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뿐인 '보호자 없는 병원', 재검토해야"
By 나난
    2010년 04월 06일 05:23 오후

Print Friendly

지난달 15일 보건복지부가 ‘간병서비스 제도화 시범사업’ 참여병원을 모집하는 공고를 내면서 ‘보호자 없는 병원’이 새로운 국면에 돌입했다. ‘보호자 없는 병원’은 병원 내에 간호와 간병 인력을 충분히 확보해 환자 가족이 별도로 병실에 상주하면서 환자 간병과 돌봄을 할 필요가 없는 병원을 말한다.

그런데 당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간병서비스 제도화 시범사업’에 대해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우선 환자의 간병료 부담이 4인실 기준 1일 간병료가 5만5,250원으로, 개인 간병인 고용비 6만 원에 비해 5천 원 정도 차이에 불과하다. 심지어 건강보험료 납부마저 면제받는 의료급여수급권자에게도 간병료의 50%를 부담하도록 했다.

개인 간병인보다 5천 원 싸

이에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전략기획단장은 이번 보건복지부의 사업발표에 대해 “실패가 예견된 시범사업”이라며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호자 없는 병원의 설립 취지인 ‘적정 간호인력 확보’와 ‘간병서비스 급여화’가 상실됐다는 지적이다.

   
  ▲ 사진=보건의료노조

6일 오전 10시부터 민주당 정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과제’ 토론회에서 그는 “보호자 없는 병원을 만들고자 했던 애초 목적은 환자 간병비 부담의 사회적 해결과 국민의료비 절감, 병원 인력 확충 등을 통한 의료서비스 질 향상과 양질의 사회복지 일자리 창출”이라며 “이번 시범사업은 ‘간병서비스 제도화’라는 이름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나마 말이 좋아 ‘간병서비스 제도화’이지 실제 내용은 간병서비스 표준가격을 산출하는 게 전부”라며 “이는 아무리 봐도 민간의료보험사의 일을 정부가 대신해주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가 이번 시범사업을 벌이며 참여 병원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간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일부 중소병원의 경우 중환자실까지 간병인을 배치해 환자를 돌보게 하는 지경”이라며 “복지부의 방식대로 제도화 되면 중소병원에서는 간호사를 구하기 어렵다는 핑계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인건비가 싼 간병인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간병인 노동조건 개선책이라고 내놓은 것은 ‘예외’조항을 넣음으로써 사실상 빚 좋은 개살구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복지부는 간병인의 직접고용과 1일 3교대 근무를 원칙으로 내세웠지만 ‘불가피할 경우’라며 파견 및 12시간 맞교대 등을 예외로 모두 인정했다. 이에 이 단장은 "실제로는 파견업체 간병인을 시범사업에 배치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간호사를 간병인으로 대체할 우려

그는 또 간병료 부담에 대해 “정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렇게 비싼 간병료를 의료급여수급권자에게 50%를 본인이 내라고 한다”며 “보건복지부에서 어떻게 이런 발상이 나올 수 있는 것인지 우리는 이해하기가 어렵고 분노를 금할 수 없으며, 차라리 의료급여수급권자는 간병서비스를 받지 말라고 공고문을 대문짝만하게 붙여놓는 게 더 솔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단장은 “사업 기간과 대상단축, 선정기준 등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며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은 정부의 무관심과 해당 부처의 소극적 대응 속에서 고통받는 국민의 염원을 등에 업고 제 시민사회노동단체와 정당이 힘을 합쳐 간신히 만들어낸 중요한 민생사업인데 정부는 우리의 제의를 묵살한 채 ‘졸작 중의 졸작’을 논의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행시기를 늦추더라도, 충분한 논의과정을 거쳐 제대로 된 시범사업 추진방안을 마련해 성공적인 시범사업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재정이 부족하면 추가 재정 투입을 고려하고, 어렵다면 사업 기간을 단축하고 대상병원도 축소해, 모두가 만족하는 제대로 된 시범사업을 추진해야한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합리적인 요구를 묵살하고 복지부가 일방적인 밀어붙이기 식 시범사업을 추진하려 한다면, 이번 사업에 또 다른 정치적 배경이 있지 않은지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며 “그것은 바로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을 지방자치선거를 앞두고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치적 홍보용으로 이용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허윤정 민주당 보건복지 전문위원의 사회로 이성수 건강보험공단 시범사업추진단 부단장과 이주호 단장이 발제했다. 토론자로는 안기종 한국백혈병환우회 대표. 양봉석 자활협회 중앙가사간병교육센터장, 한나라당 박영주 보건복지 수석전문위원, 민주노동당 김수철 보건복지 전문위원, 김명애 서울대병원 간호부장, 송재찬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이 참여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