

    – 사건 터지고 몇 시간 동안 초동 대처 때, 벙커에 들어가고 공무원 동원령 내리고 한 게, 접적지역에서 군함이 가라앉았으니 당연할 수도 있지만, 현장에서 정보 보고가 제대로 되고 그것을 청와대가 잘 접수했다면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거 아니냐?

    = 원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대비라는 것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여 대비하게 돼있다. 경보 발령, 동원령, 안보관계장관회의 등에 대해서는 평론하기가 좀 주저된다. 어떤 정권이라도 일단은 최악 상황으로 대비하는 게 맞다.

    위기대응 매뉴얼 없어, 대통령이 다 챙겨

    문제는 그 다음이다. 사건의 가닥이 원인불명으로 잡힌 이후에는 어떤 지침을 내려야 했다. 군과 공무원들 대기시켜 놨으면 일을 시켜야 하는데, 이때부터 뭘 해야 할지 의제 관리가 안 됐다.

    주변국과 협조해서 정보 공유, 수습 협력하자는 외교가 있어야 했다. 경제에 미칠 악영향도 차단해야 했고, 국민 심리도 안정화시켜야 했다. 6자 회담에 미칠 영향에 관련해서도 통일부, 외교부 등에 지침이 있어야 했다. 주한대사관들과 주한 외국인들에게도 안전 메시지를 전해야 했다. 이런 게 하나도 없었다.

    – 급박한 상황에 즉흥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우니, 매뉴얼이 있을 거 같은데? 매뉴얼이 없어졌나?

    = 매뉴얼이 없어졌다. 기존의 국가위기관리 통합매뉴얼이 현 정부 들어 이원화됐다. 여러 정권을 거치며 오랜 경험을 통해 교훈을 정리해 놓은 게 위기관리매뉴얼이라, 현 정부에도 유용한 지침이 된다.

    그런데 그 매뉴얼을 ‘노무현 브랜드’라 해서 청와대 안보 분야와 행안부 재난 분야로 찢어 이원화시켰다. 그러다 보니 책임자가 없어졌다. 이번 사건은 안보에서 다뤄야 하나, 재난에서 다뤄야 하나?

    재난이든 안보든 원인만 다르지 대응은 비슷하다. 인명 구조하고, 수습하고, 복구하고. 가스가 터지든 폭탄이 터지든 같은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래서 통합매뉴얼로 관리돼야 하는 것이다. 위기 판단관이 동일 인물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정부에서 그걸 찢어놓다 보니, 누구 소관 분야인지부터 따져야 하게 된 것이다.

    국민의 안전을 도모할 위기관리 매뉴얼과 시스템, 전문 인력이 해체된 것이다. 이 상태에서 안보관계장관회의를 해도 체계적으로 뭘 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것이고, 대통령이 다 하게 되는 것이다.

    그나마 이 정도였기에 망정이지, 진짜 교전상황이었다면 국가가 큰 혼란에 빠질 뻔 했다.

    남북관계 악화-안보 악화의 네거티브 균형

    – 이명박 정부 들어서 이전과는 다른 군 시스템의 구체적인 변화가 있었나? 배치, 경계, 정보 유통, 교전 수칙, 위기 대처, 구조 같은 ….

    = 크게 변했다. 이번 사건의 몸통을 봐야 한다. 지금은 우리가 침몰 사고에만 주목하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의 군 현실에 대해 우려를 가지고 봐야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안보 정책과 대북 정책의 균형을 지향했고, 그 균형이 맞아야 둘 다 성공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정부에서는 또 다른 양자 균형이 이루어지고 있다. 둘 다 나빠지니까. 안보는 안보대로, 남북관계는 남북관계대로 나빠지는 네거티브 균형이 이루어지고 있다.

    NLL이 심상치 않았다. 작년 1월 북한 총참모부가 대남전면대결태세를 선언했다. 이 직후 청와대에서 안보정책조정회의가 열렸는데, 이때 국방부에서 NLL대비계획을 보고했고, 이에 대해 부처 장관 사이에 논란이 붙었다. 국방부 계획이 너무 초강경이라는 것이었다.

    기존의 국지도발 대응계획을 완전히 초월한 새 계획이었다. 기존 계획은 비례성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었다. 적이 포를 쏘면 우리도 포를 쏘고, 적이 배로 오면 우리도 배로 가고. 그런데 새 계획은 그런 비례성을 완전히 깨는 것이었다. 즉각 대응을 하고, 교전규칙을 단순화하고, 함정이 내려와도 전투기 해안포까지 입체적으로 동원해 대응하는 것이었다.

    기존 비례성 원칙은 국지적 충돌을 전면전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새 계획은 인계철선이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 정부의 정치적 보수화는 분명하지만 군사적 문제에서는 크게 변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데, 그런 흐름은 군이 주도하는 것이냐?

    군과 보수언론이 긴장 고조 주도

    = 정권이나 청와대가 의도하는 것은 아니다. 군에서 ‘좌파정부 10년’에 대한 청산론을 들고 나왔고, 다른 부처는 그에 경악했다. 그러면 전쟁하자는 것이냐고. 2월에 국방부가 국무회의를 거치고 않고 대통령에게 재차 보고하고, 그 내용이 <조선일보>에 전면 보도된다.

