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첫차가 만원버스인 이유
        2010년 04월 08일 03: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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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511번은 시간 맞춰 오는데 6411은 항상 늦어. 강남 가는 차가 두 대만 같이 와도 좋겠어. 날씨 추울 때는 차 기다리는 게 너무 힘들어.”

    4월 5일 월요일, 새벽 4시 17분. 6411번 첫 버스가 거리공원 외환은행 역에 섰다. 한 아주머니가 그 차에 오르며 기자에게 일러준 말이다. 이날 첫차도 7분 연착이다. 봄이 왔다지만 이른 새벽은 제법 춥다. 7분이 아주 길게 느껴질 정도로 춥다. 

    "새벽 5시 30분까지는 출근해야 돼"

    두 노선 모두 구로동 거리공원역에서 출발한다. 6511번은 서울대를 돌아오고, 6411번은 강남 개포동까지 갔다 오는 노선이다.

    “보통 우리가 새벽 6시까지 출근인데, 일이 많아서 5시 30분까지 가야 되거든. 그래서 첫차를 타는 거야. 지하철은 5시 30분이 첫차니까. 그런데 이 버스는 너무 돌고, 정류장도 너무 많아.”

       
      ▲ 사진=김경민 현장기자

    고속터미널역에 있는 빌딩 청소 일을 하는 아주머니의 하소연이다. 버스 노선도의 정거장 수를 세어보니 고속터미널역까지는 무려 서른여섯 정거장. 버스 안 ‘뽀글파마’를 한 50~60대 아주머니들도 사정은 모두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강남의 빌딩에서 청소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다. 그나마 자신들을 일터로 데려다 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6411번 버스뿐이다. 새벽을 여는 이 사람들에게 그래서 이 버스는 고맙고도 원망스러운 존재인 듯했다.

    “이 아줌마 영 안 나오시네. 수술하셨나?” 세 정거장을 지나 신도림역에 정차할 때쯤 한 아주머니가 버스에 오르더니 누군가의 안부부터 챙긴다. 마치 아주 가까운 사람의 얘기를 하는 듯하다. 매일 첫차에서 만나는 아주머니 한 명이 최근에 보이지 않았나 보다.

    첫차와 함께 흐르는 삶들

    “글쎄, 수술했다고 하던데…” 버스에 타고 있던 다른 아주머니 한 명이 걱정스레 대답한다. 정류장을 지날수록 버스 안은 비좁아지고 있었다. 월요일은 그나마 낫다고 하는데도 신도림을 지나면서부터는 아예 바늘 하나 꽂을 곳이 없다.

    한 아주머니는 “토요일에 미리 일을 해놔서 월요일은 그래도 사람이 적은 편”이라고 귀뜸해주는데, 러시아워에도 이보다는 덜 복잡할 것 같다. 그제서야 전 정류장에서 한 아주머니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뒷자리 좌석과 좌석 빈틈에 앉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렇게 새벽에 힘들게 출근하는데, 일하면서라도 짬짬이 쉬어야하지 않을까 싶었다. 아니면, 점심시간에 식사라도 편하게 할 수 있든지.

    “보통 오후 3~4시에 퇴근하고 일 없을 때 조금씩 쉬어. 밥은 도시락인데 서서 먹다가 말다가 해. 근데 일하다보면 점심시간이 지나버릴 때가 많아. 돈 조금 벌어서 다 찾아먹으면 남는 거 없어.”
    “어디서 쉬냐고? 지하 구석의 빈 공간이지. 돈 있는 사람들이 어디 우리한테 넓고 편한 데 주겠어?”

    그때, 갑자기 사람들 사이로 버스카드를 든 아주머니 손이 하나 나오더니 “여기 카드 좀 전달해줘. 탈 때 못 찍었어”라고 하자 아주머니들이 익숙하게 손에서 손으로 카드를 전달한다. 복잡한 버스 안에서 아주머니들은 자연스럽게 서로 돕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 당연히 신경 쓰이지"

    어떻게 지내냐, 일하면서 받는 돈은 얼마냐, 물어보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버스 안 여기저기서 얘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왜 5월달에 바뀌잖아 최저임금 말이야. 그때 당연히 신경 쓰이지.”

    “노조? 거의 없지. 우리 같은 사람 노조 같은 거 없어.”

    새벽 첫 차는 두 대가 같이 나오면 좋겠다는, 최저임금이 만큼 더 올라갔으면 하는, 편안하게 밥 먹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이들의 바램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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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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