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권 ‘도토리’들 지방선거 패배를 준비하라
        2010년 04월 08일 09:5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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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청원 미래희망연대 대표가 ‘한나라당과 합당’ 발언으로 6월 지방선거의 종지부를 찍었다. 이규택 대표 등 일부 반발 움직임이 있지만 대다수가 한나라당 합당에 쏠린 상황에서 이들이 가져올 분열은 크지 않을 것이다. 정광용 박사모 회장 같은 극소수의 순혈주의자는 있으니까. 친박은 친이의 최고 견제자이지만 선거마저 견제역할을 맡지는 않았다. 친이와 친박의 갈등을 ‘당내’로 모았다.

    ‘세력적 보수대통합’은 한나라당, 특히 친이가 우려하는 6월 지방선거 변수를 해결했다. 야권은 ‘식물정당’으로 지리멸렬하고 있다. 대통합 혹은 연합조차 못해 ‘반한나라당’ 표마저 결집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집권 10년에 대한 반성과 회고가 없다. 진보진영은 민노당 분당 이후 선거에선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진보신당은 인적 질과 양에서 모두 ‘미달’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등 핵심선거 야권 패배 이미 예고돼

    여의도 소식통들 사이에서는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등 지방선거 핵심지역들에서 야권의 패배가 이미 기정사실화되었다. 일부는 ‘야권단일후보가 나와도 여권의 승리’라고 단언할 정도다.

    서울시장 선거는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의 삼성X파일 무죄가 결정적으로 작용됐다. 여권에서 야권후보 분열과 단일화를 막기 위해 ‘노회찬 카드’를 활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진보신당의 사활이 걸린 선거에서 후보 사퇴는 할 수 없다는 배경이 작용했다. 노회찬 대표의 득표는 7~10%로 저조할 것이나 ‘캐스팅보트’ 포지션으로 나오고 있다. 노회찬 대표의 선거를 도맡을 이들이 열세와 능력미달으로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여권은 ‘결정타’를 찍고 있다. 한명숙 전 총리 재판이다. 야권 유력후보를 떨어뜨릴 정도의 판결만 내면 된다. 여권과 사법은 밀착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미 여권은 노회찬은 살리고 한명숙을 죽여 서울시장 선거 필승구도를 구상해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장 선거는 야권이 패배를 자초했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한나라당 지방선거기획위위원장)은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야당이 한명숙 전 총리에 목매 헤매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 한명숙 전 총리의 재판 시작과 동시에 후보를 바꾸고 노회찬 대표가 유죄를 받았다면 민주당과 민노당의 야권단일후보가 쉽게 나왔을 것이다.

    야권 단일후보가 나와도 서울시장 선거는 야권에 희망적이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3자구도에서 조금이라도 나았을 것이다. 민주당이 후보 교체까지 고심해야 되는 지금의 상황에 이르지는 않았을 테니.

    국민참여당 유시민 전 장관이 변수일 수 있겠지만 이해찬 전 총리의 사퇴 종용만 있으면 이 변수는 제거된다. 이해찬 전 총리는 친노의 컨트롤 타워이기 때문에.

    경기도지사는 김문수 현 지사의 출마 선언과 함께 끝났다. 출마 선언은 곧 ‘당선 기념식’이 되었다. 여의도 소식통들도 "야권 단일후보가 나와도 이미 끝난 선거"라는 게 중론.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는 ‘절대’ 사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심상정 전 대표가 ‘밑바닥’을 더 깊이, 더 광범위하게 뛰는 이유다. 진보신당의 운명과 차세대 주자로서의 입지, 차기 당권 문제가 걸렸기 때문이다. 차기 대권 예비주자로 인지도를 높이고 득표를 최대치로 높여 몸값을 높일 필요가 있다.

    민주당에서 어느 후보가 나오든 경기도지사 선거는 의미 없다. 국민참여당 유시민 전 장관은 7~10%대 득표 이상은 어렵다. 선거 완주조차 불투명하다. 선거 치를 자금이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결정타는 이해찬 전 총리의 복심이다. 유시민은 ‘친노 컨트롤타워’ 이 전 총리가 사퇴를 요구하면 물러날 수밖에 없다. 이해찬 전 총리가 중간에서 민주당과 유시민의 딜을 할지도 모른다. ‘유시민 정당(국민참여당)’을 만들었지만 친노 효과는 거의 없어졌고 경기-대구-서울-경기로 이어지는 철새행보로 남은 이미지마저 갉아먹었다.

    경기도지사는 심상정 전 대표가 10% 중반대 이상 득표하는 것이 야권 최고의 결과이자 희망이다. 민주당이 식물정당으로 지리멸렬하고 있는 상황에서 ‘심상정 약진’은 야권 혁신의 유효한 카드가 될 수 있다.

    부산시장 선거는 기존 지지층마저 잃는 모습이다. 영남민주화세력(부마항쟁, 동의대 사건 등을 통해 한국사회 민주화 운동의 한 축이었던 이들은 YS가 3당합당으로 팔아먹었지만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지지로 제 갈 길 갔던 이들이 있어 민주당이 25%대, 민노당 지역구 국회의원 배출이 가능했다)이 18대 총선부터 무당파로 유출되는 데 가중시키고 있다. 민주당은 후보군마저 없어 김민석 최고위원이 뛰어들 정도다.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4년 전 지방선거에서 25% 득표(2위)를 한 것조차 무의미할 정도.