    그 직후 북한 전투기가 뜨고, 해안포가 증강되고, 포 사격 훈련을 한다. 정부에서 합의되지도 않은 계획이 북한을 움직인 것이다. 분쟁 양상이 변화된 것이다. 근원적으로 정세가 변한 것이다.

    – 계획이 확정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에 의해서…?

    = 실행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력이 통제할 틈도 없이 실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천안함도 북한 장사정포 위협을 피하기 위해 백령도를 엄폐물로 삼아 섬 남단으로 기동한 것이다. 분명히, NLL 일원에 우리가 알고 있지 못한 새로운 양상이 형성되었던 것이다. 국방부가 세운 계획을 정부가 검증하기도 전에, 북에 메시지로 먼저 올라간 게 문제다.

    – 이번 사건을 군 개혁의 차원에서 바라본다면? 병력과 장비, 지휘 시스템 등.

    = 우리 군이 장비의 숫자에 민감하다. 장비 숫자가 늘어야 인력 감축을 막을 수 있다는 게 우리 군의 속성이다. 그러기 위해서 부실한 장비도 마구 운영한다. 집에서는 칼라TV 사면, 흑백TV 버리는데, 군은 칼라TV부터 흑백TV까지 다 갖고 있는 꼴이다. 2차대전 때 원시무기부터 최첨단무기까지 다 갖고 있다.

    – F-5 전투기 같은 거?

    = 그게 날아다닌다는 거 자체가 해외토픽감이다. 군이 그걸 버리지 않는 건 조종사 숫자를 유지하기 위해서인데, 전쟁에는 소용 없고 평시에 장병을 사상하는 데만 쓰인다. 육군의 M 계열 전차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부대 유지라는 이해관계 때문에 폐기하지 않는다.

    – 역대 정부에서 줄곧 사병 복무기간을 줄이면서 사병 숫자는 감축되었는데, 직업군인은 줄지 않고 있다. 노무현 김대중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 노무현 정부도 직업군인은 보호하려 했다. 공무원보다 정년이 짧고 취업이 어려운 문제 등 사정 때문에 국가적으로 먼저 해결해야 할 몇 가지 전제가 있었다.

    – 군 개혁 방향의 큰 줄기를 말해 달라.

    평시에 장병 죽이는 무기들

    = 전력에 효과가 있는 것만 소수 정예로 남겨놓고, 나머지는 거품과 군살을 과감하게 빼야 한다. F-4, F-5, 500MD 헬기 같은 낡은 무기들 때문에 장병들이 죽고 있다. 천안함은 수명주기가 온 배는 아니지만, 정비 불량과 가동률 저하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런 무기로 우리 장병 죽이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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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산복합체나 군납비리 문제는 어떤가? 천안함도 조선업체들 입김 때문에 고장력강이 아니라 알루미늄으로 만든 것이 원인이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 기술적인 문제는 잘 모르겠다.

    – 조갑제 씨나 일부 극우언론에서 주장하는 군사적 보복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 리스크는 어떤가?

    = 가능성도 없고, 실현되지 않을 것이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불태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북한 소행이라는 게 밝혀진다면,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 그러나 전쟁은 아니다. 여러 옵션이 있다. 북한을 테러지원국에 포함시킨다든지….

    – 천안함 사건의 직접 원인이 어뢰든 암초든 무엇이든, 근본 원인은 군사적 대치, 그리고 그 배가 NLL 경계 임무를 맡았다는 데서 비롯된다. 여기에 대해 말해 달라.

    = NLL에서 남북간 위협의 정도가 굉장히 증폭됐다. 지난 정부에서 공동어로 평화수역 관리를 시도했고, 10.4 공동선언을 했었다. 멀쩡한 개성공단 놔두고, 해주로 가겠다는 것은 해주 남포 NLL 지역을 경제벨트로 묶겠다는 것이었다. 그게 핵심이자 요체다. 그 지역의 산업적 여건도 검토했지만, NLL 요인이 가장 컸다.

    – 삼성도 그걸 원했고.

    = 삼성도 그렇고, 남한에서도 새 항만을 원했고.

    –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긴장이 고조된 건 사실이지만, 북에서도 남북기본합의서의 실효적 점거를 부정했다.

    정치적 해결, 평화의 바다로

    = 그때 NLL은 평화의 바다였다. 남한 배 이북에 가 있고, 북한 배 이남에 와 있고. 김영삼 정부 때인 1996년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북한 배가 NLL 이남으로 연간 300회 내려온다는 지적이 있자, 당시 국방장관은 내려와도 문제 없다고 답변했고, <조선일보>는 ‘야당이 경계선도 아닌 걸 경계선이라 트집 잡는다’고 썼었다.

    NLL이 군사적 긴장의 장이 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정치적 이유에서 분쟁지역이 된 것이다. 서해NLL은 이렇게 시끄러운데, 동해NLL은 왜 조용한가? 동해는 미국 작전지역이라 남한이나 북한이나 손대지 못하기 때문이다.

    NLL은 법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다. 정치논리로 위기를 부추겼다면, 정치논리로 풀 수도 있다. 양측의 정치권력이 만나야 한다.

    이번 사건을 사건현장에서만 보지 말고,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라는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이것을 극복할 수 있는 정치적 포괄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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