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명동에서 신문고 울리다
By 나난
    2010년 04월 05일 12:2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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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세대별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위원장 김영경)이 정부를 향해 신문고를 울렸다. 청년유니온 조합원들은 4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앞에서 북과 기타 등을 이용한 퍼포먼스를 통해 노동조합 설립 허가 및 청년실업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대졸 초임 삭감하는 나라 한국밖에 없다

   
  ▲청년유니온이 4일 명동예술극장 앞에서 청년실업 해결 및 노조 설립신고 허가를 촉구했다.(사진=이은영 기자)

신문고를 두드린 김영경 위원장은 “청년들이 무슨 죄냐”며 1천만 원이 넘는 등록금 내고도 일자리가 없어 부모님께 미안해하는 청년들의 마음을 알고나 있느냐”며 정부를 향해 답답한 마음을 호소했다.

“말도 안 되는 청년인턴제도로 정부는 왜 생색내고 있나”, “대졸초임 삭감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경제 어려운 게 청년들 잘못인가”, “청년들이 꿈을 꿀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청년유니온의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허하라.”

이들은 10%를 넘어선 청년실업률과 허울뿐인 청년인턴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호소했다.

젊은층의 왕래가 많은 명동의 지역적 특성상 많은 청년들이 이들의 퍼포먼스에 발길을 멈춘 채 지켜보기도 하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한 20대 남성은 “나도 소복 입고 저기 앉아야 하는 거 아니야?”라며 씁쓸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또 40대 남성은 10대 딸에게 “이것 봐라, 대한민국은 놀면 안 되는 나라”라며 “실업자가 되면 길거리로 나와 저렇게 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청년유니온의 권리 투쟁이 노는 사람들의 ‘투정’으로, 자녀에게 경쟁을 촉구하는 소재로 ‘활용’되는 서글픈 현실의 일단을 보여준 셈이다.

경찰 덕에 흥행 도움?

하지만 이들의 퍼포먼스는 10분 만에 끝이 났다. 사실상 허가제로 변모한 노조 설립신고가 반려당한 청년유니온의 퍼포먼스까지 경찰이 막았다. 집회신고도 필요없는 경우임에도 경찰은 각종 손 피켓을 들고 있다는 이유로 “집회의 형식을 띄고 있다”며 막은 것이다. 

5분여의 실랑이가 계속되자 명동을 지나던 시민들 사이에서는 “퍼포먼스까지 막는 건 너무하지 않느냐”는 비판의 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고맙게도 경찰의 이 같은 행동은 주위 사람들의 관심을 촉발해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효과를 가져왔다. 

   
  ▲경찰이 손 피켓을 이유로 청년유니온의 퍼포먼스를 가로 막았다.(사진=이은영 기자)
   
  ▲정부를 향해 신문고를 두드린 청년유니온이 "청년실업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퍼포먼스를 끝마쳤다.(사진=이은영 기자)

시민들의 힘을 업고(?) 퍼포먼스는 시작됐지만, 경찰은 “10분이 넘어설 경우 집회로 간주하고 연행하겠다”며 이들을 위협했다. 결국 경찰의 강제해선 명령에 이날 행사는 오래가지 못한 채 아쉽게 마무리됐다. 김영경 위원장은 “생각보다 시민들의 관심이 높았다”며 “이제는 청년의 문제들을 사회 의제로 대두시키기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년유니온은 오는 10일 임시총회를 개최하고 규약 개정을 통해 노동부에 노조 설립신고서를 다시 제출할 예정이다. 아울러 청년실업 및 최저임금 문제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 실태조사 등 청년 노동자 근로조건과 실업문제를 여론화한다는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청년유니온이 출범한 이후 노조 카페에 20~30대 가입자 수가 급증했지만 아직은 침묵하는 다수가 대부분”이라며 “당사자인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드러내고 행동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유니온은 지난달 13일 국내 최초 청년 노동조합으로 출범했으나, 노동부는 지난달 23일 노조의 주된 설립 목적이 정치활동에 있고, 조합원 중 일부가 재직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들의 노조 설립신고서를 반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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