    부산, 울산, 경남에 지역적 지지기반을 둔 민주노동당도 분당 이후 지지층 이탈을 겪고 있다. 권영길과 강기갑 지역구 당선을 만들어냈지만 김석준 전 부산시장 후보가 진보신당으로 넘어간 상태다. 울산에서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이 김창현 전 사무총장을 단일후보로 만들어줬지만 노옥희 진보신당 울산시당 위원장의 독자행보로 골치 아픈 상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권 수혜정당들 있다

    ‘반MB’ 기치 아래로 야당들이 모이는 것 같지만 결국 선거는 ‘자리 싸움’이다. 진보신당의 몇 중요자리 요구에 민주당이 받아들일 수 없듯이. 민주당의 눈에선 진보신당이나 민주노동당에 자리를 주는 게 쉽지 않다.

    민주당은 그보다 더 골칫덩어리가 있다. 한화갑의 평화민주당이다. 전남을 중심으로 민주당의 표를 갉아먹을 것이다.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이 평민당 언급을 자제하는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한화갑 씨가 평민당 창당을 선언했을 때는 전남지역에서의 선전이 이미 계산된 상태다. 한화갑 씨를 ‘흘러간 정치퇴물’로 평가한 사람들은 그가 ‘정치 8단’이라는 것은 알려나?

    민주노동당 역시 수혜정당이다. 부산, 울산, 경남지역에서 좀 더 진전된 의석과 득표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권이 민노당 탄압에 초점을 맞춘 것도 이러한 정세진단이 있었기 때문.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심상정 민노당 비대위를 ‘야당 첫 방문’을 했을 때부터 여당의 초점은 ‘민노당’에 있었다.

    여권이 검찰 등 공권력 기관을 활용해 전교조, 전공노를 문제 삼아 민노당을 탄압하는 이유와 진보신당 창당식과 2주년 기념식에 여야 통틀어 ‘유일하게’ 화환을 보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18대 총선, 민주당이 정권을 잃은 뒤 표류하며 대안정당으로 뛰어오를 수 있는 민노당을 가장 두려워하던 게 여권이다. ‘자주파-평등파 밥그릇 싸움’으로 분당에 이르자 분당파인 진보신당을 ‘지지’하는 형태로 여권은 진보정당의 대안정당화를 막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노당은 약진한다. 지자체를 잡지는 못해도 지방의회에서 선전할 전망이다. ‘현장’의 저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탄압을 받으면 받을수록 민노당은 현장으로 간다. 진보신당과의 큰 차이점이자 자주파의 매력이다. 자주파는 과도한 민족주의로 무엇이든 ‘통일논리’로 귀결된다는 결정적 문제가 있지만.

    6월 지방선거를 좌우하는 권력자 그리고 도토리 야당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진보정당 통합 3단계 로드맵을 제시했다.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은 진보혁신과 세력재편을 말했다. 권 의원의 로드맵은 매력 없고 김 위원장의 혁신주장은 의미 없다. 혁신의 대상이 혁신을 말하는 격이랄까. 민주당 집권 10년(참여연대 김기식 정책위원장)과 민주노동당 분열(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에 책임 있는 이들의 주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혁신의 대상이 혁신을 말하는 데 혁신이 되는 건 본 적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진보진영의 ‘삽질’에 웃고 있다. 자신이 할 일을 진행하고 있다. ‘착실’하게. ‘권력론’에 충실한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세력의 최대 적수들을 제거하고 있다. 문국현은 17대 대선 출마 세 달만에(비공식적으론 1~2년의 준비기간이 있었지만) 5.8%로 137만 표나 모았다.

    18대 총선 서울 은평을에선 이재오 전 한나라당 의원을 꺾었다. 이명박의 남자 이재오를 꺾다니. 정치초보의 파란이다. 그 싹은 이미 잘렸다. 창조한국당에서도 문국현 전 의원은 ‘문국현 씨’가 되었다. 최고위원마저 박탈됐으니. 권력자는 권력에 최대 위협군을 죽이는 데 이명박 대통령은 충실하게 따랐다. ‘현장’으로 가는 민노당도 타격줬다.

    권력자가 반대세력을 죽이는 방법 중 하나로 ‘트로이목마’를 만드는 것이다. 여권은 ‘내부 자생적 트로이목마’로 진보신당과 노회찬 대표를 만들어냈다. 야권 대연합을 막는 진보신당과 그 부류를 보며 이명박 정권은 웃고 있듯이(대연합을 한다고 한들 전적으로 옳다고 할 수 없다). 민주당을 비롯한 지난 정권 실패의 책임있는 세력의 책임을 묻어버리고 진보양당의 문제점과 한계를 덮고 갈 수 없듯.

    책임을 묻고 대안세력을 만드는 기반되어야

    선거는 ‘필승’해야 한다. 어떤 수법을 써서라도 당선되거나. 명분에서 승리를 거두거나. 현 상황에서 두 선택지 모두 쓸 수 없다. ‘특수한’ 필승이 필요하다. ‘야당없는 민주주의’로 집권세력과 ‘좀 더 나은 한국정치’를 만들 수 없는 현재 야권을 ‘함락’시키는 것이 6월 지방선거의 필승이다.

    2007년 대선부터 줄곧 ‘야당없는 민주주의’와 ‘반 한나라당은 길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현 야권과 연대는 ‘죽음의 키스’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이번 선거는 ‘야권 함락 작전’을 통해 철 지나고 무능력, 무책임 세력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들이 사라진 공간에는 대안세력을 만들어 야당있는 민주주의 건설을 이뤄야 한다. 신자유주의에 ‘쩔었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길이 아닌. 한국의 공간에서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는 새로운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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